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봄 110호 - <묻지마 흥신소-광화문 불나방> 제작기
<묻지마 흥신소-광화문 불나방> 제작기
연출자와 똥싸네21 기자의 인터뷰
자문자답
정민구 | 이래도 되나 싶게 꿀 떨어지는 쉼을 갖고 있는 민구예요.
안녕하세요. <묻지마 흥신소-광화문 불나방>입니다.
아우. 오래간만에 긴 ‘한글’을 쓰게 되었네요.
(어색어색)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하는지 모르겠으니까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손 가는대로 쓸게요.
다들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 <묻지마 흥신소-광화문 불나방>을 지예와 함께 대본 쓰고 연출한 밍구라고 해요. 혹시 영화 보신 분 계세요? 아마 거의 없겠죠? 아직 개봉도 안했으니까요. ㅋㅋ 이번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개봉하니까 보러 오세요. 참! 『노들바람』 봄호가 나올 때쯤이면 영화제가 끝났겠군요.(아 몰랑) 지금부터 아무도 못 본 영화에 대해 얘기할 거예요. 형식은 자문자답. 내가 묻고 내가 답한다는 말이죱. 벗, 감정이입을 위해 ‘똥싸네21’ 기자가 묻고 내가 답할 거예요.
● 싸네21: <묻지마 흥신소-광화문 불나방>은 왜 만들었나요?
◦ 밍: 글쎄요. 왜 만들었을까요? 저도 그게 궁금해요. 어쩌다보니 만들게 되었네요. 세상살이가 어쩌다의 연속 아니겠어요?
● 싸네21: 정말 싸는 소리만 하시네요. 그냥 갈까...
◦ 밍: <묻지마 흥신소-광화문 불나방>은 2016년 서울시인권담당관 지원 사업으로 선정돼 만들게 되었어요. 노들야학의 큰 기둥, 배승천 활동가가 사업을 써서 선정된 이후 지예와 제가 극본, 연출을 하고 장판의 큰 기둥, 장호경 활동가가 촬영, 편집을 맡아줬어요. 연기자는 노들야학 교사&학생 그리고 장판의 활동가 중 꼬시고 꼬셔서 먼저 넘어오는 순서대로 섭외했습니다.
● 싸네21: 그렇군요. 진작에 그렇게 성실히 대답해 주지 그러셨어요.
◦ 밍: 췟!
● 싸네21: 얘기를 듣자하니 배우 캐스팅 과정이 엉망이었네요. 아직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연기도 엉망일 거 같은데... 연출하면서 속상했겠어요.
◦ 밍: 당신 질문이 더 엉망이라 속상하네요. 사실 시나리오 작업부터 배우들이랑 같이 했어요. 제가 한 일은 장애인&비장애인 배우들의 경험담 혹은 전해들은 이야기를 글로 옮겨 적는 거예요. 제1막 <‘사랑’ 같은 소리 하고 있네>의 시나리오는 배우 오지우 씨의 실제 경험담에 약간의 MSG만 쳤다고 볼 수 있죱.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를 본인이 직접 연기 했어요. 그것도 현장에 있던 모든 배우, 스텝이 화들짝 놀랄 정도로 열연을 펼쳤죱. 그런 열연이 가능한 건 본인의 이야기니까 가능했겠죱. 2막, 3막도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그것이 우리 영화의 힘인 것 같아요.
● 싸네21: 그렇군요. 엉망이라는 말은 취소하고 사과하죠.
◦ 밍: 사과는 받아주겠는데 말투는 왜 따라하는 거죱?
● 싸네21: 아. 혼자 북치고 장구치다보니 헷갈리네요. 흠흠. 영화가 총 3막으로 구성돼 있나요?
◦ 밍: 네. 이렇게 구성돼 있죱.
