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봄 107호 - [교단일기] 이러쿵저러쿵 방송국의 이런저런 이야기
[교단일기]
이러쿵저러쿵 방송국의 이런저런 이야기
허세준 | 노들야학에서 드문드문 수업을 한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있지만 영화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 현재 졸업 작품을 준비 중이고, 졸업 후에 뭘 해서 먹고 살지 걱정 중이다. 오래된 장난감을 모으고 바이크를 탄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두 학기 동안 현정민 선생님과 함께 방송부 수업을 진행한 허세준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작년 이맘때 쯤 『노들바람』 지면에 신임교사 소개를 통하여 처음 인사를 드린 것 같습니다. 노들야학에 첫 발을 디딘지도 햇수로는 3년이 되어갑니다. 저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기로 야학을 알게 되었습니다. 촬영과 함께 보조교사로 활동을 하다가 자연스레(?) 신임교사 과정을 밟게 되었고, 2015년에 수학 2반(1학기)과 방송부 수업을 맡았습니다.
방송부를 알게 된 것은 작년 교사수련회 때였습니다. 정민 선생님이 새 학기에 특활반 수업으로 방송부를 개설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라디오 방송을 제작하는 수업이라니,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정민 선생님께 수업 보조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고, 결국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정민 선생님과 한 주 씩 번갈아 가며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제 전공이 영화(영상)이긴 하지만 라디오 제작이나 방송에 관한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수업에 앞서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버벅대면 어쩌지 하며 온갖 걱정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당장아(‘당신은 장애를 아는가’의 줄임말) 팟캐스트를 만든 경험이 있던 정민 선생님이 계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된 수업엔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를 하셨습니다. 저는 이분들에게 라디오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했습니다. 갑갑한 시설에서 라디오를 즐겨 들었던 분도 있고, 직접 방송을 해본 분도 있었으며, 홀로 남은 집에서 음악이 나오는 라디오를 들으며 하루를 보내는 분도 있었습니다. 저마다 라디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계신 것이 참 좋았습니다. 라디오를 즐겨 듣는 것만으로도 방송부에 들어오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우리 방송부의 취지는 이렇습니다. 학생이 교사의 일방적인 가르침을 받고 공부하는 수업이 아니라, 라디오나 방송 제작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여 스스로 방송을 제작하는 동아리 형식의 특활반을 만드는 것. 물론 초기에는 라디오 제작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필요했기에 이에 대한 개론적인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매 방송마다 학생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왔습니다. 아직은 교사의 역할이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방송부가 쭉 유지가 된다면) 언제가 방송부는 교사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동아리가 될 것입니다.
주절주절 쓰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을 빼먹을 뻔했습니다. 우리 방송부가 만든 방송국이 있습니다. 이름하야 ‘이러쿵저러쿵 방송국’. 우리가 살아가면서 나누는 이러쿵저러쿵,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방송에 담아내자는 취지로 만든 이름입니다. 야학에서 있었던 웃지 못할 짝사랑 이야기를 단막극으로 만들기도 했고, 설문조사를 통해 야학 급식 베스트와 워스트를 뽑아보기도 했습니다. 방송반을 위해 야학에서 새롭게 구축해 준 방송시스템을 이용해 생방송으로 총학생회장 후보 공약도 들어보았고, 후원주점 때는 부스를 차려서 손님들의 사연과 함께 신청곡을 틀어주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수많은 이러쿵저러쿵한 이야기들을 모으고 또 모아서 여러 방송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지면에서 소개하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이 노들야학 팟캐스트에 업로드 되어 있으니 많은 분들이 청취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방송부는 참 재밌습니다. 녹음을 할 때에도 어김없이 여기저기 훈수를 두는 주원 형을 놀리며 깔깔대기도 했고, 걸핏하면 ‘싫어! 안돼!’를 외치는 남옥 누나의 개그는 다시 떠올려 봐도 재밌습니다. 시의적절한 때에 던지는 수연 누나의 추임새도 이젠 없어서는 안 될 음향 효과가 되었습니다. 동림 형과 영애 누나가 해주시는 깊이 새겨 들을만한 이야기들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아직 서툴지만 열정적인 엔지니어 기훈 형과 매주 재밌는 이야기를 가져오는 상용 형, 그리고 에이스 작가 상우 형 덕분에 방송이 더욱 풍성해 졌고, 언제나 성실한 기영 누나의 진행은 방송부가 활기를 띨 수 있게 하는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이렇게나 매력적인 방송부원들이 이끌어가는 이러쿵저러쿵 방송국은 올해에도 웃음꽃 피는 방송국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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