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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내성천의 친구가 되어봅시다

 

 

 

박임당 | 수유너머N에서 주로 공부하고 있다가 작년 4월의 어느 날 노들야학의 낮 수업과 만나 바람이 났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부터는 야학의 신임교사가 되어 보았습니다.

(본문의 사진들은 함께 갔던 친구들이 찍은 것과 제가 찍은 것이 섞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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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차 투쟁 마무리 겸, 420투쟁 선포 겸 여의도에서 일박을 하고 난 다음 날인 327. 야학 침대에서 단잠에 빠진 한 여인네가 곤히 코를 골던 시각은 아침 8. 어제도 같이 잤던 우리들은 그날 아침에도 또 야학에 모여 있었다. 휴직을 미루고 있던 유미, 운전할 사람이 없어서 끌려온(?) 진수, 여의도 투쟁 현장에서 나도 갈래~’하며 급 결합한 증호, 그리고 나 임당. 노들야학과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차 두 대를 몽땅 빌려서 출발한 곳은 다름 아닌 내성천이었다. 도시재생운동과 생태운동을 하는 리슨투더시티의 멤버 박은선의 안내를 받아 우리는 4대강 공사로 파괴되어 가고 있는 예천 지역의 내성천을 답사하고 천변에 호두나무를 심으러 다시 12일의 일정을 나선 것이다. 야학 멤버와 리슨투더시티의 은선 외에도 별꼴의 유선, 두물머리에서 활동하는 슉슉, 알록, 새봄과 빈집의 광대까지 합해서 모두 10명이었다.

 

사실 쓸 말이 많지는 않다. 첫째 날 나는 내성천의 얕은 수면에 넋 놓고 발을 담그고 있다가 막걸리를 마시고, 나무를 잠깐 심는 듯하다가 막걸리를 마시고, 봄나물을 캐다가 막걸리를 마시고, 나무 잘 자라라고 고사를 지내다 막걸리를 마시고, 저녁을 해먹으며 반주로 막걸리를 마시고, 부러진 나뭇가지를 가지고 드림캐처를 만들며 막걸리를 마시고, 그리고 밤에도 새벽에도. 그러니까 결국 하루 죙일 막걸리를 마시며 보냈다.

 

둘째 날에는 바지를 한껏 걷어 올리곤 내성천에 오래도록 발을 담갔다. 모래톱에 누워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는 내성천에 살던 동물들 이야기를 듣고, 옥바라지 골목 이야기를 듣고, 일본 애니메이션 충사(蟲師)에 나온다는 광맥 이야기도 들었다. 그리고 청국장을 먹고 서울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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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에서 본 것들. 엄청나게 큰 새의 둥지, 밭두렁을 질주하는 중() 사이즈의 멧돼지, 4대강 공사를 반대하는 단 하나 남은 농가의 어르신들, 목이 쉬도록 짖어대는 겁 많은 강아지, 전답 중간에 떡하니 놓인 내성천의 친구들 비닐하우스, 모래 위 숨구멍을 파면 나오는 반질반질한 제첩알, 황새의 발자국, 발바닥이 다 잠기지 않을 정도로 얕기도 퍼렇게 깊기도 하지만 보드랍게 흐르는 순한 강, 거칠게 깎여나가고 있는 모래톱, 그 위의 메마른 풀들.

 

우리는 주로 깔깔대다가 왔는데, 돌아와서 하게 된 이야기들은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에 관한 것들이었다. 파헤쳐진지 오래인 모래강이 아직도 순한 얼굴을 하고는 우리를 꾸짖고 있는 것만 같았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가 심은 호두나무가 다 자라는 데는 7, 많게는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멀리 보는 싸움이라고,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은선은 이야기했다. 지금 내성천에는 4대강 기록관을 짓기 위해 지율 스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힘쓰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모여 손수 목재를 대패질하고 오일을 바르고 목재들을 서로 짜 맞추어 벽을 세웠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6월에는 지붕이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모래강과 오래도록 함께 지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은 더 있을지도 모른다. 우선 페이스북 그룹에서 내성천의 친구들로 분해 좋아요를 눌러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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