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봄 107호 - [자립생활을 알려주마] 드디어 나에게도 나의 집이!
[자립생활을 알려주마]
드디어 나에게도 나의 집이!
# 하나: 지금의 이 행복을 앞으로 생길 애인과 함께 영원히 누리고 싶은, 3년차 탈시설 장애인 이병기 님의 이야기
주변의 많은 분들의 도움에 힘입어 음성 꽃동네에서의 14년간 생활을 청산하고 2013년에 드디어 서울로 입성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희망과 설렘 그 자체였다. 꽃동네에서는 규율과 규칙에 따라 생활하였고, 내 의사와 상관없이 시설에서 정한 시간에 맞춰서 먹고 자는 틀에 맞춰진 생활이었다.
서울에 와서 처음 지냈던 평원재는 자립생활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과정이었고,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해준 고마운 곳이었다. 평원재에서 살면서 야학을 다니게 되었고, 많은 친구들을 사귀면서 먼저 자립한 친구들에게 필요한 정보도 듣고 준비를 하게 되었다. 더 신나는 건 TV에서 보던 서울 구경을 원 없이 하며 돌아다니는데, 누구도 나를 막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2015년 10월에 그렇게 바라고 원하던 나의 집이 생기면서 나만의 자립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나의 결정에 의해서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런 문제는 앞으로 내가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방을 구하면서 내가 직접 보고 판단하고, 마침내 계약서에 내 이름과 도장이 꽝 찍히는 순간 정말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이후 상상도 못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집 주소에 내 이름이 들어가고, 전기요금, 수도요금, 가스요금 등의 청구서가 내 앞으로 날아오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책임감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또한 수급비가 나오면 생활비를 어디에 얼마를 쓰고 저축을 얼마하고 이런 소소한 것들이 머리가 아프지만 마음속에서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설에서는 생각도 못한 여유를 마음껏 즐기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피곤해서 10시에 느긋하게 일어나 12시에 식사를 했고, 저녁에는 어떤 맛있는 것을 먹을까하고 행복한 고민을 하는 중이다.
지금 나는 내가 가져야할 자유를 이제야 누리게 된 것을 살짝 아쉬워하고 있는 중이다. 조금 더 빨리 이런 기회가 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끝으로 내가 이런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준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둘: 컴퓨터로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고 쇼핑과 컴퓨터에 관심이 있고 언제나 잘 웃는, 자칭 장난꾸러기 이남옥 님의 이야기
2011년 2월 17일까지 나는 두 군데 시설에 있었습니다. 한 곳은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비닐하우스로 되어있는 ‘화성 참 빛의 집’이라는 시설이었고, 또 한 곳은 인천 옹진군에 있는 ‘해바라기’라는 시설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설에서 몇 십 년 넘게 생활하다보니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무섭고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시설에서 죽는 것보다 죽이 되든지 밥이 되든지 한 번 나가 보자!’, 이렇게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나는 시설에서 나가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공부를 하는 척하며 인터넷을 통해 여기저기를 알아보았고, 어느 장애인권 단체를 알게 되어서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소식이 오기만 기다렸습니다. 나는 일주일, 한 달을 기다리다 또 컴퓨터를 켜서 좋은 소식이 있나하고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눈 빠지게 인터넷을 봐도 내가 바라는 글은 없었습니다.
나는 낙심과 좌절에 빠졌지만 다시 용기를 내어 이전부터 잘 아는 동생한테 이메일로 ‘시설에서 나가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나갈 수 있을까?’ 그 방법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컴퓨터를 열어 봤더니 그 동생한테서 메일이 와 있었습니다. 메일을 보니까 자세한 방법이 나와 있었고, 이후 다시 확인을 해서 ‘장애와 인권 발바닥행동’ 활동가의 핸드폰 번호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활동가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시설에서 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시설에서 나와서 제일 처음 간 곳은 평원재라는 곳이었습니다. 여기서 2년 동안 살면서 자립생활을 준비했습니다. 매달 정부에서 받는 수급비를 차곡차곡 모아서 주택청약도 들고 적금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야학에 다니면서 공부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활동을 하고 친구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그러다가 평원재에서 살 수 있는 계약 기간이 다 되어 이번에는 서울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체험홈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여기서 또 2년 동안 지내면서 열심히 돈을 모아 이번에 임대주택에 당첨되어 들어가게 됐습니다. 봄이 되면 곧 이사를 갈 거예요.^^*
저는 시설에서 나와서 자립을 하고 내 집을 얻어 이사를 가게 되는 것이 꿈만 같고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아직도 내 집이 생겼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습니다. 이사를 가서 좀 살다 보면 실감이 나겠지요. 빨리 이사를 가서 새로운 나의 생활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간섭도 받지 않고 내가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고! 책임지는~ 진정한 자립생활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내가 이렇게 자립을 하기까지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여러 활동가들, 야학 선생님들, 활동보조인들, 같이 사는 친구들, 교회 분들 등등 고마운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열심히 자립생활을 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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