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가을 102호 - [노들아 안녕] 노들센터 현수
노들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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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안녕?!
노들센터 현수
정말 오랜만에 노들바람 지면을 통해서 인사드리네요. 마지막으로 쓴 것이 97호 [뽀글뽀글 활보상담소]였으니, 꽤 오랜만입니다. 잘들 지내셨는지요?
그간 저에게는 개인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익숙한 것과 이별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 했습니다. 익숙한 것은 때론 많이 그립고 가슴 아리게 아플 때도 있었고, 새로운 것은 아직 버겁고 두렵고 불안하기만 합니다. 후회로 가득 찬 하루를 보내기도 하였고, 새로운 일들의 두근거림이 활력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별의 아픔은 자주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노들과 인연을 맺고 노들센터 활동을 한 지 작년으로 7년이 되었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도 했을 시간이었어요. 저는 보기와는 다르게(?) 소심하고 두려움이 많아서 새로운 도전을 과감하게 선택하고 추진하는 성격이 아닙니다. 2006년 가을 “노들에서 같이 활동해보자”라는 제안을 듣지 못 했다면, 아마도 주저주저하다가 제 전공을 살려 어느 병원에서 치료사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장애문제와 차별의 문제에 대해서
바로 볼 수 있게끔 이끌어주고 도움을 주었던 소중한 사람들 덕에 2007년, 노들이라는 공간의 문앞에 설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저로서는 너무나 감사할 일이랍니다.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많았고, 노들과 함께하면서 여러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며 이전과 다른 새로운 나를 만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그리고 모든 삶이 그렇듯
7년의 시간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일상이 된 노들과 노들센터는 많이 버겁고 힘에 부치기도 했지요. 함께 활동한다는 것, 함께 공동체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과 사건들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고단하기도 했습니다. 내 마음 같지 않음으로 인해 서로를 이해하지 못 하고, 어긋남으로 인해 사람을 떠나보내기도 하였지요. 저 역시도 힘들고 괴롭고 내려놓고 싶었고 도망치고 싶었답니다.
그런데 7년이라는 시간을 살아낸 것도
역시 사람 때문이었어요.
마음 주고 의지할 수 있는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이 고비 때마다 저를 살아 움직이게 했습니다. 어떤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함께 모여서 일을 도모하는 것이 조직과 공동체의 중요한 목적이라지만, 때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오히려 그 목적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관계의 힘은 대단히 중요했습니다.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 서로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다는 마음과 마음의 확인들. 힘들 때 ‘밥 먹자’, ‘차 한잔하자’, ‘술 한잔하자’라고 말 한마디 건네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저에게 있어서도 큰 힘이고 위로였습니다.
그런 노들을 잠시 떠나
저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노들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쩌면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투쟁을 만들어야 하는 곳이고, 그만큼 더 책임감도 요구되는 그런 곳. 익숙하지 않고 그래서 많이 공부하고 고민해야 하는 자리이지만 노들에서의 경험들이 밑천이 되어서 조금씩 적응하고 있고 더디지만 앞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에서 활동하게 되었거든요. 제가 워낙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아닌지라, 이 자리에 제가 적합한 사람인지, 잘 할 수 있을지 아직도 자신이 없지만… 격려해주고 응원 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노들야학에서 치열하게 활동했던 많은 선배활동가들이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 여러 단위와 현장에서 치열하게 투쟁하고 살아가는 것처럼 저도 노들에서의 경험을 발판삼아 새로운 시작을 합니다. 저를 잘 아는 분이건, 조금 아는 분이건, 잘 모르는 분이건, 아예 모르는 분이건; 노란들판이라는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우리 모두의 삶을 응원하듯, 저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주세요. 열심
히 해보겠습니다.
짧은 인사를 마치면서 저와 함께 노들센터에서 활동했던 소중한 사람들이 생각나네요. 많은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해야 하지만, 특히나 이 분들이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 고생했던 분들이라 더 고맙고 그렇습니다. 김영희, 이경희, 김문주, 문명동, 이동엽, 조한나, 송병준, 박상호, 홍은전, 이라나, 김지영, 정용안, 김지예, 김재환, 홍지연, 안민희, 윤성근, 박선우, 심정구, 조아라, 그리고 공익근무요원 재범&광호. 고마워요.
그리고 이 인사 글을 읽어주신 그대에게 감사합니다. 언제 어느 자리에서건 웃는 얼굴로 우리 마주 할 수 있기를…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대부분은 걱정과 두려움의 전조 없이 찾아옵니다.
우리가 가진 두려움은 죽음을 막아 주는 것이 아니라 삶을 가로막습니다.
인간의 삶은 우리가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이 두려움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두려움은 사랑, 진실된 감정, 행복, 자기 존재의 확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가로막는 그림자입니다.”
- 책 『인생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 데이비드 케슬러 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