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료실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동네 한 바퀴 ]

노동건강연대 그리고 정우준

 

김유미

일상 대부분의 커피와 밥을 노들에서 해결하는 사람. 야학에서 수학 2반 수업을 맡고 있다. 이번 학기 목표는 구구단 2, 5!

<노들바람> 원고를 남들보다 먼저 읽으며 키득거리고 훌쩍이는 시간을 좋아한다.

 

 

교복을 입고 큰 뿔테 안경을 낀 고등학생을 마로니에공원 천막농성장에서 만난 기억이 난다. 시사주간지를 챙겨 읽는 학생이었고, 당시 야학이 있던 정립회관 근처에 산다고 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야학 신임교사에 지원했다. 아주 일찌감치 이런 삶을 알고, 선택하는 사람이 있구나,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던 것 같다.

십년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우준은 노동건강연대에서 활동한다. 야학에 회의하러 오거나, 집회 물품을 빌리러 오기도 한다. 지난 겨울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안전한 노동을 고민하는 활동가 우준을 종종 만났고, 반가웠다. 우준을 사이에 두고 노들과 노동건강연대가 함께 나눠볼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하여 이번 동네 한 바퀴에서는 야학 교사 우준과 노동건강연대의 활동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jpg

 

  우준 선생님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정우준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까지 야학 교사였고. 아마도 임용시기(?) 기준 야학 최연소 교사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지금은 노동건강연대라는 곳에서 1년 반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야학이랑은, 수능이 끝난 200711월에 왔으니 벌써 12년째 인연이네 요. 물론 중간에 잦은 휴직을 했고, 최근에는 뜨문뜨문 가다보니 유리빌딩에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상황입니다.

 

  우준 선생님이 노동건강연대에서

일하게 된 사연이 궁금합니다.

왜 노들에 안 오고

노동건강연대에 갔어요? ㅎㅎ

 

물론 생각은 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야학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교사들을 많이 봐와서 그런지 제가 그 정도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이 많았던 거 같아요. 중요한 건 야학 상근자가 무척 빡세자나요^^ 물론 알고 보니 여기도 빡세다라는 사실.

지금 일하고 있는 노동건강연대는 대학원 실습을 구하다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당시에 삼성 핸드폰을 만들던 청년노동자 6명이 메탄올에 의해 급성 실명된 사고가 있었고, 노동건강연대는 이분들에게 시각장애인으로서 살 아가는 것 등등을 지원해주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사회복지를 전공한 대학원생이 실습처를 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아서 제가 가게 된 거죠. 그렇게 노동건강연대에서 실습을 하게 되었고, 어쩌다보니 월급을 받고 있습니다. 사회복지를 전공하게 된 게 야학에 서 같이 술 먹던 교사들의 꼬심 때문이었으니 결과적으로 야학 때문에 노동건강연대에서 일하게 된 셈인 거죠?

여담으로 제가 노들야학에서 활동했다고 하면 여기 사람들도 그런 과격한 데서..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야학 소문이 무시무시하게 나있어서 활동하기 좀 편한 것도 있답니다.

 

  노동건강연대는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지

좀 더 소개해주세요.

우준 선생님은 그곳에서

어떤 일을 하나요?

 

  노동건강연대는 1988년 생긴 노동과건강연구회를 전신으로 2001년에 생긴 단체입니 다. 주로 노동자 건강에 관심이 많은 의사, 법률가, 노동조합 활동가, 시민들이 주축 회원입 니다.하는 일은 이름처럼 노동자건강과 관련 된 활동입니다. 특히 하청노동자, 여성노동자, 알바 등과 같이 불안정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고. 또 예전부터 산업재해로 노동자를 사망하게 한 것이 기업의 책임이라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산재사고를 일으킨 기업을 엄격하게 처벌할 수 있게 기업살인법’(기업처벌법)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3명이서 일하는 작은 단체다보니 이런 저런 일을 다 하는 편이지만 주로 장례식장을 찾아서 산재사망 유가족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일, 사망사고가 난 기업을 검찰에 고발하고 기자회견하는 일 등을 주로 합니다. 영수증도 풀로 붙이구요. 장점이라면 1년에 2400명 정도가 산재로 사망하기 때문에(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입니다!) 태안, 울산, 대전, 인천, 안산, 부천, 수원 등 전국을 다닐 수 있다는..

 

  작년 겨울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 님 사 고가 있은 후, 광화문 집회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우준 선생님을 마주친 적이 있어요. 사고 이후 산업안전법 개정하고 또 여러 가 지 대책이 마련된 줄 알았는데요. 최근에도 위험한 노동 환경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하는 노동자들의 뉴스를 봤어요.

김용균 님 사고 이후

무엇이 달라졌고,

어떤 게 여전히 부족한지 궁금해요.

