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봄 107호 - 노들바람을 여는 창
[노들바람을 여는 창]
안녕하세요, 김유미 활동가에 이어 『노들바람』 편집인을 맡게 된 노들야학 상근교사 김도현입니다. 노들야학은 제가 2000년에 첫 사회활동을 시작한 곳이고, 2003년 봄 휴직 후 장애인이동권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계간 『함께웃는날』 등에서 활동을 하다 만 11년만인 2014년 가을에 복직을 했는데요, 이렇게 『노들바람』을 직접 만드는 일을 하게 되니 왠지 감개가 무량합니다. 우리 『노들바람』은 재미있는 책인데, 사실 제가 참 재미없는 사람이라 이 일을 잘해낼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되기는 하네요. 하지만 노들이라는 삶의 공간 자체가 뽀그락 뽀그락 시끌벅적 우하하하 재미난 곳이니, 저는 그저 그 삶의 이야기들을 이 지면에 잘 옮겨다 붙이는 역할을 ‘조금만’ 하면 될 거라 생각하며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노들에서는 이번 학기에도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야학에서는 총학생회장단이 새로 선출되었고, 각 반 담임도 바뀌었고, 새로 수업을 맡은 신임 교사도 5명이나 됩니다. 노들센터는 권익옹호 활동가 그룹을 새롭게 조직하는 등 활동을 좀 더 현장 중심으로 개편했고요, 센터 판은 길음역 근처에 새로운 공간을 계약해서 4월 초에 이사를 하네요.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변화는, 노들의 근거지 중 하나인 동숭동 유리빌딩의 4층에도 교육 공간이 마련되면서 대대적인 공사와 이동이 있었다는 것이지요. 새롭게 확장된 노들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 호에 담지 못했는데요, 정리와 단장을 마치고 나면 다음 호에서 자세히 전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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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이 취임을 했지요. 이 분이 연초에 거대 법인 단체들이 주최한 장애계 신년인사회에서 “장애계와의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며 만들겠다고 밝힌 게 소위 ‘장애인정책 미래위원회’입니다. 최근 활동을 시작한 이 위원회에 어쩌다보니 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위원 자격으로 참여를 하게 되었는데요, 저는 소통까지는 뭐 좋은데 ‘화합’이라는 말은 왠지 많이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꿈꾸던 고(故) 송국현 동지의 억울한 죽음을 방조하고도 끝끝내 사과하지 않았던, 그 책임자를 뻔뻔스럽게도 다시 국민연금공단의 이사장으로 보냈던 저들과 우리는 과연 화합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요즘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ère)의 『불화』(길, 2015)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요, 그가 책의 제목인 ‘불화’(mésentente)라는 언어 상황을 규정하는 방식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불화는 하얗다고 말하는 사람과 검다고 말하는 사람 사이의 갈등이 아니다. 그것은 하얗다고 말하는 사람과 하얗다고 말하는 사람 사이의 (…) 갈등이다.”(17쪽) 저는 이 문장을 읽으며 무릎을 탁 쳤습니다. 우리도 ‘복지’를 이야기하고 저들도 ‘복지’를 얘기합니다. 우리도 ‘자립생활’을 얘기하고 저들도 ‘자립생활’을 얘기하지요. 그러나 우리가 얘기하는 복지와 자립생활은 저들이 얘기하는 복지나 자립생활과 말만 같지 실제로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탈시설’이라는 말도 그렇고요. 그래서 우리는 저들과 불화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그러한 불화가 제거된 화합이라는 게 랑시에르의 용어를 빌자면 ‘정치’가 실종되고 ‘치안’이 확립된 상황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더 나은 삶을 향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정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는 아마도 저들과 계속해서 불화할 수밖에 없겠지요. 코앞으로 다가온 소위 정치의 계절, 저희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당’ 활동에도 420투쟁에도 열심히 함께 하면서 우리의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도록 계속 불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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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노들바람』 107호는 노들장애인야학 후원마당 ‘밥상이 나르샤’ 티켓과 함께 독자 여러분들에게 전달이 될 텐데요,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 간 급식을 시행하면서 누적된 적자가 만만치 않습니다. 유리빌딩 4층에 새로운 공간이 생겨 좋기는 하지만, 공사를 하면서 불가피하게 진 빚도 맘을 좀 무겁게 하네요. 전해드린 티켓을 한손에 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지인 분들의 손을 꼭 잡고, 따땃한 봄날 5월 14일에 노들을 꼭 찾아 주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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