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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전동
2017년 혁명을
외치는 사람들


윤경 |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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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은?
네 장애인의 날이 아닙니다.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지요. 이 글을 읽으실 분들은 제가 이러쿵저러쿵 설명하지 않아도 아실 분들일 것 같아 설명을 거두고 싶지만, 누군가에게 선물로 소식지를 주시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살짝 설명을 붙입니다.
4월 20일은 국가가 정한 “장애인의 날”입니다. 이날 하루 텔레비전에는 장애인이 아주 많이 등장합니다. 너무 슬픈 사연을 가진 장애인, 장애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비장애인처럼 살아가는 장애인 등등 각종 사연을 가진 장애인들이 등장합니다. 거기에 웬 정치인과 유명인들도 함께 많이 나옵니다. 단 이때 주인공은 장애인이 아니라 정치인과 유명인들입니다. 라면이며, 쌀을 들고 장애인시설에 방문해서 인자한 웃음을 짓거나 때론 눈물을 훔치며 장애인들과 사진을 찍습니다. 또 매년 청와대로 장애인들을 초청해 대통령이 밥도 주고 선물도 줬는데 올해는 대통령이 없으니 권한대행이 하려나 싶습니다.
이렇게 별 탈 없이 365일 중 딱 하루 장애인이 행복해지는 날, 이 모든 장면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2002년 이 세상에 나타났습니다. 대부분의 장애인이 364일 내내 방구석이나 시설에 갇혀 살아야 하는, 온갖 차별로 얼룩진 세상을 놔두고, 단 하루 장애인에게 세상의 모든 동정을 퍼붓는 세상에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또 장애인이 살아가기 힘든 사회는 하나도 변하지 않고, ‘저 사람처럼 네가 노력해서 장애를 극복하거라.’라는 메시지에도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장애인이 아니라 바로 이 사회와 문화이고, 바뀌어야 할 것 역시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세상에 불만이 많은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은 2002년부터 4월 20일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부르고 매년 세상을 향해 아주 쎈 투쟁을 해오고 있습니다.


‘뭐 이런 나라가 다 있지?’
2016년 10월 한국은 이 땅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 많이 혼란스러운 시간들이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이들로부터 터져 나오는 대한민국의 각종 비리와 부패는 ‘우리는 도대체 어떤 나라에서 살아왔는가?’를 묻게 했고, ‘아~ 이래서 이렇게 살기가 힘들었구나.’ 깨닫게 했고, ‘이래도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구나.’ 안도하거나 허탈하게 했습니다.
장애인운동을 하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12년 8월 21일 시작한 광화문 지하역사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광화문 농성’은 안타깝게도 박근혜 정권과 고스란히 같은 시기를 보냈습니다. 벌써 1700일 가까이 이르고 있는 광화문농성은 농성 내내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정부에 대화를 하자고 해도 막혔고, 토론을 하자고 해도 막혔고, 어떤 투쟁을 해도 다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광화문 지하역사 농성장에는 장애등급제 때문에, 부양의무제 때문에, 부족한 활동보조 시간 때문에, 장애인수용시설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들의 영정사진만 늘어났습니다.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진짜 죽어가고 있는데, 정부는 귀를 틀어막고,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입으로는 이상한 말만 내뱉었습니다. 진짜 이상했습니다. ‘뭐 이런 나라가 다 있지?’하는 마음이었죠. 그런데 이게 다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정권 자체가 거짓덩어리였던 나라에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말을 들을 수 있었던 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겠죠.


‘혁명하라!’
2017년, 4월 20일을 남들이 부르라는 대로 부르길 거부한 이들은 마침내 “혁명”이라는 요상한 단어를 들고 나왔습니다. 역사책에서만 보던 단어를 2017년 다시 소환시켰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도움을 받거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을 받던 장애인과 가난한 우리들의 혁명은 꽤 거칩니다.
한국 장애인복지 곳곳에 스민 암세포 같은 장애등급제를 없애자는 것. 장애인의 영혼까지 죽이는 장애인수용시설을 없애자는 것. 한국 빈민복지의 판도라의 상자로 여겨지는 부양의무제를 없애자는 것. 그 어느 것 하나 가볍지도 쉽지도 않은 과제입니다. 하지만 장애인에게 예산을 쓰는 것을 아까워하며 장애등급제라는 코르셋에 장애인을 끼워 맞추는 장애등급제를 없애고, 맞아죽든 굶어죽든 아파죽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수용시설을 없애고, 장애인이 동네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그런 삶을 위한 서비스를 지원받는 세상이 된다면 장애인만이 아닌 비장애인도 조금은 더 각자의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또 가난한 가족이 서로에게 부담되지 않고 서로의 가난을 책임지지 않고 이 사회가 함께 책임질 수 있는 사회도 역시 그러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꿈꾸는 혁명은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각자의 미래에 대해 큰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런 사회 가능합니다!


2017년 420투쟁과 R전동
이렇게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3대 혁명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420투쟁은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 “R전동”이 있습니다. R전동은 이 혁명의 시기 420투쟁의 곳곳에서 누구보다 앞장서서 투쟁하는 이들의 모임입니다. R은 많은 의미가 있을 수 있는데요. 함께하는 이들은 이런 의미를 찾아봤습니다.
“Red(붉은), Revolution(혁명), Right(권리), 알바...”

전동에도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전동휠체어의 전동을 의미하기로 하고, 전동(戰動) 움직이며 싸운다는 한자음 풀이도 서로 만들었습니다. 사실 전동휠체어 등장으로 이동에 어려움을 겪던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게 되었고, 투쟁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장애인권운동에서 전동휠체어는 아주 중요하지요. 이렇게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R전동의 구성원들은 오랜 시간 시설에서 살다가 지역사회로 나와 자립을 하며 살고 있는 탈시설 장애인들이 다수입니다. 장애인수용시설에서 축적된 분노의 크기가 큰 만큼 더 끈질기고 화끈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R전동은 정기적으로 모여 그간 활동에 대한 소감도 나누고, 어떻게 하면 서로 더 잘 모일 수 있을지 상의도 합니다. 또 최근에는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한 깃발과 조끼도 맞췄습니다.
우리의 3대 혁명과제가 이뤄진다면 그중 매우 많은 부분이 R전동의 투쟁 덕분일 겁니다. 그래서 이 R전동에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여겨지던 이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는 모습을 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혁명에 당신이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문제로 정의된 사람들이 그 문제를 다시 정의할 힘을 가질 때 혁명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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