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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강원과 함께한 2014년을 돌아보며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조아라




    아, 여기 정말 사람 살 곳이 못된다    


작년 3월, 한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결과 발표로 온 세상이 떠들썩해졌다. 해당 시설은 이미 몇 차례에 걸쳐 인권침해 문제가 제기되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바로 도봉구에 위치한 인강재단 산하 장애인거주시설인 인강원이다.


인강재단 산하 시설 이용인과 거주인에 대한 실태조사를 위해 인강원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가 생각난다. 4차선 도로로 차들이 쌩쌩 달리는데, 그 도로에서 골목으로 꽤나 오래 들어가니 정문이 하나 나왔다. 그 정문의 울타리 안에는 인강원, 보호작업장, 주간보호센터, 인강학교 등이 마치 하나의 왕국처럼 몰려있었고, 주변은 가끔 산책이나 하기 좋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불시 - 그러나 재단 측은 알고 있었을 - 에 진행된 조사는 인강원 측의 반발로 마찰을 빚었고, 결국 예정 시간보다 한참 늦게 상담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난 상담이 끝나기도 전에 ‘아, 여기 정말 사람 살 곳이 못 된다’고 느꼈다. 이와 관련된 일화는 다양하다.


한 조사원이 거주인과 나가서 상담을 하기로 했는데 했는데, 그 분에게 필요한 휠체어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설명을 요구하니, 지금 상담중인 다른 거주인이 이미 휠체어를 쓰고 있다는 변명에 할 말을 잃었다. 인강원 내에는 이렇게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거주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조차 없었다. 그에게 이번 상담은 몇 번째 외출일까, 어떤 의미일까, 난 잠시 생각에 잠겼다.


거주인들의 현 상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던 단서 중 하나는 ‘준비된 답’이었다. 상담 중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거주인들은 매우 위축된 모습으로 ‘아니오’, ‘좋아요’, ‘여기서 살고 싶어요’라는 답변을 해왔다. 어떤 거주인들은 이야기는 고사하고 조사원과 시선조차 맞추지 않으려했다.


다른 한편 어떤 거주인들은 온몸으로 구조 신호를 보내며 그동안 시설에서 있었던 체벌과 폭력적인 상황에 대해 진술해주었다. 빗자루나 쇠자를 이용한 폭행과 손찌검 등도 경악할 만한 일이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심각한 건 일상적인 언어폭력이었다. 욕은 물론이고 장애에 대한 비하와 무시, 권위적인 태도 등으로 인해 거주인들은 겁에 질려있었고, 이러한 분위기로 미루어보면 ‘2차 피해’는 충분히 예상될 수 있었다. 거주인들을 밤에 한 명씩 차례로 불러내 목을 긋는 행동이나 수갑 차는 시늉을 보여주고, ‘예전에 작성한 반성문으로 너도 감옥에 갈 수 있다’며 협박을 가해 ‘맞은 적이 없다’는 경위서를 억지로 작성케 했다.


이 외에도 일을 너무 많이 해서 허리가 아프다며 일을 그만하고 싶다고 호소하던 거주인, 종일 하는 것 없이 운동장을 서성이기만 한다는 거주인, 자신의 마음속에 분노가 너무 많다던 거주인, 정문 밖으로 발을 내딛는 것조차 두려워했던 거주인, 이제 가면 언제 오냐고 절박하게 묻던 거주인의 모습이 내 기억 속에 어지럽게 얼룩져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결과 발표 후      
 10개월, 달라진 건 없다


이후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의 수사가 이루어져 인권유린 가해자 및 비리횡령 책임자인 인강원 전(前) 원장, 부원장, 생활재활교사, 법인 이사장 등 총 4명이 기소되었고, 작년 9월 16일부터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이사 해임, 보조금 환수, 무자격 재활교사 등에 대한 시정조치 등의 처분을 내렸으나 인강원 측은 이에 불응하여 현재 행정소송 또한 이어가고 있다.


