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료실

조회 수 26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태종의 이야기

 

2019년 달력을 준비하며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인터뷰·정리 한명희

 

  대전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야. 내가 15살 때 소를 120마리인가 키웠어요. 셈을 못하니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무척 많이 키웠고, 그때 한 달에 쌀 두 가마니 값을 받았지. 큰돈이었어. 아들 둘, 딸 셋 중에 내가 둘째인데 20대에 형이 좀 일찍 죽었어. 젊었을 때도 딱히 집에 도움이 되지는 못했던 형이었는데, 공장에서 다쳤거든. 지체장애 1급 판정받고 그렇게 살다가 먼저 떠났지.

 

  가난했던 가족.

  엄마랑 아빠가 글을 하나도 몰랐어. 수도 모르고. 남의 집 농사일 도와주며 다니셨지. 그렇게 일 다니고 하느라 내가 동생 세 명 다 업어 키웠어. 그때는 학교를 가려면 등록금을 내야 했거든. 난 초등학교 다닐 생각도 안 했어. 동생들이나 학교 보내야지 싶었지. (안 억울해요?) 한 번도, 그런 생각 안했어.

 

  21살 되던 해에 (소 농장) 지겨워서 그만두고 공장에 다녔지. 그렇게 몇 년 좀 다녔나. 집에 오는 길에 교통사고 나서 다리 하나 잘랐지. 그때부터 다리 하나에는 의족 끼우고 다녀. 대전에는 돈 되는 일도 별로 없고 해서 서울로 올라왔어. 병원도 서울에서 치료받아야 더 좋을 거 같았고. 모은 돈으로 전셋집 모아서 살았는데 형이 왔지. 그냥 망나니 형이 아니라 손 하나 까딱할 수 없는 형이 돼서 말이야. 공장에서 다쳐서는 그렇게 아무것도 없는 나한테 왔지. 서울에 다니던 큰 병원에서 퇴원하고 서울 내 전셋집에 걍 데리고 있었어. 대전까지 오고 가기도 어려우니까. 내가 똥오줌 다 받았어. 그렇게 살다보니 형수도 와서 같이 살더라. 정말 진절 머리가 났어.

  수중에 돈 20만원 있었는데 그 내 집에서 내가 나왔어. 부산에 내려갔지. 그때 부산역에서 노숙도 많이 했어. 교회 무료 배식하는 데에서 식당일 좀 하지 않겠냐 해서 몇 년 들어가서 일도 했어. 방 한 켠에 잠잘 수 있는 공간도 있었거든. 그렇게 한 2년 살았나. 주민센터에 갔더니 내가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라는 거야. 나는 신청한지도 몰랐거든? 알고 보니 그 교회 목사가 내 복지카드 들고 가서 신청하고 내 수급비를 다 가져간거더라고. 교회에 데리고 있던 노숙인들 다 그렇게 했어. 나 그 교회에서 나올 때 돈 한 푼 못 받았다.

  그때쯤 형수랑 엄마가 나를 찾는다는 연락이 닿았고 다시 서울로 올라갔지. 노인시설 가서 식당에서 일도 하고 했지. 30대 중반에는 안 해본 일 없다. 붕어빵 장사도 하고 했어. 그렇게 돈 좀 모아서 고시원 들어갔어. 가서는 총무 일도 한 6년 했어. 그렇게 서울에 좀 정착하니 장애인단체 등 소식도 좀 듣게 되고 했지. 그렇게 노들야학을 알았어.

  지금은 노들야학에서 복지일자리(한 달 56시간 근무, 종로구청에서 임금 지급)로 야학 점심 급식 설거지일 해. 이거 일하는 건 암것도 아냐. 고맙지. 일을 좀 더 했으면 좋겠는데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이니까 돈을 100만원 이상만 벌어도 수급자가 탈락이 돼버려. 수급비 한 달에 80만원도 안 되는 거, 걍 줘버려도 되는데 의료급여 때문에 안 되어. 나 아직도 글도 못 읽어. 공부 열심히 해야지. 선생님들 참 고마워.

  밥도 같이 먹고 하니 좋고. 배곯고 살았던 게 길어서인지 삼시세끼 꼭 챙겨 먹어. 밥 같이 먹어서 좋아. 반찬도 맛있고. 돈이나 많이 벌었으면 좋겠어. 그럼 내가 야학도 도와주고 가난한 사람도 지원해주고 할 텐데. 언젠가 그런 일도 한번 해보고 싶고 그래.

 

 

  앞으로 하고 싶은 게 있어요?

