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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년


노들야학 죠스



죠스.JPG


그 모든 게 치밀한 계획도 없이
충동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나도 야학 교사 한 번 해볼까?”
2년 전 그때, 난 왜 그리도 쉽게 그 말을 뱉었을까. 지금에서야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난 참 생각이 없었다. 앞으로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고민도 없이 즉흥적으로 신임 교사가 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니. 당시 나는 노들야학과 수유너머R이 함께 진행하는 현장인문학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야학의 분위기를 엿보고, 야학 사람들과 니체를 읽고 장애학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은 정말 즐거웠다. 가끔 만나는 노들은 엄청난 일정과 투쟁 속에서도 언제나 ‘이상한’ 활기가 넘쳤고, 나는 그 활기에 이끌려 학생 분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생소하거나 익숙한 개념들, 하지만 일상생활 곳곳에 깊게 스며들어 있는 관념들을 주제로 사회와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는 수업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치밀한 계획도 없이 충동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신임교사 딱지를 떼고 노들야학의 정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약 한 학기 동안 노들에서 진행되는 모든 수업을 참관하고, 신임교사 세미나에 참석하고, 2주에 한 번 열리는 교사회의에 함께하기. 이것은 야학을 이해하고 자신의 수업을 진행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내게는 시간이 없었다. 신임교사를 하겠다고 큰소리는 빵빵 쳐놨는데, 그 말을 하자마자 나는 곧 다른 일을 시작해야했기 때문이다. 핑계를 대자면, 재작년과 작년 나는 두 편의 연극 작업을 하느라 노들야학을 등한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한 학기, 또 일 년이 흘러가면서 노들을 찾아오는 일이 좀 민망해질 때도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보통 ‘못하겠다. 미안하다.’라고 말한 후 깔끔하게 정리를 하는 것이 내가 취하는 태도다. 그런데 2년째 철판을 깔고 잊힐 만하면 찾아와서 한 번씩 수업을 참관하는 나의 ‘이상한’ 근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심지어 나는 어느 순간 내가 아직도 정교사가 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더 이상 민망하지조차 않았다. 물론 트레이닝 과정을 잘 마치고 정교사가 되었다면 좋았겠지만, 여전히 신임교사인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이상한 활기와 충동으로 가득한 이 공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나는 이 공간의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고 싶지 않다는 것, 그것이 내겐 중요했다. 때론 치밀한 계획하에서 시작된 행동보다 가벼운 충동에서 시작된 행동이 더 무서운 법이다. 이것은 원인과 결과를 따질 수도 없고, 그 시작과 끝도 알 수 없으니. 나와 노들의 관계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노들이 내게 이별을 고하지 않는 이상, 나는 몇 년이고 노들을 찾아오고 뜬금없이 수업 참관을 하고 여전히 신임교사인 채로 유령처럼 노들을 떠돌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벌써 2년, 2014년은 벌써 흘러갔고 내가 참관하지 못한 수업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 쓰고 보니 변명 아닌 변명을 한 셈이 됐지만, 언젠가는 정교사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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