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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들 은 사 랑 을 싣 고 】
안소진에 대한 탐문 조사
전 야학 상근자, 고양이 집사, 특수교사

최한별 | 밥보다 맥주를 좋아한다. 와인도 좋아한다. 비마이너 기자로 일한다. 이번 학기엔 야학에서 음악대 수업을 맡아 ‘이매진(Imagine)’을 연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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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박경석 고장샘과 안소진이 들다방에서 와인을 마시는 장면



맛있는 안주를 좋아하는 사람, 거대한 두 마리 고양이의 집사, 하이톤의 목소리, 작고 단단한 체구, 명랑한 눈. 노들야학에서 공식적으로는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있었고, 지금까지도 야학 핵심 인물들과 모종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 안소진 님.
나는 작년 8월부터 소진 쌤네 얹혀(!) 살고 있다. 두 마리 거대묘들에게 첫날부터 강력한 공격을 당했다. 피는 좀 나고 상처도 광역적으로 남았지만 어쩐지 괜찮았다. 소진 쌤이 특유의 명랑한 목소리로 엄멈머머 어떡해요 한별~ 너무 아팠죠? 하는 순간 어쩐지 안 아팠다. 이건 소진 쌤의 목소리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열에 여덟은 동의할 텐데, 소진 쌤의 목소리에는 뭔가...사람을 의연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의연하게 고양이의 발톱을 견디게 되고 의연하게 다음날 출근을 잊은 채 오늘만 살 만큼 술을 먹게 된다.
소진 쌤은 대학 새내기 때 노들을 처음 알게 되었다. 특수교육학과에 진학한 스무살 소진은 약속 없던 어느 주말, 동기가 과 카페에 올린 에바다 투쟁을 알게 되었고 ‘여기나 함 가볼까...’하고 그걸 또 실행했다(소진 쌤이 얼마나 활동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누가 주말에 늘어져 있다가 인터넷 게시 글을 보고 서울부터 평택까지 움직일 수가 있는가... 정말 놀라운 실행력이다). 거기서 소진 쌤은 노들을 알게 됐고, 나중에서야 밝혀진 일이지만, 새내기 소진이 풍문으로만 들었던 ‘감옥 간 과 선배’ 김도현도 노들 교사였다. 여기까지가 1차 인터뷰-를 빙자한 술자리-에서 들은 모든 것이다. 우리는 2차를 기약하며 헤어졌
다. 그런데...
우리는 분명 한 지붕 아래 사는데, 소진 쌤을 인터뷰하기가 어려웠다. 둘 다 외향적인 성격인 탓으로 해두자. 4월의 어느 날, 같은 동네 주민인 ㄱㅈㅅ 교사 대표의 생일파티 자리에서, 인터뷰는 ‘시민 케인’형 탐문조사로 노선을 변경해 급물살을 탔다. 이미 다른 사람들과 성북동에서 약속을 잡았던 소진 쌤은 우리가 2차로 간 모 술집에서 이미 4차 째 술을 먹던 모습으로 홀연히 우리 앞에 나타나더니 '인터뷰 좀 해달라'는 내 부탁을 뿌리치고 5차를 향해 나아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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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어느날 포장마차에서 '짠' 건배하는 안소진

 


