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겨울 103호-[교단일기] 천천히 즐겁게 함께!
천천히 즐겁게 함께!
노들야학 호연
수업보조 활동을 하다 신임교사가 되어 노들 모꼬지도 함께 가보고, 강화도 자람도서관에서의 교사수련회도 참여하고, 그리고 이번 학기부터 수학3반 수업을 하게 된 호연이라고 합니다. 여러분~ 반가워용~~~^____^
조금 더 성과를 올려보자는 마음은 나를 더욱 더 일에 몰두하게 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고 마음이 공허해질 때쯤, 이대로 사는 게 정말 괜찮은 것일까라는 의문과 함께 ‘이렇게 현재에 안주해버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인지 미래에대해 항상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이 불안감의 이유를 찾고 또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른 배움의 기회가 필요했다. 나는 노들야학을 그런 배움의 공간으로 찾게 되었고, 현재 매주 월요일 3·4교시에 수학3반에서 학생들과 함께 배우며 가르치고 있다.
나는 2012년 겨울부터 수업보조 활동을 통해 노들과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자리에서 교사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섭외전문 담당(?) 선생님들 포섭에 넘어가 술기운에 덜컥 그러겠노라고 약속을 해버렸다. 그 후 자연스럽게 격주로 있는 교사회의에 나오게 되었고(나는 누구? 신임교사.
여긴 어디? 교사회의실^^;), 정신없이 몇 달을 지내다보니 어느 순간 정교사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교사 인준을 받고 나니 전에는 생각지도 않던 많은 고민들이 생겨나고, 과연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수업보조 활동을 할 때보다 마음은 좀 더 무거웠다. 드디어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첫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하철역에서 나는 그만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아직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모습으로 학생들 앞에 선 스스로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날은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수학이 학생들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뚜렷한 확신 없이 가르쳐야 하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풀어가기 힘든 문제 중 하나였다. 어느 날 수업시간에 학생 한 분이 국어시간은 재밌는데 왜 수학은 재미가 없냐고 질문하신 적도 있다.-.-;선뜻 그 자리에선 답을 하지 못하고 웃기만 했다. 하지만 사회가 아무리 변하고 기술이 발달해서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거의 이용되지 않는다하더라도, 수학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걸 학생 분들이 알게 되시리라 믿는다. 그러한 배움의 길에 부족하나마 좋은 길동무가 되어 드리고 싶다. 언젠가는 국어시간보다 수학시간이 재밌을 날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가져보며.^^
초기에는 이런 저런 어려움도 겪었지만, 노들과 함께 할수록 이전보다 더 행복해 지고 있다는 걸 내
마음이 말해주고 있다. 노들과 점점 가까워지면서 내 자신이 변화되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깨닫고 나서 학생들을 바라보는 내 감정도 조금씩 달라지고 또 새로워지는 듯하다. 아무리 바쁘게 열심히 산다 해도 우리에게 하루는 24시간뿐이다. 노들은 나에게 시간을 쓰는 방법, 그리고 인생관까지도 시나브로 바꾸어 주고 있다. 남은 인생을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노들에 참 고마운 마음이다. 우리, 천천히 즐겁게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