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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 핫이슈2]
개별 급여로 바뀐 기초생활보장제도, 아이고 어려워
더 복잡해졌지만 함께 찬찬히 봅시다~

 

 

정 성 철 | 2013년 사회복지학 공부. 2014년 6월 빈곤사회연대 사회복지실습. 2014년 7월부터 현재까지 빈곤사회연대 활동과 함께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광화문 농성 집행위원으로 활동.

 

 

대부분의 나라에는 사회안전망이라는 것이 있다. 사회를 살아가면서 실업이나 질병, 장애, 노화 등의 위험이라 불리는 상황에는 대부분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과 물리적 제약이 함께 찾아온다. 사회안전망은 이러한 위험들에서 개인의 노력으로 해소하기 힘든 부분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국민적,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사회에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개인이 사전에 위험을 준비하는 기여방식의 사회보험과 사회구조적으로 사회보험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 이들을 위해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부조,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있다. 전자를 1차 사회안전망 후자를 2차 사회안전망이라 한다.


‘맞춤형 급여’, ‘송파 세 모녀 법’ 말도 많고 이름도 많았던 개정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지난 7월 시행되었다. 버스에 앉아 창 밖을 내다보면 맞춤형 급여를 신청하라는 플랜카드가 거리마다 즐비해있다. 마치 누구나 신청하면 내 상황에 맞는 복지급여를 제공해줄 것만 같다. 정말 그럴까? 이번 개정기초생활보장제도의 취지만 보면 그렇다.



송파세모녀의 마지막메시지.jpg

사진 : 송파 세 모녀가 돈 봉투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정 방식이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최저생계비 이하 소득에 7가지 급여1)를 모두 제공하고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모든 급여를 박탈하는 통합급여 방식이었다면 개정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급여별 선정기준을 따로 두고 개별 상황에 맞는 급여를 지급한다. 이렇게 아무 문제없을 것 같아 보이는 개정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눈살이 찌푸려진다. 선정 기준은 급여별로 쪼개졌지만 선정기준의 수준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전의 선정기준인 최저생계비는 2015년 1인 가구 기준 61만원이다. 여기서 현금으로 지급되는 생계급여와 주거급여는 50만원 남짓이었는데 현금급여의 약 77%가 생계급여, 나머지가 주거급여로 명목상 지급되었다. 개정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정 기준은 중위소득 대비 %로 정해지는데 1인 가구 기준 생계급여 선정 기준은 중위소득 28%인 43만원 수준이다. 이전 61만원 이하의 소득에 생계급여가 최대 39만원 지급되었다면 개정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는 43만원 이하의 소득에 최대 43만원이 지급된다. 주거급여의 경우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에 현금급여 중 약 22%, 임대료를 얼마나 내고 있든 1인 가구 기준 최대 11만원이 지급되었다. 개정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는 주거급여의 주무부처가 보건복지부에서 국토교통부로 이관되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급여 선정 기준은 중위소득 대비 43%로 1인 가구 기준 67만원 수준이다. 이 이하의 소득에 지급되는 주거급여는 가구 인원수별, 지역별 지급 급여액이 달라졌다. 이를 기준임대료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기준임대료를 최대급여액으로 잡고 실제 내고 있는 임대료가 기준임대료보다 적다면 실제 임대료만큼만 지급된다. 또한 중위소득 28%에서 43% 사이 구간 즉, 주거급여만 해당되는 맞춤형 급여 수급자들에게는 자기부담금이 신설되었다. 생계급여보다 많은 소득을 갖고 있다면 [(소득인정액-생계급여 선정 기준)x30%] 만큼의 자기부담금을 뺀 금액이 주거급여로 지급된다.이전 최저생계비 이하 1인 가구 기준 61만원 이하라면 보장받을 수 있었던 의료급여의 선정기준은 중위소득 대비 40%로 1인 가구 기준 62만원 수준이다. 이전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나머지 해산급여 60만원과 장제급여 75만원은 주거급여 수급자까지 보장되며, 자활급여는 생계급여 수급자까지 보장된다. 교육급여는 중위소득 대비 50%로 교육급여만이 선정기준이 올랐다.


이번 개정 기초생활보장제도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 먼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급여가 무엇일까 묻는다면 감히 의료급여를 꼽을 수 있다. 빈곤의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제대로 된 영양 공급을 할 수 없다. 의료체계가 국가가 주관하는 공적 영역이 아닌 시장 영역에 치우쳤을 때 소득의 불평등은 필연적으로 건강의 불평등을 동반한다. 최근 안산에 어머니의 시체와 함께 몇 일간 방치됐던 지적장애아들을 소방관이 발견했다고 한다. 아들의 건강상태가 심각해보여 소방관이 아들에게 병원에 가자고 건넨 말에 돈이 없어 병원에 갈 수 없다고 대답한 아들의 상황은 빈곤층들에게 의료접근성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맞춤형급여라 선전하며 의료급여 수준을 제자리에 둔 것은 취지에 걸맞지 않다.


