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름 108호 - [노들아 안녕] You Only Live Once!
[노들아 안녕]
You Only Live Once!
이승현 |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남성 자립생활주택 3개월 차 신입 코디네이터 & 활동가.
#1.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큰 인기와 더불어 이슈의 중심에 섰던 배우들이 「꽃보다 청춘」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현지에서 다양한 국적의 여행객들과 만나며 들었던 단어를 시청자들과 공유했다. YOLO. You Only Live Once의 약자, ‘당신의 인생은 오직 한 번뿐입니다’라는 뜻. 우리는 모두 눈을 감는 행위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눈을 뜨는 행위로 하루를 시작한다. 날마다 주어지는 이 하루가 마치 당연한 것처럼. 어쩌면 아침에 눈을 뜬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 자체를 우리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2. 나는 16살, 중학교 3학년 수학여행 때 장애인과의 첫 조우를 경험했다. 흔한 수학여행지인 청소년수련원이나 경주 등이 아닌 충북 음성 꽃동네로 갔던 터라, 좋든 싫든 2박 3일을 장애인들과 함께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두려움과 어색함으로 그 시간들을 보냈던 것과 다르게, 난 그들과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게임을 하며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님을 배워갔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의 관계는 시작되었다.
#3. 본래 나의 전공은 화학이었다. 그러나 진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하던 중, 나라는 존재가 가장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사회복지를 오랜 방황 끝에 다시 선택하게 되었다. 10년 만에 학부를 졸업하고 사회복지의 수많은 분야 중 장애인복지를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은 노들에 있다. 노들에서 나의 활동은 자립생활주택 코디네이터의 역할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학창시절 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무언가 도와주어야 하는 대상으로서 장애인을 대하던 접근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나는 이제 장애인의 권리를 찾기 위해 함께 싸워야 하는 위치에 있고, 현재의 이 상황이 여전히 조금 낯설다. 세달 여 간의 시간, 나는 그 사이 전경에게 둘러싸여 천막을 지켜야 했고, 시청과 구청 앞 그리고 길거리에서 팔뚝질을 하며 구호를 외쳐야 했으며, 빌딩 지하 강당에서 잠을 청하였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이었지 모를 일이 나에게는 낯선 꿈과 같았다.
#4.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 아니 해야만 한다. 길지 않은 시간 노들에서 활동을 하며 든 생각이다. 세상은 장애인의 인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장애인을 자신들과는 다른 존재로 여기며 사회의 낙오자로 낙인을 찍는다. 세상과의 소통은 보이지 않는 벽으로 막혀있다. 우리의 끊임없는 외침이 우물 안 메아리에 그칠지라도, 잠시 목을 축이려 들른 나그네의 귀에는 들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욱 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YOLO, 한 번 뿐인 인생. 천천히 함께 걸어가고 싶다. 누구나 평등한, 누구나 동등한. 조금은 느릴지라도 조금은 돌아갈 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