 

  제가 하는 일이 대부분 죽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일입니다. 접하는 죽음마다 엄청난 사연이 있지만 이상하게 마음에 좀 더 담기는 죽음들이 있습니다. 김용균씨 사고가 딱 그랬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사고가 알려진 후부터 태안을 오갔고 저도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고민도 들었구요. 김용균씨 이후 왜 부족한가는 장애등급제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모두가 폐지돼서 개선된 줄 알지만 그건 가짜잖아요. 마찬 가지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 개정되었는데 실상 알맹이는 많이 개선되지 않았어요. 김용 균법이라고 하는데 사실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 가짜 김용균법이죠. 달라진 거라면 산업안전보건법이라는 법을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된 정도?

 

사실 걱정거리가 더 많습니다. 올해 들어 산재사망은 더 늘고 있습니다. 김용균씨처럼 안전한 상황에서 일하지 못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지 않아서죠. 노동건강연대는 한 명의 목 숨값이 400만원이라고 합니다. 노동자 한 명이 사망할 때 보통 기업이 400만원의 벌금형을 받기 때문이죠. 이런데 누가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투자를 하겠습니까. 특히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한테는 더욱 더 안하는 상황입니다. 위험하니까 안전하게 만들면 되잖아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사회인 거죠. 원래 위험하지 않은 일도 제대로 된 장비와 휴식을 주지 않아서 위험하게 만드는 사회니.

 

노동건강연대에서 일하면서

노들을 떠올린 적이 있나요?

 

산재노동자와 장애인은 장애와 장해(산재보험상 장애의 개념)라는 다른 이름처럼 제법 거리가 있죠. 물론 산재장애인이라는 범주도 있지만 공통점은 같이 장애등록을 한다는 점 정도인 거 같아요. 하지만 저는 둘 모두, 사실 사회가 만든 차별로 인해 손상 받은 몸으로 치부되고 노동 그리고 사회 전반에서 배제된다는 점에서 둘은 비슷한 점이 많은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장애인, 일하다 다친 노동자처럼 손상당한 사람들에 대한 복지와 노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야학도 죽음이란 단어와 멀지 않잖아요. 일하는 곳은 달라도 어느 시기가 되면 서로 비슷한 사람 을 떠올리게 되는 거 같아요.

둘 다 추상적이죠? 좀 더 직접적인 연관성 이라면 지금 노들센터에 산재노동자를 오랫동안 지원하신 분이 일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이 정도면 둘 간의 연관성이 있는 거겠죠?

 

  야학 수업은 언제 다시

할 예정인지

궁금해요.

 

  늘 마음에 고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고향에 자주들 가시진 않죠? 저도 그렇습니다. 지난 학기 해보니 불확실성이 큰 저로서는 한 주에 하루를 빼는 것도 쉽지 않더라구요. 당분간 집회나 후원주점을 열심히 가면서 얼굴을 안 까먹게 하는 것을 주안점으로 삼으려구요. 물론 420집회 못갔습니다.

 

  노들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해주세요.

 