다음으로 통상 현금급여라 불리는 생계급여와 주거급여의 선정기준과 보장 수준 역시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서울에 사는 1인 가구는 개정법에 따라 현금급여를 최대 62만원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공공임대아파트와 같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지에 거주하는 경우 주거급여는 실질 임대료만큼만 지급되기 때문에 기존 50만원 수준보다 적게 보장되는 가구들이 생겼다. 또한 공공임대아파트의 경우 주거급여가 수급자가 아닌 SH/LH공사에게 직접 지급된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권리성을 무시한 권리침해이다. 공공임대아파트가 아닌 쪽방과 같은 주거지에 거주하는 경우 급여액이 조금 올랐다. 하지만 임대료 역시 함께 오르는 것이 목격되었다. 이에 더해 기준임대료를 신설하면서 1급지의 5인 가구, 2급지의 3인 가구, 3·4급지의 2인 가구부터는 기존 명목상의 주거급여보다 급여의 절대 액수가 적어졌다. 기존 급여보다 줄어든 금액에 대해서는 이행기보존액을 지급하겠다고 하지만 개선된 복지를 제공하겠다고 선전하며 삭감되는 가구에 대한 고려를 한다는 것은 개정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국민들을 위함이 아닌 다른 목적을 수반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진짜 문제 부양의무자 기준은 그대로 남았다. 물론 변한 것은 있다. 교육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 기준이 삭제되었다. 하지만 교육급여는 학령기의 자녀를 둔 가구에 해당되는 급여이며 주무부처가보건복지부에서 교육부로 넘어갔는데 애초에 교육부에서 시행되고 있던 사업들은 부양의무자 기준이 없었다.


나머지 급여들에 대해서는 부양의무자의 소득 기준을 엄청나게 높여 12만명의 신규 수급자를 보장하겠다고 선전한다. 12만명, 많은 숫자일 수 있으나 이는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기초법상 보장받지 못하는 117만명의 1/10수준이다. 또한 우리는 그동안 몇 차례 부양의무자의 범위와 소득기준 완화를 통해 사각지대 해소에 어떤 효과도 없었다는 것을 경험했다. 이번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 완화 역시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정부는 이번 맞춤형 급여로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선전한다. 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거부되는 이들을 사각지대라 할 수 있을까? 이들은 이미 동사무소에서도 구청에서도 복지부에서도 파악되고 있는 비수급 빈곤층이다. 정부가 그렇게 좋아하는 사각지대 해소를 시작하기 위한다면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개별급여.jpg

사진 : '무엇에 맞추었나? 맞춤형 개별급여'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는 사람들. 



빈곤사회연대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개정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함께 공부하고 모니터링하기 위해 지난 6월 일주일간 기초생활보장제도 상담활동가 학교를 진행했다. 학교에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비롯한 많은 단체의 활동가들이 함께했다. 일주일간 함께 기초법을 공부하면서 가장 많이 나왔던 이야기는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이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사업안내서는 500쪽을 훌쩍 넘는다. 개정을 거치면서 더욱 두꺼워지고 있다. 주무부처가 급여별로 달라지면서 권수도 많아졌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한국사회 마지막 안전망이며 전 국민의 권리라고 한다. 권리의 출발은 그 권리를 갖는 사람이 쉽게 알고 접근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그 출발 지점에서부터 권리를 침해당한다. 너무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신청조차 꺼리는 상황이 발생되며 어려움으로부터 발생된 제공자와 수급자 사이에 정보의 불평등은 권리의 주체들에게 관리의 대상이라는 낙인을 지운다.


이러한 잘못 설계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위해 상담활동가 학교를 수료한 활동가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상담과 함께 권리구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기국회가 시작되기 전 빈곤사회연대와 빈곤문제해결을 위한 민생보위를 중심으로 국회 토론회 및 증언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점들이 해결되어 권리를 되찾는 그날까지 우리는 함께 지켜보고 목소리 내야만 한다.

 

 

각주 1) 통상적으로 생계급여와 주거급여는 현금급여로 지급되며 나머지급여(의료급여,교육급여,장제급여,해산급여,자활급여)는 현물급여로 또는 급여에 해당 될 때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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