작년 8월 서울시는 ‘인강재단 장애인 인권유린 및 시설비리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의 면담 시 검찰의 조사결과에 따라 인강원의 폐쇄를 결정했고, 이를 위해 거주인 전원조치를 신속히 진행할 것이며, 부모들의 반대에 대해서는 최대한 설득을 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본격적인 시설 폐쇄를 진행하기 위한 절차로 9월부터 원장과 사무국장 등의 월급을 집행 중단하고, 10월부터는 전체 보조금을 집행하지 않을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무엇이 바뀌었나?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후 1년, 조사결과 발표 후 10개월, 가해자들의 혐의가 인정되어 기소가 이루어진 지 5개월이 지나도록 달라진 건 없다. 피해 장애인들에 대한 분리 및 보호 조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2차 피해를 야기하였고, 3차·4차 피해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또한 관할 지자체의 관리감독 부실로 일어난 이번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도 서울시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작년 9월 29일, 서울시는 증언을 위해 법정에 선 피해 장애인에 대해 의사소통 조력인 및 법정대리인 배치 등을 포함한 법적 지원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피해 장애인은 가해자가 바라보는 앞에서, 형사소송법 및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근거한 정당한 편의조차 제공받지 못한 채 증인심문에 응하는 반인권적 상황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인강원 측은 서울시 장애인복지과장을 지내 복지행정에 누구보다 눈이 밝은 박필숙 원장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움직였다. 언제나 시설의 최후 방패막이로 내몰리는 부모들을 앞세워 호소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1인 시위를 조직하였으며, 거주인과 부모들에게 필요한 더 나은 서비스로의 접근권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명확한 입장을 갖고 대응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인강원의 농간에 휘둘려 거주인 전원을 위한 기본 조사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서울시는 지금까지 누누이 이야기해왔던 인강원의 폐쇄 결정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여 문제 해결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그리고 신뢰성 있는 탈시설·전원조치 계획을 신속히 수립하여 인강원의 거주인들이 하루빨리 끔찍한 악몽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다시 한 번 탈시설을 이야기할 때      


2011년 도가니 사건 이후 온 사회가 분노로 들끓었고,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되는 성과도 있었기에 시설문제는 도가니로 끝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크나 큰 착각이었다. 올해 초 복지부가 진행한 장애인거주시설 전수 조사에서 발견된 인권침해 의심사례가 8건이고, 우리가 당장 손꼽는 것만 해도 인강원, 자림원, 한우리, 향림원, 형제복지원, 상록수, 구미SOL 등이 존재한다. 이중에서 인강원 사건은 그나마 해결의 여지라도 있는 쪽에 속하는 듯하다. 이것 또한 나의 착각일지 모르지만.


만약 나의 간절한 바람대로 인강원 사건이 해결된다면 나의 고민은 끝이 날까? 인강원 사건이 ‘잘’ 해결되어 사회복지현장에 좋은 선례로 남는다하더라도, 도가니가 끝이 아니었던 것처럼 또 다른 인강원은 계속 발생할 것이다. 이제는 시설문제에 대해 소위 각개전투식으로 대응하거나 지자체의 의지 따위에 기대는 것은 넘어서야 한다. 국가와 지자체가 ‘반드시 조치해야 하는’ 법적 조항이, 그리고 인권침해 및 비리가 알려지는 그 즉시 바로 조치 가능한 ‘매뉴얼’들이 필요하다. 이를 두고 나의 선배들은 ‘사회복지사업법 전면개정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 다시 한 번 탈시설을 강력히 이야기할 때다. 사람의 존엄보다 관리의 편의가 더 중시될 수밖에 없는, 인권 유린과 비리가 나타나도 결국 내부적으로 무마되는 시설의 구조적인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 이제는 사회가 극심한 인권침해뿐만 아니라 시설에서 지워져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고 더욱 무겁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결론은 사회를 깨우고 시설을 흔드는 운동을 다시 가열차게 시작하자는 것! 함께 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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