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봄 노들바람 110호 - [교단일기] 하마무가 하마무에게 인터뷰를 한다
【 교 단 일 기 】
하마무가 하마무에게
인터뷰를 한다
물어보는 사람:하마무
대답하는 사람:하마무
하마무 | 노는 사람. 페미니즘 아트의 실천 가능성을 모색 중.
하마무, 안녕하세요? 우선 노들과 어떻게 만났는지 알려주세요!
안녕하세요, 노들은 2011년 노동절이었던 거 같아요. 노들의 시위대는 대열의 최후미에 있었어요. 모두가 다 같은 걸음이 아니기 때문에 그랬던 거죠.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 이후에 조금씩 노들의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그럼 언제부터 미술반을 담당하게 되었나요?
작년 겨울이었나…? 그때 미술반을 담당했던 맥주샘이 갑자기 유학 간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원래 맥주랑은 친구여서 같이 여성주의 예술 활동도 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제가 길지 않지만 미술반을 담당하게 되었죠.
미술반을 담당하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있었나요?
음… 늘 재미있죠. 기본적으로 학생분들은 자신의 스타일이 있죠.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들이 있고 어떻게 보면 고집 세다고 할 수가 있어요. 예를 들어 “오늘은 자신의 얼굴을 그립시다” 뭐 자화상을 그리자는 수업인데요. 자기는 못 그리겠다, 그림 그리기 싫다, 딴 것 그리겠다, 등등 다들 자신이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좀 다양해요. 거기서 저는 고민이 되는 거죠. 제가 어릴 때 받았던 교육은 억지로 하게 하는, 어떻게 보면 폭력적인 교육이었어요. 하늘을 그릴 때 핑크색으로 그리면 안 되고 하늘은 하늘색으로 그리라는 교육이었죠. 저는 그게 너무 싫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노들 학생들한테 똑같이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근데요, 뭐가 재미 있냐면요. 자화상 수업 때 어떤 학생이 자기는 찬미를 좋아한다고 찬미를 그리겠다고 계속 핸드폰 사진만 보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학생보다는 좀 늦게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찬미 그림을 그렸고요. 아, 저희는 수업 끝나기 전에 그날 했던 작업을 발표하고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데요. 그때 그 학생이 찬미 속에 자신이 있다고 이야기 하는 거예요. 여기에는 안 그렸지만 여기 뒤에 자기가 숨어 있다는 거예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멋지고 재미있는 학생들에게 나도 배움을 얻고 있다고 느끼죠.
또 학생들과 미술관에 갔는데, 그때도, 아 이건 좀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학생들 중에 살면서 처음으로 미술관에 왔다는 학생도 계셨고 이야기를 하거나 큰 소리로 웃는 경우가 좀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우리를 쳐다보고 그랬죠. 근데 저는 그 학생들의 자유로움을 보면서 웃었어요. 학생들은 재미없다고 이런 그림을 자기도 그리겠다고 하는 거예요. 전시를 보면서 못 그린다고. 정말 웃겼어요. 사람들은 비싼 미술관에서 깨끗하게 전시 되어있는 그림을 조용히 보면서 “음~ 이 그림은 이런 부분이 모더니즘이 어쩌고…” 이렇게 보는 옆에서 시끄럽게 “못 그린다, 내가 더 잘 한다” 이러니까 분위기가… 정말 웃기죠. 행위 예술이라고도 할 수가 있었죠. 그 공간 자체가 기존의 권위주의적인 미술제도에 혼란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고 하면 혼나겠죠. 아무튼 저는 미술이 그렇게 고급스럽고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본주의 속에서 모든 것이 상품화 돼버렸지만, 예술도 그 속에서 저항을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자신이 원하는 예술을 하는 것이고요. 우리 사회에서 예술도, 장애인도 어떻게 보면 생산성이 없다고, 노동력이 없다고 사회에서 차별을 받아 왔다고 생각해요. (이 이유만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요) 오히려 저는 그 쓸데없는 존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의 우리는 모두가 예술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고, 이미 그러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쓸데없는 존재가 됨으로써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것 같아요.
미술반을 하면서 힘든 것이 있나요?
음… 저는 페미니스트로서 사는 노력을 하는 사람인데요. 장애인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을 늘 느끼죠. 비장애인들이 당연하게 해왔던 것들이 못 해왔다는 사회적인 맥락을 무시하면 안 되지만 결혼이라든가 이성 간 연애, 가족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표출하는 장면에 자주 만나요. 그런데 그런 성적 욕망을 포함한 욕망의 표출을 대부분 남성들이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장애인이라 해도 남성의 성욕은 어쩔 수 없다”라는 말들은 남성 중심 사회가 만들어낸 스테레오 타입이고 모든 여성들의 성적 욕망을 없애 버리고 여성을 억압하는 데 도움 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같은 장애인이지만 여성장애인과 남성장애인 간에 차이점, 또 남성 장애인과 비장애인 여성 간에 생긴 권력관계 등등 고민하는 부분은 정말 많죠. 근데 중요한 것은 계속 고민을 해나가는 것인 거 같아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러분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