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여름 101호 - 날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2014 인권연극제
1. 왜 인권연극제인가?
다시 물어보자면 이런 질문이겠구나 한다. ‘인권’을 왜 ‘연극’으로 풀려 하는가?
뻔한 대답 하게 될 것 같아 스스로 한번도 떠올려 보지 않았던 질문. 이 질문부터 답해야겠다. ‘인권’
이라는 것이 얼마나 넓고, 잘못하면 모호해 질 수 있으며, 사람 사람마다 다양할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을 미루고서라도, ‘인권’의 문제를 해결해 나감에 있어 권리에 대한 표현과 그것에 대한 공감, 그리고소통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이견이 없을 터. 표현과 공감과 소통의 과정을 해낼 수 있는 아주 좋은 형태가 연극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렇게 답하고 나니 바로 다음 질문이 꼬리를 문다.
2. 누가 인권연극의 주체여야 하는가?
인권 연극의 주체는 ‘누구나’지. 모두에게 모두의 권리가 있듯이. 그러니 나의 인권, 또는 내 친구의인권, 또는 내가 아는 누군가의 인권에 대해 ‘할 말 있는 사람’ 더 좋은 건 ‘할 말 많은 사람’ 이 그 주체여야 한다는 생각. 그 할 말 있고 할 말 많은 사람들이 연극의 비전문가라 해서 연극이라는 이 좋은 형태의 주체에서 배제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래서 아마도 인권연극제에는 거칠게 말해 ‘퀄리티떨어지는(?)’ 작품들이 다수 출동할 예정이다. 어떤 전문가가 또는 소위 아티스트 주장하는 누군가가 보기에 이 결과물들이 너무도 오합지졸 졸작들일 수 있으나 인권연극을 하려는 우리에겐 그 자체로 인권을 표현하는 그리고 공감과 소통을 원하는 소중한 과정이다. 이것이 인권연극제의 방향이므로 이 즐겁고 신나는 과정이 없다면 우리는 인권연극제를 내려 놓아야 한다. 시민인권연극단이라는 이름으로 모집되고 인권연극제의 중요한 역할로서 올려질 이 작품들이 바로 인권연극제의 핵심이라 말할 수 있다.
3. 인권 연극제는 연극 비전문가만이 주체?
그럴 리가. 인권연극제의 이러한 중요한 동기와 출발에 동의하는 훌륭한 전문가 그룹이 있다. 몇 년간에 걸쳐 상황의 여러 어려움을 딛고도 인권 담론을 주제로 연극을 올려온 극단들과 예술가들이 동료가 되어 인권연극제의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또 ‘할 말 많은 사람들’이 비전문가로서 작품을 제작하기까지의 과정에 많은 지원과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4. 인권연극제의 가장 어려운 문제?
공연장 문제. 대학로에서 장애인들이 공연을 올릴 수 있는 무대 시설을 갖춘 공연장은 고사하고 공연을 관람하기도 어려운 시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인권연극의 축제를 연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대학로를 내려놔야 하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 적어도 나는 이런 답을 내렸다. 연극의 메카라 불리는 대학로공간에서조차 장애인 접근을 고려할 여지가 없다면 할 말 다 하는 것이다. 인권연극제는 대학로에 장애인들이 공연을 올리고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의 주체에서 배제되어 있음을 알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로.인권연극제의 공연을 보러 온 많은 장애인들이 공연 관람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 상황자체를, 그리고 주최인 인권연극제가 비판을 받게 되는 상황 그대로를 노출시키며 다음해, 또 그 다음해의 인권연극제를 통해 장애인들이 함께 관람할 수 없는 공연장의 문제를 이슈화시키고 가능한 공연장을 확보해 나가는 것을 운동의 방향으로 만들고자 한다.
이렇게 두서없이 인권연극제에 대한 생각을 자문자답 하다 보니, 내가 어쩌면 바쁘다는 핑계로 반드시 생각해 봤어야 하는 문제들을 회피해 왔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집니다.
인권연극제, 2014년 10월부터 11월까지 대학로에서 처음 그 발걸음을 뗍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나고자 합니다.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신뢰로 서슴없는 비판, 그리고 애정 어린 무한 관심 부탁드립니다.
인권연극제 공식 블로그 / http://hrtfesta.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