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봄 107호 - [교단일기] 나의 몸짓을 찾아서
[교단일기]
나의 몸짓을 찾아서
김미진 | 노들야학 연극반 교사. 연극이라는 도구를 통해 앞으로도 얼마나 잘 놀면서 사람들과 만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음. 그런데 사실 사람보다는 동물을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함.
○ 그/그녀들의 몸에 대하여
[김탄진]
어깨: 잘 안 움직인다. 근육이 많이 뭉쳐서 아픈 일이 많다.
팔: 조금은 자유로운 편, 오른팔이 더 잘 움직인다.
손: 오른쪽이 더 편하다. 왼쪽 손가락은 잘 움직이지 않는다.
목: 약간 잘 움직인다.
다리: 무릎으로 길 수 있다.
발: 발가락도 움직인다.
얼굴: 얼굴 전체는 잘 움직이는 편, 입술도 잘 움직인다. 혀의 움직임이 어렵다. 발음이 어렵고 씹는 움직임이 어렵다.
허리: 잘 굽혀진다.
눈: 난시가 있다.
*왼쪽 어깨부터 팔까지가 강직이 제일 심하다.
[문혜란]
어깨: 왼쪽 어깨는 잘 움직이는데, 오른쪽은 어렵다.
팔: 역시 왼쪽은 더 자유롭다. 오른쪽이 더 굳어 있다.
손: 역시 왼손이 더 자유롭다. 손가락도.
목: 자유로운 편이다.
다리: 못 움직인다. 바닥에 아주 조금 길 수 있다.
발: 왼발은 조금 움직인다.
얼굴: 잘 움직이는 편, 입술, 씹는 것은 잘 되지만, 혀의 움직임이 어렵다. (발음이 잘 안 된다.)
허리: 허리는 잘 굽혀진다.
눈: 시력은 좋다.
*집이 아닌 낯선 바닥 공간에서는 움직이기가 어렵다. 왼손, 왼쪽이 강직이 가장 심하다. 저녁에 자기 전에 근육이완제를 먹는다.
[김명학]
어깨: 잘 움직이는 편이다. 양쪽 다.
팔: 양쪽 다 잘 움직이는 편이다.
손: 둘 다 불편한 편이지만 오른손을 더 잘 쓴다.
목: 목은 자유롭다.
다리: 양쪽 다 쓰기 어렵다.
발: 양쪽 다 어렵다. 발가락도 잘 안 움직인다.
얼굴: 자유롭다. 말도 잘한다.
허리: 허리는 둔한 편이다.
눈: 좋지 못하다. 오른쪽 시력이 나쁜 편이다.
* 다리의 강직이 심하다. 심하게 움직이면 이(틀니^^)가 빠질 수 있다.
[박지호]
어깨: 오른쪽 어깨에 탈골이 있다. (고칠 수 없다고 한다.) 어깨 움직임이 어렵다.
팔: 왼쪽은 조금 움직일 수 있지만, 오른쪽은 어렵다. (오른쪽 팔이 뒤로 돌아가 있다.)
손: 역시 왼쪽을 쓸 수 있다. (왼쪽 손가락은 잘 움직인다.)
목: 목은 자유로운 편. 왼쪽으로가 더 편하다.
다리: 왼쪽 다리가 더 자유롭다.
발: 왼쪽이 움직인다.
얼굴: 얼굴 근육은 자유로운 편이다.
허리: 허리는 굽혀진다.
눈: 안 좋은 편. 근시, 난시가 있다.
* 왼쪽 어깨 탈골로 매우 아플 때가 있다. 근육이완제를 4시간에 한 번씩 먹는다. 근육이 뻣뻣해 질 때 가장 힘들다. 호흡이 힘들 때도 있다.
[장애경]
어깨: 왼쪽이 더 자유롭다. 오른쪽은 잘 안 움직인다.
팔: 왼쪽이 더 자유롭다.
손: 왼손은 자유롭다. 오른손은 어렵다. (왼쪽 손가락이 손을 다치게 해서 붕대를 감아야한다.)
