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가을․겨울 109호 - 두 번째 ‘노란들판의 꿈’을 마치고
두 번째 ‘노란들판의 꿈’을 마치고
송정규 |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보 코디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년 『노들바람』 가을호에 처음으로 글을 한 번 쓴 적이 있는데, 다시 이렇게 지면으로 인사를 드리게 되네요. 제가 노들센터에서 활동한지도 이제 2년이 다 되어 가는군요. 활동하는 동안 저에게도 소중한 추억들이 많이 쌓였고, 그래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도 싶었는데, 마침 소식지의 한 페이지를 허락해 주셨네요. 그래서 가장 최근에 제가 본마당 사회를 보기도 했던 ‘2016 노란들판의 꿈: 아름다운 역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독서를 많이 하지 않는 탓인지 몰라도 글 쓰는 솜씨는 형편없겠지만, 그래도 몇 자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올 여름 노들야학의 승천이 형은 굉장히 바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형은 저에게 노란들판의 꿈 본마당 사회를 맡아 달라는 요청을 해왔습니다. 우선 한 번은 튕겼습니다. 바로 승낙을 하게 되면, 제가 밤무대를 망쳤을 경우 모든 화살이 저에게 꽂힐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지요(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전략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저에게 적어도 한 번은 더 제안을 할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승천이 형은 아마도 바빠서 그랬겠지만 그 이후 별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먼저 하겠다는 말을 하기는 자존심이 좀 상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흐르다 결국 제가 하겠다고 얘기를 했습니다(승천이형 미안).
그동안 노들센터에 행사가 있을 때 사회를 보기도 했지만, 노란들판의 꿈 행사 사회를 준비하면서 그 어느 때 보다 기대도 많이 됐고, 또 반대로 걱정도 많이 됐습니다. 잘 차려진 밥상에 밥숟가락만 놓으면 되는데, 실수를 해서 밥상을 엎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지요. 어쨌든 별 탈 없이 행사는 무난하게 잘 마쳤습니다. 그런데 행사가 끝나고 뒷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천막을 접다가 손가락이 찢어지는 사고가 있었고, 바로 옆에 있는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가서 봉합을 했습니다. 사실 저로서는 열심히 정리하다 다친 거라 처음에는 조금 억울한 맘도 있었는데, 많은 활동가들이 걱정을 해주고 관심을 가져줘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제 손가락에 대한 관심과 걱정은 2주 정도 지속이 됐는데, 결과적으로 손가락이 다치고 아픈 것 보다 일종의 관심병이 더 문제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이 저에게는 두 번째 노란들판의 꿈이었습니다. 작년과 올해 행사를 진행하면서 조금 아쉬웠던 것은, 노란들판의 꿈 행사만 하면 비가 왔다는 점이었습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비가 주르륵주르륵 내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굳은 날씨라도, 노들 사람들의 부푼 꿈을 깰 순 없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비가 내리고 차가운 바람이 쌩쌩 부는 그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끈끈하고 끈덕지게 삶을 위해 싸워온 활동가들,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이 멋진 사람들 앞에 서서 사회를 본다는 것은 나에게는 정말 큰 영광이었구나, 라는 생각을 새삼 해봅니다.
노들에서 활동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기분이 좋기도 하고, 신나기도 하고, 화나고 짜증나는 일들도 없지 않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제가 노들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점, 그리고 이곳에서 알게 된 활동가들, 활동보조인분들 모두를 존중하고 존경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