  바랄 거 하나 없어. 그리고 억울한 거 하나 없어. 그냥 그렇게 사는 거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484 2018년 겨울 117호 - 9월 임태종     9월 임태종     내가 열다섯 살 때 소를 백이십 마리인가 키웠어요. 먹이고 키우고 돌보고, 나 다 잘해요. 지금껏 안 해 본 일이 없이 살았어요. 스무살 때 ... file
» 2018년 겨울 117호 - 태종의 이야기 / 한명희 태종의 이야기   2019년 달력을 준비하며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인터뷰·정리 한명희     대전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야. 내가 15살 때 소를 120마리인가 키웠어요....
482 2018년 겨울 117호 - 10월 김동림     10월 김동림       술 드신 날이면 아버지는 나를 향해 ‘저거 빨리 죽으면 좋겠다’고 소리를 질러대시곤 했어요. 결국 어머니한테 말해서 시설에 스스로 기... file
481 2018년 겨울 117호 - 공무원 인권교육을 다녀와서 / 김동림 [ 장 애 인 권 교 육 이 야 기 ] 공무원 인권교육을 다녀와서   김동림│석암재단(현 프리웰)에서 운영하는 시설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 2009년에 자립한 탈시설 7... file
480 2018년 겨울 117호 - 11월 장애경     11월 장애경     학교에 다닌 적이 없어요. 엄마 아빠는 직장에 가고 동생들은 학교에 가니 집에 사람 하나 없어 혼자 지내야했지요. 한 친척이 와서 애경이... file
479 2018년 겨울 117호 - 애경 이야기 / 김유미 애경 이야기   2019년 달력을 준비하며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인터뷰·정리 김유미     장애경. 1964년에 한 집안의 맏딸로 태어났다. 부모가 아이를 낫게 하려고 ... file
478 2018년 겨울 117호 - 12월 박경석     12월 박경석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들야학은 공부하는 모습이에요. 학교에서 공부하고 거리에서도 공부하고, 시도 때도 없이 공부하지요. 지하철 철로... file
477 2018년 겨울 117호 - TFT 전문가 PKS를 만나다 / 최한별 [2018 여름 <노들바람> 115호 中]     TFT 전문가 PKS를 만나다     최한별 │비마이너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고양이,떡볶이를 좋아합니다.  사주는 거... file
476 2018년 겨울 117호 - <부싯돌> 그리고 다시 박경석 / 장선정 [2018 여름 &lt;노들바람&gt; 115호 中]   &lt;부싯돌&gt; 그리고 다시 박경석   장선정│사회적기업 노란들판     &lt;부싯돌&gt;을 다시 읽으면서 저는, 순수하게 몰입하는 사람을 ...
475 2018년 겨울 117호 - [노들 후원자님께]     file
474 2018년 겨울 117호 - 고마운 후원인들 2018년 12월 노들과 함께하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CMS후원인   장경주 장귀분 장근영 장명희 장미희 장상순 장선영 장선정 장성권 장성아 장순임...
473 2018년 가을 116호 - 노들바람을 여는 창 - 김유미 노들바람을 여는 창 - 김유미 눈을 감고 이불을 쓰고 누워있는데 말들이 웅성대는 밤이 있습니다. 말들이 떠다니는데 붙잡기 어렵고 이 말 저 말이 소리가 들리는... file
472 2018년 가을 116호 - 타인의 고통, 구체적 사랑 ‘당신은 괜찮은지.....’ 장선정 타인의 고통, 구체적 사랑 &lsquo;당신은 괜찮은지.....&rsquo; 장선정│사회적기업 노란들판 느닷없이 &lsquo;젖&rsquo; 이야기로 시작해 보자면, (19금 아님.......
471 2018년 가을 116호 - [고병권의 비마이너] 차라투스트라의 첫 번째 길동무- 고병권 차라투스트라의 첫 번째 길동무 고병권│맑스, 니체, 스피노자 등의 철학,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런저런 책을 써왔으며, 인간학을 둘러싼 전... file
470 2018년 가을 116호 - 홍철과 지민의 치열한 내 집 입주기 / 승천·지민·홍철·명희    홍철과 지민의 치열한 내 집 입주기 집으로 다시 돌아오기 까지   정리 : 「노들야학」 명희 인터뷰 : 「노들야학」 승천, 지민, 홍철   STEP 1 내가 머무르... file
469 2018년 가을 116호 - 선심언니의 폭염투쟁 이야기 부족한 활동지원 시간, 폭염의 밤 속 혼자... / 강혜민 선심언니의 폭염투쟁 이야기 부족한 활동지원 시간, 폭염의 밤 속 혼자... 강혜민│비마이너 기자와 야학 시사반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너무 바빠서 일만 합... file
468 2018년 가을 116호 - [장판 핫이슈] 목숨을 걸고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 / 애린            목숨을 걸고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   애린│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위의 지하철 노선도에 표시된 내용들은 장애인들이 지하철... file
467 2018년 가을 116호 - 누구도 남겨 두지 않는다 프로젝트 : 상상력이 우리를 구한다 / 박은선   누구도 남겨 두지 않는다 프로젝트 : 상상력이 우리를 구한다     박은선│리슨투더시티에서 일하고 모 대학 재난연구소에서도 일함. 일복이 터짐.     ‘누구도 ... file
466 2018년 가을 116호 - [대학로야 같이 놀자] 대학로 편의시설 설치기 / 김필순           대학로 편의시설 설치기     김필순│경사로는 이제 그만, 그만 보이길.. 이제 휠체어그네만 보자(^^)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지역사회 편의시설 개... file
465 2018년 가을 116호 - “권영진 시장님, 마음 푸세요~”라고 하면 풀리실 건가요? / 전근배    “권영진 시장님, 마음 푸세요~”라고 하면 풀리실 건가요?   전근배│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잘못하면 규탄하면 된다. 이해 못하면 설득하면 된다. 안 ... fil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 56 Next
/ 56
© k2s0o1d5e0s8i1g5n. ALL RIGHTS RESERVED.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