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봄 107호 - [노들아 안녕] 회자정리 거자필반 노들!
[노들아 안녕]
회자정리 거자필반 노들!
이라나 | 라나라나라나라나 날 좋아 한다고~ 사랑받고 싶은 청순한 소녀, 꽃 단 돼지 라나에요^^*
서울에 처음 상경해서 겪었던 8개월의 고독, 콜센터 일의 잔혹함. 그러고 나서 나는 노들과 처음 어떻게 만났더라? 지금은 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연 언니의 남편이자, 자칭 나의 초등학교 대선배님이자, 사회복지실습 슈퍼바이저였던 순규 선배, 그가 영하의 날씨를 웃돌던 2008년 2월의 어느 밤 마로니에공원 중앙에 근엄하게 설치된 천막으로 나를 인도하시었다. 근엄하다는 표현은 노들 천막야학을 접한 첫 이미지였다. 허름한 것이 아닌 마치 으슥한 대궁전 같았다.
그곳에서 시작된 신임교사 활동의 약속으로 지금까지 나는 노들센터에서 활동했다. “너의 재능이 이곳에서 좋은 힘이 될 것 같다”는 달콤한 유혹을 차마 뿌리치지 못했던 탓이다. 활동을 시작하고 3~4년까지는 오랫동안 길들여진 습관들로 인해, 장애운동에도, 노들에도, 그리고 나에게도 홍역을 치르게 했던 것 같다. ‘좋은 게 좋은 거지!’, ‘힘들게 공부하러 나왔음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냐!!’, ‘사람들이 왜 저렇게 냉정하지ㅠㅠ’ 등등. 지금 생각하면 웃프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조금씩 내게도 무언가 싹트기 시작했다. 인권교육, 동료상담, 그리고 일상이 된 운동현장 등이 나를 고독과 잔혹함 속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건, 라나의 거칠고 안하무인 같은 성질을 끝까지 인내해 주고 받아준 노들의 동료들! 하지만 지금은 2008년부터 함께 한 이 노들이라는 공간에서 떠난다. 떠남의 이유는 명쾌하게 정리하지 못하지만 돌아옴의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교장 샘이 송별회 때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을 이야기 하셨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또 헤어진 이도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뜻이다.)
노들과 함께하는 일상의 공간을 떠나지만, 지금과 전혀 다름없는 마음으로 또 노들의 문을 두드리고 인사하고 그럴 거 같다. ‘노들아 안녕 안녕(bye)’은 아직까지는 ‘노들아 안녕 안녕(Hello)’처럼 기억될 것 같다. 감사해하며 함께 나누고픈 저 만치 지난 기억들과 앞으로 해 내고 싶은 일들에 대한 약속들이 꿈틀대기에! 그리고 내가 지금 가장 좋아하는 이 문구를 항시 기억되게 해 준 곳도 이곳이니!!
만약 당신이 나를 도우러 여기에 오셨다면,
당신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여기에 온 이유가
당신의 해방이 나의 해방과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함께 일해 봅시다.
-멕시코 치아파스의 어느 원주민 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