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겨울 103호-급식은 힘이요 기대요 기쁨이어라~
급식은
힘이요 기대요 기쁨이어라~
노들야학 성희
저는 노들야학 급식을 담당하는 이성희입니다. 수많은 세월을 중국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남편을 내조하며 나름 교회 봉사, 장애인 돕기, 구제사업, 선교를 중심으로 정말 편안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18년의 중국생활을 뒤로 한 채 2013년에 한국으로 오게 됐지만 모든 것이 낯설고 물가도 비싸고 무엇 하나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중 ‘구세군’이라는 자선단체에 취업하게 되었지만 실수로 넘어져 다리에 골절을 입고 6주 동안 기브스를 한 채 또다시 무료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다리가 거의 회복되어 가는 중 우연히 구직사이트에서 ‘노들야학’이 급식 담당자를 채용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면접을 통해 급식업무를 하게 됐습니다.
정말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중국 한인교회에서 주방팀장으로 3년 동안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많은 종류의 음식을 만들고, 맛을 낼 수 있는 자신감과 경험이 비로소 노들야학에서 빛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다리골절의 상처가 주님의 뜻이 아닌가 하여 기뻤습니다. 특히 노들야학은 일반단체의 급식과 달리 중증장애인들을 위해 만들어지는 음식이라 생각하니 일함에 있어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어 기쁘고 좋았습니다. 또한 평소에 장애인 봉사 단체에 늘 관심이 있었던 저로서는 다리골절에 대한 억울함이 결코 우연이 아닌 노들야학에서 나의 달란트를 다하라는 주님의 뜻인 듯하여 음식을 만들어내는 시간들이 즐거웠습니다.
한국인들은 “밥 먹었냐?”로 정겨운 인사를 나눌 정도로 밥에서 따뜻한 정을 느낍니다. 한국인의 힘은 밥에서 나온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살면서 먹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을 겁니다. 모든 사람에게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따뜻한 식사는 관계의 시작이고 또 다른 희망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요 기쁨입니다. 특히 노들야학 특성상 장애인들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만들어 낸 정성스런 음식을 통하여 누군가는 따뜻한 온정을 느낄 것이고, 누군가는 힘이 나는 그래서 살고 싶은 생명의 한 끼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덧 급식이 시작한 지 8개월이 접어듭니다. 급식 또한 온갖 정성과 좋은 식자재를 이용하여 영양은 물론 맛 또한 환상적입니다~ 계절에 맞는 매뉴얼을 통해 맛있는 급식이 매일 제공되고 있고 외부인이 한 번 먹어보면 또 먹고 싶을 정도로 수준 있는 ㅋㅋ 특히 농성장에서 고생하는 야학 선생님들은 너무도 급식을 그리워합니다. 정말 노들야학에서 급식은 모두에게 힘이요 기대요 기쁨인 것 같습니다.
이제 노들야학 급식도 제법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아직 무상급식이 이루어지지 않아 적자를 감수하고도 질 좋은, 맛있는 따뜻한 급식을 제공하고 있지만 그래도 급식을 준비하는 나 역시도 마음이 무겁고 편치 않을 때가 많습니다. 급식비가 없어 밥을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친구와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3장을 내밀 때 어쩔 수 없이 받아야하는 제 마음도 편치 않음을 매순간 느낍니다.
속히 무료급식이 이루어져서 야학 친구들이 좋아하는 고기반찬을 맘껏 먹일 수 있는 행복한 날이 오기를 희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