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봄 107호 - 나는야 여러분의 친구, 야마가타 트윅스터~
나는야 여러분의 친구, 야마가타 트윅스터~
한받 | 자립음악가. 야마가타 트윅스터라는 이름으로 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두리반에 연대한 이후 거리로 내몰린 자들의 투쟁과 저항의 현장에 노래와 춤으로 함께하여 뜨거운 불을 지피는 민중엔터테이너가 되려고 합니다.
맨날 거리에서, 무대 위에서 바람을 가르며 춤추고 노래하며 웃고 절규하며 여러분을 만나다가 이렇게 지면으로 조용히 만나게 되니 조금 쑥스럽네요. 반갑습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로 “장애등급제 나쁘자나~ 부양의무제 나쁘자나~”라고 노래하며 뜨겁게 여러분을 달궈주는 한받입니다. 이렇게 짧게나마 노래나 춤이 아니고 글로써 저를 소개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지면을 주신 노들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알고 보면 사실 저는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평소에 말도 별로 없고 숫기도 없어서 공연이 끝나면 공연 장비와 의상을 챙겨서 부리나케 그 자리를 떠나버리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노들과 전장연, 『비마이너』가 저를 불러주셔서 함께 하게 되면 없던 힘이 용솟아 오릅니다. 없던 숫기도 생겨나 스스럼없이 제 몸은 일어서고 노래하고 춤을 추게 됩니다. 그야말로 민중 엔터테이너가 되는 것입니다.
노들(야학)은 제가 2009년 즈음 ‘아마츄어 증폭기’라는 이름으로 음반 「수성랜드」를 막 만들어 알리던 그 때, 음반을 주문해 주셔서 알게 되었습니다. 음반을 주문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으니까 그분들을 기억하게 됩니다. 노들에 제 노래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후로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리반에 결합해 활동할 즈음, 극단 판에서 연락을 주셔서 판 개소식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지요. 그때서야 비로소 저와 여러분들의 만남이 시작된 것 같아요. 다음으로 9월에 광진구에서 장애등급심사 철회 요구 집회를 할 때, 급조했지만 노래 하나를 준비해 가서 새롭게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몸의 부자유가 삶의 부자유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지난 시간 겪었던 삶의 부자유, 그 속에 응어리진 마음들을 시원하게 풀어드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투쟁에도 조그만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머잖아 그럴 기회가 왔지요. 언젠가 모 개그 프로그램의 “나쁘잖아~”라는 유행어를 활용해서 노래를 만들어달라 부탁하셨지요.
그렇게 부탁받고 만든 노래 「나쁘자나송」으로 부단하게 외쳤습니다. 절규했습니다. 울분을 토해냈습니다. 「나쁘자나송」은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로 만들어,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라는 절망의 울타리를 제거하는 데 즐겁게 쓰이길 바랐습니다. 이 노래는 우리 아이들도 가끔 따라 부를 정도가 되었답니다.
그렇게 2013년 12월 1일 ‘세계 장애인의 날’ 집회에서 발표된 「나쁘자나송」이 처음으로 광화문 광장에 울려퍼지던 날을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때 우리는 사다리를 세종대왕 동상 쪽에 대고 그곳에 올라 플래카드를 펼치려 했었지요. 우리의 입장과 요구를 만방에 밝히려 했지요. 공권력은 그것마저도 허락하지 않더군요. 우르르 몰려든 경찰들이 사다리를 막고 대치할 때, 저는 지금에서야 솔직히 밝히지만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공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무대였던 돌판 위를 내려오려고 했습니다. 그때 옆에서 휠체어에 앉아 굳건히 자리를 지키던 어느 분께서 제 손을 잡으시며, 괜찮다고, 계속 노래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때 그 말에 정말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박경석 교장선생님이 교도소에 들어가셨을 때, 그 앞에서 수십 차례 이단옆차기로 발차기를 하며 노래하고 절규했었지요. 나오라고! 나오라고! 나오게 해달라고! 며칠 후 교장선생님이 전화를 주셔서 야마가타 발차기로 교도소 문이 아작 났다고, 그래서 나오게 되었다고 하셨을 때,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 때의 공연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우리는 도로를 점거해서 멋지게 행진했잖아요.
여러분의 말, 웃음, 함성과 몸짓, 몸은 비록 휠체어 위에 고정되어 있지만 제가 춤추고 있을 때 함께 덩실 덩실 따라 나와 춤추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여러분들의 그 춤. The 춤, 여러분들을 만나면 저는 그 춤에 힘입어 이렇게 힘이 납니다. 더 힘이 납니다. The 힘. 발차기도 저질도 울분도 더 힘차게 표출됩니다. The 힘, The 춤. 더 힘나게 하고 더 춤추게 합니다.
부자유적 삶의 원흉, 속박된 삶의 주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반드시 철폐시키고, 또 콜트콜텍기타 노동자분들을 복직시키고 함께 기쁨 나누고 싶어요. 더 힘, 더 춤, 더 기쁨. 마음이 아프고 몸이 아픈 곳에 가서 아파요(아름답고 파격적인 투쟁의 가요) 계속 선보이겠습니다! 당장은 아프지만 괴롭지만 아름답고 멋지게 이 투쟁을 이어나가요! 우린 이 싸움이 이길 것을 믿어요! 함께해요! 투쟁! 더 힘, 더 춤, 더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