목: 목은 자유로운 편이다.
다리: 왼쪽 다리는 움직일 수 있는데, 오른쪽이 어렵다. 왼쪽 다리에는 떨림이 있다.
발: 왼쪽 발은 움직일 수 있다.
얼굴: 얼굴 근육은 자유로운 편. 입과 혀도 편하다.
허리: 허리도 잘 굽혀진다.
눈: 근시가 조금 있다.
* 심하게 무리하면 왼쪽 자유로운 쪽도 아플 때가 있다. 근육이완제를 저녁에 한 번 먹는다.
위의 내용은 연극반에서 처음 몸짓 찾기 수업을 시작했을 때 몇몇 분들과 나의 몸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눈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생각보다 우리는 서로에 몸에 관해서 모르는 것이 많았어요.
연극반과 함께 한지도 어언 4년이 됐어요. 우아~ 정말 신기하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이렇게 오래하게 될지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언제 이렇게 시간이 갔는지요. 몇몇 분은 오고 가기도 했지만 지금의 연극반 학생들이 고맙게도 4년이라는 시간을 늘 같이 해줬어요. 그래서 지금의 저에게 야학의 연극반 수업은 단순한 수업이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연극을 통해서 저와 함께 동고동락하며 같이 가는 그런 시간이자 공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연기에서 말과 행동은 가장 기본적인 기술인데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그 고민부터 시작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가능하다, 가능하지 않다’보다는 무모할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시도들이 그냥 재미있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간 우리들의 이야기로 연극도 만들어 봤는데, 더욱 간절해 진 것은 우리만의 표현 방법을 찾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신체적․공간적인 측면의 제약도 생각해볼 문제였지만, 좀 더 우리다운 언어를 찾고 싶고 그것을 통해 표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제 시선일 수도 있지만 연기를 하거나 표현을 할 때 다리 역할을 하는 휠체어 역시 몸을 옥죄고 있는 도구로 보일 때도 종종 있었고요.
휠체어에서 내려와 몸을 써보자! 처음 이 제안을 연극반에 했을 때는 모두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지요. ‘휠체어 위에서도 잘 움직이지 못하는데 바닥에 내려와서 무엇을 할 수 있겠나?’라는 것이 대다수의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간 학생 분들을 만나오면서, 우리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확신 같은 것이 있었어요. 이런 무모한 생각들을 이해해 주시고 또 몇몇은 즐겁게 생각하시기도 하며 어쨌든 시작을 했습니다. 나의 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타인이 보는 내 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몸 다스리기, 몸에 대한 감각 훈련 등을 해나갔어요. 촉감 훈련 때 지호 씨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눈을 감고 파트너의 손을 찾아보는 것이었는데, 태어나서 엄마의 손도 이렇게 만져본 기억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어쩌면 지호 씨뿐만 아니라 온몸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누군가의 손이나 몸을 만져본 기억이 몇 번이나 될까라는 생각도 잠시 했습니다. 우리 학생 분들은 아마도 더 그런 경험이 없지 않았을까라는 생각과 함께요. 지금 저희 수업은 자신의 몸뿐만 아니라 서로의 몸을 이해하고 그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몸짓에 대해 가장 두려움이 많았던 지호 씨는 연극반에서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아주 잘 움직이시고 표현력도 좋아지셨습니다.
지난 학기를 마치며 다른 특활 수업반과 공동으로 특활반 발표회를 했는데요, 많은 분들이 우리 수업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어요. 공유하는 데 적극적이지 못했던 제 자신을 반성하며, 같이 하면 좀 더 풍요로워지고 즐거워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배웠습니다. 갈 길이 멀고, 그리고 방법을 몰라서 더디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찾아가는 과정이 의미 있고 재밌어서 다행입니다. 다음 학기에는 작은 이야기를 하나 만들어 보는 것이 목표에요. 각자 흥미로운 주제들을 제안해 주셨는데, 이것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또 살짝 고민이 되네요. 이 글을 읽고 몸짓에 관해 흥미를 느끼신 학생 분과 교사 분들, 모두 모두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