한별(아래 별) : 소진 쌤은 어떤 사람이었나?
진수(아래 진) : 2010년에 처음 봤다. 산에 같이 많이 갔다. 등산을 좋아해서 지리산도 가고 덕유산도 가고 설악산도 가고 그랬다. 근데 내가 잠깐 쉴 때도 같이 산 가자고 연락 와서 깜짝 놀랐다. 그런 연락을 잘 하는 사람이다. 소진 쌤은 지금이랑 똑같다...
유미(아래 늄) : 난 산에 다니는 사람들 신기했어.
별 : 이제는 소진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이런 거 없나요?
진 : 술 많이 먹으면 많이 맞았어요... 전 여길(팔뚝 안 쪽을 가리키며) 많이 꼬집혔어요.
별 : 헉 너무 인권침해적인데.
늄 : 좋았던 거 아니야?
진 : (세상 역동적인 표정을 지으며) '악!' 이렇게 아파했죠... (정)우준이도 많이 맞았는데...
늄 : 지금과 다르게 술을 좋아했어요.
별 : 지금도 많이 드시던데...
늄 : 지금은 쨉도 안 돼.
진 : 예전에 준호랑 셋이 술을 먹었는데, 준호랑 소진이 엄청 취해서 내가 다 챙겨주고 계산하고 올라갔더니 둘이 날 버리고 도망간 거 있죠. 그날 비가 왔는데, 혼자 남은 나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오바이트 하고... 외로웠습니다.
늄 : 노들 사무국이 명륜동에 있던 시절이었는데, 소진은 사무국에서 일하는 사람이었고 나는 기자였어. 사무국 가면 사람들이 늘 술을 되게 많이 먹는데, 마치 자취방에서 술 먹는 것처럼 (후리하게) 먹는 거지. 한번은 내가 수미칩을 사갔대. 너무 비싼 거 사와서 깜짝 놀랐다 이 얘기를 몇 번을 하는 거예요. 그리고 또 나랑 같이 간 친구 한 명이 계란말이 해줬는데. 그걸 또
몇 번을 이야기... '평소에 먹어보지 못한 안주였다' 이러면서.
별 : 안주를 되게 좋아하셨나봐.
늄 : 응. 그랬고... 뭐랄까, 만나면 항상 술을 많이 먹게 되는 친구지. 지금은 진짜 먹는 게 아니야. 내가 성북동 이사 왔을 때, 지금으로부터 5-6년 전만 해도 동네에 가게가 없었어요. 편의점 하나, 쪼기 밑에 감자탕집 하나 있던 시절. 그랬다가 ‘구포국수’(말이 국수집이지 술집이다)가 생겨서 소진이랑 엄청 가고. 사장님이 조용하게 오래 많이 먹는다며 우릴 되게 좋아하셨어. 집도 가깝고 해서 많이 먹었고. 두 시 반에 국수집이 문을 닫으면, 소진이 더 먹어야겠대. 그러면 편의점 가서 맥주 사서 소진
집에 막 올라가서 먹고 그랬지.
별 : 소진 쌤 글은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날 듯... 아쉽다 요즘엔 왜 몸을 사리실까요?
늄 : 아무래도 출근을 일찍 하니까... (소진 쌤은 지금 의정부에 있는 '송민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별 : 아이고... 야학에 다시 오면 다시 많이 드실 수 있을까?
늄 : 아니. 이제는 나이 때문에... (일동 숙연)
별 : 야학에서는 어떤 과목 주로 가르치셨어요?
늄 : 청솔1반 국어 많이 했지. 내가 상근 시작했을 그 즈음, 상근을 그만둔대. 그러구서는 유럽여행을 다녀오고 임용 준비를 했는데, 거의 바로 됐어. 그것도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는...
별 : 녹음되고 있다고 포장하는 거 아닌가요?
늄 : 으하하하하 아닙니다. 우린 그래서 '아 특수교사 한 일 년 준비하면 되는 구나'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일동 다시 숙연)
별 : 와, 한다면 하는 그런 분이구나.
늄 : 응 대단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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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성북동에서 젤로 맛있는 낙지볶음과 소주 그리고 안소진



다른 사람에게도 물어보았다.
안소진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준호
내가 음악반 교사였을 때, 안소진이 사무국장이었는데 돈 없다고 키보드 안 사줬다. 그래서 공동 교사였던 임영희랑 나랑 둘이 중고를 사서 나중에 받았다. 그때 진짜 치사했다.

우준
소진 누나는 뭐 먹고 싶을 때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고 그거에 답해도 결국 자기가 먹고 싶은걸 먹자고 한다. 교사회의 뒤풀이할 때도 자기가 먹고 싶은 거 먹고 싶어서 자기가 주도해서 장소를 잡아. 거부하면 술 먹다가 취하면 엄청 꿍시렁거림.
그치만 소진 누나가 활동 그만두고 해외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당시에 수많은 교사들이 찬조금을 엄청 많이 줬다. 나도 내 첫 원고료 전부를 여비로 보태줌. 이런 걸로 봤을 때 소진 누나가 술 마시고 깽판도 많이 부렸지만 사무국장을 하면서 사람들
을 잘 챙겨서 나중에 야학 관둘 때 사람들이 여비로 마음을 표현한 듯하다. 또 야학 교사 관둔 후에도 계속 인연을 맺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잖아. 각종 행사에도 많이 오고. 그런 점에서 매우 드물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본다.


술 내음 사람 내음 물씬 풍기는 이 글을 정리하고 있자니 소진 쌤이 들려준 수많은 혜화동-성북동 맛(술)집이 머리를 스쳐간다.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가야지. 소진 쌤이 저번에 말했던 그 오뎅바에 쌤이랑 같이 가서 이 글을 읽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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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십대 시절 안소진. 야학 모꼬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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