  노란들판에 처음 왔을 때 한 번 글 써본 거 같은데 10년이 지나서 두 번째 이야기가 실리는 거 같네요. 10년 뒤에도 야학 후원회원이자 교사로 다시 글을 써보겠습니다. 그리고 투쟁과 생활로 고생하는 여러 노들 단위의 구성원들 그리고 노들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 모두에게 늘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네요. 투쟁.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 2019년 여름 119호 - [동네 한 바퀴] 노동건강연대 그리고 정우준 / 김유미 [ 동네 한 바퀴 ] 노동건강연대 그리고 정우준   김유미 일상 대부분의 커피와 밥을 노들에서 해결하는 사람. 야학에서 수학 2반 수업을 맡고 있다. 이번 학기 목... file
539 2019년 여름 119호 -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인터뷰_김태식 노동·정치·사람 집행 위원장 / 한명희 [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 연대의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인터뷰_김태식 노동·정치·사람 집행위원장   한명희 어제, 오늘, 내일 그렇게 애쓰며 삽니다, ... file
538 2019년 여름 119호 - 고마운 후원인들 2019년 5월 노들과 함께하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CMS후원인 (주)머스트자산운용 강남훈 강미자 강미진 강병완 강복현 강성윤 강수혜 강영미 ... file
537 2019년 봄 118호 - 노들바람을 여는 창 *김유미 노들바람을 여는 창 김유미 | &lt;노들바람&gt; 편집인 1. 그저 기분이겠지만. 요가를 하다보면 호흡, 그러니까 숨 쉬기가 아주 중요하게 여겨지는 때가 있습니다. 목표... file
536 2019년 봄 118호 - ‘잊는다’는 것은……. *장선정 &lsquo;잊는다&rsquo;는 것은&hellip;&hellip;. 장선정 | 노란들판 남동생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어요. 1월 새벽이었는데, 이 추운 아침에 도대체 누구냐며 전... file
535 2019년 봄 118호 - [고병권의 비마이너] 여기 사람이 있다 *고병권 [고병권의 비마이너] 여기 사람이 있다 고병권 | 맑스, 니체, 스피노자 등의 철학,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런저런 책을 써왔으며, 인간학을 ... file
534 2019년 봄 118호 - 그들을 죽인 것은 작동하지 않은 스프링클러가 아니다 *정성철   그들을 죽인 것은 작동하지 않은 스프링클러가 아니다 종로 고시원 화재 사망 사건,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권 문제     정성철| 다른 건 어떻게든 해보겠는데 자... file
533 2019년 봄 118호 - [장판 핫이슈] 말로는 폐지, 하지만 실상은 가짜 폐지? *박철균   [장판 핫이슈]  말로는 폐지, 하지만 실상은 가짜 폐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해 사다리를 매단 가을 겨울 장애인 투쟁   박철균 | 2015년 4월부터 지... file
532 2019년 봄 118호 - 차별의 벽, 아픔의 벽을 함께 넘는 노력 *김호세아   차별의 벽, 아픔의 벽을 함께 넘는 노력 코레일 차별규정 현장 실측 및 진정 기자회견을 준비하며   김호세아 | 잘못은 반성하고, 사과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 file
531 2019년 봄 118호 - 노들과 나의 인연 *강윤중     노들과 나의 인연                         강윤중 | 경향신문 사진기자. 무려 20년차다. 2002년 ‘장애인이동권’으로 생애 첫 사진다큐를 한 뒤 기자로서 나... file
530 2019년 봄 118호 - [형님 한 말씀] 2019년을 맞으며... *김명학   [형님 한 말씀] 2019년을 맞으며...   김명학 | 노들야학에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201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에는 노들야학을 알고 계시는 여러분들 가... file
529 2019년 봄 118호 - [노들아 안녕] 노들 공장 적응기 *서민정   [노들아 안녕] 노들공장 적응기    서민정     안녕하세요. 저는 2018년 8월에 노란들판 사무팀원으로 입사한 서민정입니다. 입사 소감을 쓰기에 앞서 뜬금없는... file
528 2019년 봄 118호 - [노들아 안녕] 변화를 추구하는 활동 현장에 함께하고자 합니다 *김유진   [노들아 안녕] 변화를 추구하는 활동 현장에 함께하고자 합니다   김유진      안녕하세요.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립주택팀 신입활동가 김유진입니다.  저... file
527 2019년 봄 118호 - 어쩌면 여기서는 함께 살아나가 볼 수 있지 않을까 *정진영   어쩌면 여기서는 함께 살아나가 볼 수 있지 않을까     정진영 |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요즘입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와 더불어 어떻게 ... file
526 2019년 봄 118호 - 노들 신입활동가 교육을 마치고 *장준호   노들 신입활동가 교육을 마치고   장준호 |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안녕하세요 저는 노들센터 자립주택 코디네이터 장준호라고 합니다.  졸업 후 4년 ... file
525 2019년 봄 118호 - 사단법인 노란들판 로고 ‘디자인’ 이야기 *고수진   사단법인 노란들판 로고 ‘디자인’ 이야기   고수진 | 생각이 깊은 디자인을 꿈꾸며 오늘도 작은 손을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디자이너     오랫동안 사단법인 노... file
524 2019년 봄 118호 - 우리가 기록한, 야학의 모날모순! *유지영     우리가 기록한, 야학의 모날모순!     유지영 | 오마이뉴스 기자. 많은 것을 좋아하면서 살고 있어요. 잘 웃고 잘 울어요. 장래 희망은 정확하게 듣는 사람. ... file
523 2019년 봄 118호 - [교단일기] 우당탕탕 낮수업 파이팅 *김지예         [교단일기]   우당탕탕 낮수업 파이팅   김지예  | 후회하는 일이 취미인 집순이지만 늘 세상일에 촉을 세우고 삽니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 file
522 2019년 봄 118호 - 낮수업, 긴장감과 허기짐의 이유를 찾아서 *이화영     낮수업, 긴장감과 허기짐의 이유를 찾아서 교사 세미나 후기                                               이화영 | 그래픽디자이너는 무얼하는 사람일까... file
521 2019년 봄 118호 - [자립생활을 알려주마] 연순 아파트     [자립생활을 알려주마] 연순 아파트    고권금 | 소개글을 쓰려고 하니 Superorganism의 Something for your mind 노래가 생각나네요.       슬랩스틱, 다정... fil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 54 Next
/ 54
© k2s0o1d5e0s8i1g5n. ALL RIGHTS RESERVED.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