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름 108호 - 노들야학 후원마당 ‘밥상이 나르샤’를 마치고
노들야학 후원마당 ‘밥상이 나르샤’를 마치고
한혜선 오랜만에 국어수업을 맡아 학생들 얘기를 많이 듣는 게 즐겁습니다. 수업시간에 제 말은 좀 더 줄여볼라 합니다. 상근을 하지만 일보다는 노는 것과 술자리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제주도에서 2년을 쉬고 올라와서 제일 반갑고 놀라웠던 건 무엇보다 노들의 급식이었습니다. 그동안 노들에서 밥 문제가 얼마나 안타깝고 뜨거운 주제였는지 잘 알기에, 북적거리며 밥 먹는 풍경에 적잖이 놀랐고, 그 어려운 일을 노들이 해냈구나 하는 마음에 눈물이 다 날 뻔 했습니다.
하지만 노들의 밥상은 여전히 찌글뽀글 복잡하고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어렵게 시작한 노들의 급식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몸을 써야 하지만, 급식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단위마다 다 달라 쉽지 않습니다. 밥과 반찬이 많이 남아서 아깝게 버려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고, 그러다보니 뒷줄에 섰다는 이유로 밥과 반찬이 모자라 돌아서야 할 때도 있고. 누군가는 툭 던져진 말에 서럽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서럽다는 말에 또 서운하고.
이렇게 밥상을 둘러싼 소소한 사연들은 끊임이 없지만, 여전히 노들의 급식은 너무나 좋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밥 먹듯이 밥을 굶지 않아도 되고, ‘밥 먹었어요?’라는 인사도 맘 놓고 할 수 있고, 죄책감 없이 밥을 먹을 수 있고, 급식시간이면 온통 정신없이 북적거리는 풍경으로 인해 ‘불편한 복도’가 ‘평화로운 복도’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밥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소한 문제들은 그동안 노들이 해왔던 대로 천천히, 지혜롭게 서로를 다독이며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보다 노들 급식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걱정거리는 점점 쌓여만 가는 적자 문제입니다. 대부분 적은 수급비를 쪼개고 쪼개 한 달을 사는 우리 학생들에게는 밥값을 내리고 내려도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처럼 천 원, 이천 원으로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아니 우리 노들에서도 무상급식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무상급식의 열망을 담아 올해에도 어김없이 후원주점을 열었습니다. 3년째 주제는 ‘급식비 마련’입니다. 노들야학만이 아니라 노들 단위 전체가 함께 하는 ‘후원마당(주점, 바자회, 홍보부스)’이란 이름을 내걸고, 일찌감치 티켓판매에 돌입했습니다. 매년 티켓판매의 어려움만을 호소하던 분위기도 바뀌었습니다. 무상급식의 열망이 컸는지, 고장 샘의 다그침이 그 어느 때보다 컸는지(^^;)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노들의 급식을 얘기하고, 티켓을 내미는 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예년에 비해 티켓판매도 많이 이루어지고, 후원마당 당일에도 낮부터 찾아주신 분들로 꽉 들어차 정신이 없었습니다. 주점이 열리는 주차장 바깥 천막에서는 사단법인 노들이 준비한 바자회도 열리고, 노들센터, 센터판도 홍보부스를 열어 열기를 더했습니다. 급기야 6시가 되기도 전에 안주가 떨어지기 시작해서 대량으로 추가 장을 보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많은 분들이 노들야학 무상급식을 위해 정기후원 신청도 해주셨습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헌신적으로 수고해준 노들 사람들과, 잊지 않고 찾아주신 후원인들로 인해 노들야학 무상급식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노들야학 무상급식 실현을 위해 더 힘을 내봅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