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봄 107호 - 알 수 있는 건, 모른다는 사실 하나!
알 수 있는 건, 모른다는 사실 하나!
노들장애인야학 신임 학생회장단 인터뷰
김진수 | 노들야학 상근 교사이고, 2016년 교사대표이기도 해요. 요새 취미는 점심시간마다 낙산에 올라 제가 살고 있는 곳을 보고 오는 거예요. 높은 곳에 올라 먼 곳을 보는 일은 언제나 좋네요.
2016년 1학기, 노들장애인야학 신임 학생회장단(총학생회장 정애경, 부총학생회장 김탄진, 총무 이호연)을 만났다. 너무나도 다른 그래서 웃픈(웃기고 슬픈). 뻔한 인터뷰라고 아는 체하지 마시길… 안다고 믿었던 하지만 몰랐던, 서로의 이야기.
진수: 『노들바람』 아시죠? 학생회장과 총무가 바뀌었으니까, 신임 학생회장단과 만난다는 기획으로 기사를 실으려고 해요. 사진도 찍고요. 제가 질문을 만들어 와야 하는데 갑자기 인터뷰를 해서 그러질 못했어요. 그래서 일단 그냥 생각나는 대로 하려고요. 제일 처음에 그럼 소감, 소감 말씀해주세요.
호연: 총무는… 해본 적이 없어가지고… 뭐 돈 만 아끼면 되지! 총무는!
(다 같이 웃음)
진수: 돈만 아끼면 되지~ 동의 하세요, 애경 누나, 탄진이 형? 다른 말 없어요? 누나 야학에서 오래 있었잖아요. 뭔가를 맡아서 한 게 처음이잖아요.
호연: 그냥 무덤덤… 무덤덤해. 아무렇지도 않아. 내가 전에 직장에서 있을 때, 경리직을 해가지고, 10년 동안 했어~
진수: 잘하시겠네요. 완벽한 총무네.
진수: 애경 누나는 어때요?
애경: 부회장 반장 다 해봤는데, 처음 회장을 맡아서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있었는데… 아무튼 맡은 일은 잘 할 자신 있어!
호연: 그러면 내년에 총무 하면 되겠네. 회장 부회장 반장 다 해봤으니까, 총무 하면 되겠어. 다음에.
진수: 탄진이 형이 총무 하는 건 어때요?
호연: 이 사람은 총무 하면 안 돼~ 총무는 여자가 해야 해.
진수: 왜요?
호연: 안 돼! 옛날부터 그런 게 있어. 남자가 총무를 하면 돈을 헤프게 써!
애경: 아니. 탄진이 돈 헤프게 안 써!
호연: 남편이라고 자꾸 그렇게 하지마~
애경: 아니 아니.
진수: 일단 탄진이 형 이야기를 들어봐요.
탄진: 나 헤프게 안 써. 돈 아껴. 알뜰해.
애경: 탄진이는 나보다 더 꼼꼼해.
진수: 알았어요. 탄진이 형 총무 얘기는 그만 하구요. 소감 말하다 여기까지 왔네요. 애경 누나 더 할 말 없으세요?
애경: 음… 내가 회장직을 잘 못 할 수도 있는데, 그럴 때 뒤에서 이야기 하지 말고 나한테 직접 말해 줬으면 좋겠어.
탄진: 나도.
진수: 아~ 불만 사항 같은 것들을 뒤에서 이야기 하지 말고 앞에서 해달라는 거죠?
애경: 응 그렇지! 그래야 고쳐 가지! 뒤에서 하지 말고.
진수: 탄진이 형은요?
탄진: 공약을 꼭 지킬 거야.
진수: 공약이 뭐였죠?
애경: 학교 결석 한 번도 안 하고, 집회 할 때도 빠지지 말고, 둘 다 개근 했을 때 상품권 2만원을 주는 것.
호연: 그거 어려울 텐데…
진수: 어려워야지 선물 받을 맛이 나지요.
애경: 학생들 안 빠지게 하려고. 지금 너무 많이 빠지니까. 빠지지 말라고.
호연: 뽀뽀해줘~ 올 출석 하면.
애경: 아이고 언니~야 언니야!
호연: 농담이야!
진수: 호연 누나는 총무로서 뭐 계획 같은 것 없어요.
호연: 잘하면 되지. 알뜰하게.
진수: 그런 것 말고 뭐 생각해본 건 없으세요?
호연: 총무라는 사람은 뭐라고 말할 수 없잖아.
진수: 새로운 총무의 역할을 만들어 갈 수 있잖아요.
호연: 글쎄요~ 자주 우리 만납시다.
모두: 좋아! 좋아요~
진수: 아~ 자주 만나자~ 그래요. 자주 만나서 우리 밥을 먹을 까요? 술을 먹을까요?
