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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노들은
편안함이다

노들을 추억하며

박소영 | 사회복지사, 평생교육사.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신택리지 활동가로 근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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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실습처를 찾아 여기저기 알아보았지만 실습할 곳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마음 가는 곳을 발견하였는데 바로 노들이었다. 아마도 이웃동네인 제기동에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 유치로 지역갈등이 생겼을 때, 사회구성원으로서 찬성해달라는 호소문을 가족과 함께 붙이고 다닌 후로 장애와 비장애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연락과 시간이 여의치 않아 망설이기도 했지만 다시 노들에 전화를 드렸을 때 흔쾌히 받아주셔서 기쁘고 고마운 마음으로 실습을 시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실습비가 없다는 말씀에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왔다.


노들의 첫인상은 낯선 듯하면서도 편안함이 있었다. 누구도 먼저 다가오진 않았지만 내치지도 않았다. 그리고 실습생을 담당하셨던 한혜선 선생님은 매우 친절하셨고 자율적으로 실습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그래서 말리는 사람도 시키는 사람도 없는 자기주도적인 즐겁고 자유분방한 실습을 하게 되었다. 기쁜 마음으로 실습을 나갔지만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때 마침 노들 학생인 수연 씨의 활동보조를 부탁받았다. 수연 씨는 내게 고마운 존재다. 나를 청솔1반으로 인도해 주었고 그녀를 통해 좀 더 빨리 야학에 적응할 수 있었다. 일 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일들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 중 하나가 수연 씨를 보조할 때 지민형님의 태도다. 처음 보는 내가 미덥지 않았던지 수연 씨에게 뭔가 하려고 하면 지민형님이 먼저 해버리는 모습이 나를 경계하면서 그녀를 지키는 것 같아 삼각관계에 빠진 기분이 들었었다. 지민형님과 당구를 치며 친해진 다음에 왜 수연 씨에게 잘해 주느냐고 물어보니 "아버지가 좋아서"라는 답변을 들었다. 마음 좋은 수연 씨의 아버지, 어머니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분들인 것 같았다. 또 하나는 정리맨을 자처하는 주원형님만 들어오면 늘 한 학생이 "나가~" 하고 소리침과 동시에 모두가 "나가!" 하고 외치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화를 내지 않고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머뭇거리다 가버리는 주원형님의 시크함은 지금도 미소를 짓게 한다.


그리고 여러 수업을 참관 하면서 교사와 학생들의 인내심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었으며 맞춤식 철학수업과 연극수업, 방송반 수업은 정말 훌륭했다. 모든 학교에서 이러한 수업이 이루어진다면 한국의 교육이 크게 발전할 텐데 말이다. 학부모로서 수업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이러한 반함은 애정이 가장 많이 가며 가장 기초반인 청솔1반의 보조교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도록 하였다. 그래서 야학의 허락을 받아 인근 학교에 다니는 딸에게 권하여 친구들과 함께 보조교사로 노들과 인연을 맺게 하였다. 지금은 딸의 후배들이 노들에 가고 있고 딸은 교사가 되기 위해 과정을 밟는 중이다.


나 외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와 다르다. 그 다름 중에 장애인도 포함될 뿐인데 특별히 다르다고 인식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편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식이 변화되려면 우리가 함께 섞여 살면서 부딪히고 자주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 그러므로 장애인들이 자립해서 생활할 수 있는 적극적인 사회제도가 필요하다.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며 노들이 지속적으로 외치고 있는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함께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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