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봄 107호 - 저 일등 먹었어요!
저 일등 먹었어요!
AAC(보완대체의사소통) 기기를 이용한
‘2015 전국 뇌병변․언어장애인 의사소통 웅변 경진대회’ 참가기
이상우 | 1982년 전주에서 출생. 충북 음성 꽃동네 희망의 집에서 23년간 생활함. 현재 노들야학 학생
작년 가을 어느 날,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받고 보니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아래 한뇌협)에서 온 전화였다. 그쪽 협회에서 나와 함께 프로그램 교육을 진행하고 싶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그것은 AAC(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보완대체의사소통) 기기를 사용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었고, 이 교육을 거쳐 ‘2015 전국 뇌병변․언어장애인 의사소통 웅변 경진대회’에 참가를 하게 되는 거였다. 그때까지도 ‘AAC’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알고 보니 AAC란 우리의 의사소통을 보조하고 도와주는 친구 같은 기기였다. 실제로 나 또한 자주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프로그램 교육이 시작되었고, 며칠 후에 각조의 조원들이 발표되었는데 내가 속한 조는 2조였다. 그리고 조장까지 맡게 되었다. 그 후에 조별로 과제가 주어졌는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주제는 장애인 편의시설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우리 조는 조모임 또한 진행하게 되었다. 조모임 장소는 내가 현재 거주하는 평원재로 결정하였다.
우리 조원들은 서로 시간을 협의하여 주말에 드디어 첫 모임을 가졌다. 조원들을 위해 미리 준비해 놓은 과자와 음료를 나눠 먹으며 과제 원고에 들어갈 내용들을 서로 논의하고 공유하기 시작했다. 공유한 내용을 정리, 작성하는 데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날 하루 만에 끝낼 수 없다는 생각에, 일단 조원들을 더 늦기 전에 집에 보내야만 했다. 원고 제출일이 바로 코앞이다 보니 원고를 어느 정도라도 마무리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게 되었다.
그날 이후로도 마감 직전까지 원고를 수정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수정을 하고 최종적으로 완성을 하여 한뇌협에 무사히 원고를 제출하게 되었다. 원고는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고, 발표회에 쓰일 동영상 촬영이 남아있었는데 나는 한 가지 고민에 빠졌다. 동영상 촬영 장소를 구하는 것 때문이었다. 그 부분은 다행히 한뇌협의 윤소라 간사님께서 도와주셨다. 그리하여 웅변 경진대회에서 사용할 동영상 촬영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다.
마침내 ‘2015 전국 뇌병변․언어장애인 의사소통 웅변 경진대회’ 날이 되었다. 전체적인 발표내용은 AAC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상황 차이에 대한 설명이었다. 실생활에서 흔히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일기 형식으로 나열하였으며, 내용 전반에 탈시설 장애인이 가장 먼저 겪는 문제가 의사소통이라는 걸 최대한 강조하였다. 그리고 발표 내용이 사람들에게 좋게 받아들여졌는지, 우리 2조 ‘거침없이 질주팀’이 일등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
이번 웅변대회를 준비하면서 많이 힘들었지만 조원들의 호흡이 무척 잘 맞았고, 준비 기간 내내 서로 불평불만 없이 너무나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유지되었다는 것에 대해 조장으로써 너무나도 고맙게 생각한다. 일등을 한 것도 좋지만 그러한 준비의 과정이 나에게 무척 뜻 깊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