제1막 <‘사랑’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제2막 <‘양심’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제3막 <‘가족’ 같은 소리 하고 있네>
● 싸네21: 각각의 제목이 독특하네요. 제목 정하실 때 심사가 뒤틀려 계셨나봐요.
◦ 밍: 그죱? 제대로 보셨네요. 우리사회에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뒤틀린 심사를 뒤틀고 싶었어요.
● 싸네21: 그게 멍미?
◦ 밍: 예를 들면, 1막에서 지우는 승천을 사랑하고 승천도 지우를 사랑하죱. 하지만 그 둘의 사랑은 다른 사랑이에요.
● 싸네21: 그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에요?
◦ 밍: 심플하게 설명하면 지우는 승천을 LOVE 하지만 승천은 지우를(음......) 동정한다는 말이에요. 유갓잍? 좀 더 솔직히 얘기하면 지우는 승천을 ‘남자친구가 될 수도 있는 아주 친한 사람’으로 보지만 승천은 지우를 ‘내가 도와줘야 하는 불쌍한 사람’으로 여기는 거죱. 근데 그게 사람 미치고 팔짝 뛰게 만들어요. 승천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지우가 가슴 속에 품은 연정을 쓰레기통에 처박은 거예요.
● 싸네21: 아니, 그렇게 깊은 뜻이?! 2막은요?
◦ 밍: 내용도 짧은데 다 얘기하면 어떡하죱?
● 싸네21: 알아서 짧게.
◦ 밍: 2막도 배우의 자전적인 내용이죱. 장애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차고 있던 기저귀까지 보여줘 가며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양심 따위의 감정은 사치에 가깝다고 할 수 있죱. 살기 위해 양심을 버리길 강요하는 세상의 뒤틀린 심사에 대한 얘기예요.
● 싸네21: 3막은?
◦ 밍: 거기까지! 여기까지만 하죱. 인터뷰하기 귀찮아서 이러는 건 절대 아니에요.
● 싸네21: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원래 계획은 3막까지였는데 쓰다 보니 힘들어서 중간에 끊었다고 하던데...
◦ 밍: 소식이 빠르시네. 3막은 가족같이 대해주는 좋은 시설을 찾아 자식을 시설에 보내려는 엄마와 세상에 좋은 시설은 없다고 믿는 자식에 대한 내용이죱. 본격적인 내용 전개는 다음 영화에서 이어질 예정입니다.
● 싸네21: 흥신소 시리즈가 이어지나요? 언제쯤 제작하실 예정인지?
◦ 밍: 그건 온 우주의 기운이 모이는 날로 정할 겁니다.
● 싸네21: 문득 든 생각인데요, 흥신소 직원은 언제 나오나요?
◦ 밍: 참. 그 얘기를 안했네요. 좋은 질문이에요. 위에 말한 모든 사건이 흥신소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1막에서는 사랑고백을 성공하기 위해 지우가 흥신소에 의뢰하고 2막에서는 장애등급 유지를 위해 동림이 흥신소에 의뢰하죱. 의뢰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성된 흥신소 직원이 앞장서서 사건을 풀어가는 내용입니다.
● 싸네21: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세요?
◦ 밍: 연말에 하는 영화시상식 같은 거 보면 수상자가 나와서 감독, 배우, 스텝들 이름 일일이 불러가며 고맙다는 말 하잖아요. TV로 볼 땐 왜 저러나, 그냥 퉁 쳐서 고맙다고 말하고 끝내지 싶었는데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아요.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영화 초반에는 배우들이 반팔을 입고 있어요. 근데 중후반으로 가면 배우들이 잠바를 입고 있죱. 오랜 기간 동안 너무 많이 고생했어요. 그래서 너무 소중한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어요. 배우 김명학, 조은별, 김이준수, 정수연, 김지윤, 김호식, 오지우, 배승천, 김동림, 주은아, 허신행, 허율. 그리고 촬영편집 장호경, 진행 배승천, 대본.연출 김지예 정민구. 우리 모두 짱짱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