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겨울 103호-연극이 끝나고 난 뒤[ 추(醜)란 무엇일까?]
추(醜)란 무엇일까?
- 인권연극제 참가작품 <추신>, 공연이 끝나고… -
-문예판 민정
추(醜)란 무엇일까?
추함, 추하다, 추에 관한 기억들….
꺼내기 싫고, 기억하긴 더더욱 싫은 그 ‘추함’이란 존재….
왜 하필 연출님은 수많은 주제들 중에 ‘추(醜)’를 꼽으신 걸까??
“아, 싫다, 싫어….” <추신> 공연은 처음 시작부터 그다지 맘에 들진 않았습니다. 뭐…, 준비하는 기
간 내내 회피하고 싶었던 순간들도 너무 너무 많았지요.
왜 잊고 싶은 기억을 다시 되살려내어 나를 더 아프게 하실까? 굳이 잠자는 나의 아픈 과거를 들추어 내어 다시 또 이토록 괴롭게 하실까? 우린 충분히 힘든데 말입니다. 이번 연극은 판에 와서 한 연극 중 가장 특이한 연극이었습니다.
진심 미치도록 아픈 연극, 어쩌면 관객들은 더 많이 괴로웠을 것입니다. 이해하기도 힘들고, 아픔과
마주해야 한다는 슬픈 현실이 더욱 불편하게만 느껴졌을지 모릅니다. 각자 다른 삶, 하지만 장애인이란 공통분모를 가진 우리에게 ‘추함’이란, 정말 꺼내기 싫은, 내비치기 버거운 존재였을 것입니다.
누군가가 말하겠지요, ‘난해하다’고. 맞습니다. 이번 공연 <추신>은 준비하는 내내 각자가 너무 아파야만 했기에 그게 다 보여진 것이라면 난해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번쯤은 그런 ‘추한 몸(?)’이라도 세상에 내보여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소극적이었던 나의 아픔과, 또 과거의 약한 나와 마주한다는 것, 사실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준비 기간 내내 우리 각자는 자신에게, 또 연출님께 철저히 솔직해야 했었습니다. 무대 위에선 모든 게 보여진다는 말이 있듯, 진실하지 않으면 안 됐습니다.
더욱이 우리 공연에서만큼은 더 그랬습니다. 충분히 아파야만 했던 시간들…. 사회도, 또 우리 각자도 그 아픔들이 마치 숙명인양 받아들이고, 속으로 응어리진 채 곪아야만 했던 순간들을 그대로 보이고자 했던 시간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난해했지만 그게 사실이며 현실이라는 어쩔 수 없는 오늘을 살며, 우리는 살아야 하기에 ‘추신(醜身)’과 마주한 것입니다.
한 번쯤은 마주해야 했을 나의 추한 몸, 애써 하는 부정이 아닌 더욱 떳떳하게 많은 이들 앞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지금의 시점에서 볼 때 커다란 치유 작업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지나고 보면 안다’던 말처럼, 그때 공연을 준비하며
아프고 힘겨웠던 각자의 마음이 진정 아픔이 아니었음을
어쩌면 그로 인해 더 강인한 내가 되었음을 느끼게 되진 않았을까요?
이젠 우린, 자신에게 쓰는 편지 말미에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P.S. I love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