호연: 커피를 마시던지, 난 라떼를 만들 수 있어.
진수: 그럼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커피도 마시는 걸로 합시다. 우리 4층에 새로운 공간이 생기잖아요. 더 넓은 공간이 생기는데, 해보고 싶은 것 없으세요?
호연: 나 있지. 일일 호프 때 4층에서 해도 좋을 것 같아.
애경: 아니야 언니! 그건 안 돼. 밖에서 해야지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보고 올 수 있잖아.
호연: 1층, 4층 같이 하는 거지.
진수: 탄진이 형은요?
탄진: 보치아 하면 좋을 것 같아. 매일 연습할 공간이 없으니까.
진수: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의견들을 주세요. 회장 됐을 때 총무 됐을 때 걱정되는 것 없었어요?
호연: 걱정되는 건 없어. 해봐야 알지!
애경: 부딪쳐 보자. 부딪쳐야 뭔가 해결 되지, 안 하면 몰라~
진수: 그래요. 해봐야 알죠! 아까 말 한 건데, 학생들이 야학에도 잘 안 나오고 집회 현장에도 많이 안 나오는 게 가장 큰 걱정거리여서 아까 그런 공약을 낸 거잖아요. 다른 학생들도 그런 걱정을 하시겠죠?
애경: 응. 그렇지. 어떨 때는 나 혼자 공부 한 적도 있었어. 비 많이 온 날.
탄진: 난 두 명!
호연: 나랑 탄진 씨랑 들었잖아.
진수: 두 분만요? 비가 문제네.
호연: 차라리 비오는 날엔, 아예 문 닫지 그래.
애경: 그럼 맨날 문 닫아야해. 비 온다고 문 닫고, 눈 온다고 문 닫고, 그럼 뭐 할 거야?
호연: 눈 올 때는 와야지.
모두: 하하하~
애경: 나 미치겠네.
호연: 그거는 비랑 달라.
진수: 보슬비는 어때요?
호연: 그건 괜찮지. 보슬비는 괜찮은데, 소나기나 장대비 올 때는 사람들이 진짜 하나도 안 와.
진수: 그럼 함박눈은? 함박눈 내리는 데 엄청 추워요, 그럼 어때요?
호연: 눈은 괜찮아. 눈은 오면 탁탁 털면 대충 치워져. 근데 비가 와 봐. 턴다고 되나.
진수: 근데 그건 누나 입장이구. 전동은 오히려 눈 오면 다니기 힘들잖아요.
호연: 나도 몇 달 있으면 전동 생길 수 있어.
진수: 누나도 생겨요? 신체장애가 없어도 생기나?
호연: 나도 장애인이잖아. 어떻게 하면 생긴데~
진수: 누나 장애가 뭐에요? 말해 줄 수 있어요?
호연: 정신장애하고 뇌병변~ 그리고 청각장애도 있어. 그 두 가지가 복합이야.
진수: 전에도 이렇게 정신장애인이랑 신체장애인이 같이 직책을 맡은 적이 있었나요?
애경: 없었어.
진수: 이렇게 장애 유형이 다른 사람끼리 직책을 맡은 게 처음인 것 같아요. 처음이니까 서로에 대해 잘 모르잖아요. 서로의 장애를 알아가는 계기도 되고 좋을 것 같아요. 이번 기회를 통해서, 얘기도 속 시원히 하고, 같이 밥도 자주 먹고. 그런데 다들 야학에 오신지 얼마 되셨어요?
애경: 나 8년.
호연: 난 모르겠어.
탄진: 호연 씨는 20년?
진수: 이렇게 서로를 몰라요. 한 공간에 같이 오래 있었는데.
호연: 나 대충 아는데~
진수: 개인적인 얘기야 사생활이니까 할 필요 없어도, 서로의 장애를 아는 건 좋지 않을 까요? 그래야 함께 뭔가를 할 수 있지 않겠어요?
탄진: 번호 좀 줘!
진수: 호연누나 번호요?
탄진: 응
애경: 나도 알려줘.
진수: 그럼, 지금 교환하세요. 마지막으로 노들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 없어!
애경: 없어. 더 해봤자, 그 얘기가 그 얘기야.
진수: ㅋㅋ알겠어요. 그럼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당!
총무를 뽑는데 얼마간 진통이 있어서 걱정을 했는데, 인터뷰를 하는 내내 즐거웠다. 그 분위기를 여기에 다 담아내지 못해 아쉽다. 아무튼 인터뷰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모른다는 것, 앞으로도 알 수 없다는 것, 그렇기에 알아 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2016년, 서로를, 노들을, 세상을, 알아가는 한 해가 되길. 노들야학 학생님들 선생님들 모두 모두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