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름 108호 - 도대체 부정수급이 무어란 말이냐
도대체 부정수급이 무어란 말이냐
우리를 부정수급자로 몰아가다니, 뿔이 난다!!
조은별 | 노들야학과 사랑에 빠져 수년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수업 시간에 헷소리하는 것이 낙이다. 아플수록 술을 마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술 총량의 법칙을 믿지 않는다.
김포에서 활동보조서비스 중개기관을 이용하는 이용자들과 활동보조인들이 무더기로 경찰의 소환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이 한 문장만 봐서는 무슨 일인가 감도 잡히지 않지만, 그들이 소환당한 이유는 바로 ‘활동보조서비스 부정수급’이다. 부정수급이라니? 무엇을 말인가? 김포경찰서는 중개기관과 시청에 요청해 활동보조인과 이용자의 개인정보 600여건을 입수했다고 한다. 그리고 조사 후 30여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슬픈 증언이 이어졌다.
“나는 여자지만 남성의 활동보조를 한다. 경찰은 내가 여성이고 이용자가 남성인데 신변처리를 어떻게 다 하냐면서 나를 의심했다. 나는 그동안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생각해왔고, 한 센터장과의 관계도 ‘서비스 이용자와 제공자’였지 단 한 번도 ‘남성과 여성’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경찰의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치욕적이고 수치스러웠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경찰은 활동보조인이 어디에 다녀왔는지 언제 바우처 결제를 했는지 다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왜 활동보조를 하고 있을 시간에 대구까지 다녀왔냐’라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이용자와 함께 대구에 다녀온 것을 간과하고 말이다. 또 발달장애인 이용자의 활동보조인을 조사하면서 ‘이용자의 엄마가 그렇게 바쁘면 활동보조서비스를 사용할 게 아니라 이용자를 시설에 보내야하는 것이 아니냐’라고도 했다고.
김포경찰서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아마 활동보조서비스는 부정수급 투성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장애인이 김포에서 대구까지 장거리를 이동한다는 상상은 해본 적도 없고, 장애인을 보호해야한다는 생각이 투철해 제대로 된 보호자가 없으면 시설로 보내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진짜 무서운 건 김포경찰서만의 생각이 아니다.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국가부터 시작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정보원까지 골고루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의정부에 거주하는 한 활동보조인은 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부정수급 소명서를 제출해야했다.
“비가 와서 함께 병원에 약을 받으러 갈 수 없어서 이용자가 시키는 대로 혼자 약 타러 다녀왔다. 그랬더니 부정수급으로 의심받았다. 바우처 결제를 종료하고 다녀오라는데, 일 하러 다녀오는데 왜 그렇게 하나? 자기네들은 담배 피러 갈 때 퇴근하고 가나?”
우리가 한강 다리를 기어서 활동보조서비스를 만들 때에는 장애인이 김포에서 대구까지도 자유롭게 내려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었고, 가족의 보호 없이도 시설에 가지 않고 혼자서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었다. 부정수급으로 의심받으려고 만든 게 아니라.
그렇다면 왜 이렇게 우리를 의심할까? 김포경찰서는 도대체 왜 600여 건의 개인정보를 입수했을까? 바로 그것은 박근혜 정부의 복지재정 누수 방지 대책과 관련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부정수급자를 색출하겠다며 여러 차례 난동을 피운 바 있다. 대선 후보 때에는 ‘맞춤형 복지’를 외치던 정책은 복지부정 신고센터를 세우고 부정수급 파파라치를 만드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복지에 사용하는 돈이 아까운 거다. 주던 거 이유 없이 도로 빼앗을 수는 없으니 생각해낸 것이 ‘부정수급’의 굴레를 씌워서 야비하게 돈을 아끼는 것이다. 그러면 시민들에게는 ‘부정으로 새어나가는 세금을 막았다’라고 자랑할 수 있고 복지 예산도 줄일 수 있으니까.
박근혜 정부가 이런 정책을 강력하게 펼치면서 김포경찰서뿐 아니라 인천경찰서도 이미 2014년에 1,000여건의 활동보조인과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입수했었고, 사회보장정보원도 수시로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에게 전화를 돌려 감시를 하는 거다. 누가 부정수급을 저지르고 있다고 신고도 안했는데, ‘그냥 아무나 로또처럼 랜덤으로 걸려라’라고 기도하면서 계속 감시하는 거다. 정말 소름이 돋는다. 이건 활동보조서비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위에서 말했지만 박근혜 정부의 부정수급자 색출 정책에 맞춰서 공권력이 한국을 이 잡듯이 뒤지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도 그렇고 장애인연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제로 복지 사업의 소위 부정 수급률은 대부분 1%도 되지 않는다.
최근 전북 남원의 한 시설에서 직원들이 거주인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던 사실이 알려졌다. 남원평화의집전국대책위원회는 ‘평화의 집’ 시설에서 발생한 거주인 폭행 사건에 대해 해당 시설의 소유 법인인 한기장사회복지재단의 사과와 시설 폐쇄, 기부채납을 약속받았다. 아직도 시설 비리와 인권 침해 사건이 비일비재하다. 박근혜 정부는 진정으로 복지 재정 누수가 걱정된다면 이런 시설들을 한번 들여다보라. 정부가 이런 시설들은 장애인단체들이 찾아가서 해결할 때까지 손도 쓰지 않으면서, 고작 개개인이 바우처 카드를 언제 긁나만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열불이 난다. 우리를 감시할 바에야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데에 방해되는 요소들을 감시해라. 복지부정이라는 어쭙잖은 말로 우리들이 피땀 흘려 쟁취한 권리들을 모욕하지 말라.
우리 부정수급자라는 말에 떨지 말자. 활동보조인은 이것 때문에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그러지 말자. 그 떨림을 정부에 쏟자. 우리는 부정수급자가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놓은 제도를 당당히 이용하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하자. 박근혜 정부가 아무리 우리를 괴롭혀도 우리는 더 저항할 것이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 본문에 나오는 증언들은 『비마이너』에서 인용했습니다. 『비마이너』에서 ‘김포경찰서’를 검색하면 인용에 사용된 기사들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김포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한 사건이 궁금하시다면 더욱 『비마이너』를 주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