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가을 112호 - 노들야학 낮수업을 소개합니다
노들야학 낮수업을 소개합니다
월 화 수 목 금! 수업 소개
야학 수업은 오후 5시에 시작하는데 오전부터 야학에 나와 있는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종일 야학 복도와 사무실을 서성이던 학생들을 위해 야학은 3년 전 '낮수업' 반을 개설했습니다. 이 낮수업은 발달장애인 학생분들을 위한 수업이었고, "천천히, 즐겁게, 함께"라는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수업 교과나 목표는 매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첫 해에는 저녁수업의 보충 수업 느낌이 나는 활동들이 많았는데, 2년차 3년차로 넘어가면서 좀 더 다양한 활동형 수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올해 중반부터는 장애인거주 시설인 인강원의 생활인들이 낮수업 학생으로 합류하면서 낮수업의 모습은 또 크게 바뀌었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천천히, 즐겁게, 함께" 가려고 오늘도 부단히 애쓰고 있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낮 1시반부터 4시반까지 진행하는 낮수업, 각각의 수업을 소개합니다.
월요일 (?)
박임당 야학교사
월요일 수업을 뭐라고 이름붙일 수 있을까요? 사전에 계획된 것은, 그리고 봄학기 동안 우리 수업은 ‘직업체험’이 주제였습니다. 발달장애인의 노동에 대한 자료집도 같이 보고, 우리 주변의 직업들에 대해서 공부하기도 했지요. 발달장애인의 노동에 관한 수업이라고 해서 실제로 발달장애인이 많이 고용되어 있는 직업들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직업과 직업세계에 대해 다루자고 이야기가 됐었습니다. 여름방학 회의 때는 하반기 수업으로,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노동조 합, 산업재해 등의 나름 신선한 주제들을 잡아놨었는데.... 이 계획은 한 순간에 엎어집니다....!
바로 인강원이라는 시설에 거주하시는 발달장애인들이 대거 수업에 결합하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에너지가 넘치고 개성 강한 학생들이 9명 이나 새로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그후로는 학생들과 교사들과의 관계 맺기를 위해 다양한 내용들을 다루어 왔습니다. 어떻게 살고 계신지 인터뷰도 해보고, 야학 공간과 친해지기 위한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었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보기도 하고, 야외로 나가서 낯선 공간들과 만나보기도 했습니다. 이것저것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실행 해보고 또 깨졌다가 반성하고 다시 계획을 짜고 하면서 2개월가량을 보냈습니다.
앞으로의 수업에서는 자립생활에 초점을 맞춘 준비들을 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바로 어제 했던 수업에서는 아무래도 학생들이 시설을 나와 자립생활을 준비하고 계시니 자립생활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고르고 오려 붙이는 수업을 했습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지역사회를 돌아보는 외출도 좀더 많이 하고, 지금은 차량을 통해 이동하고 있지만 대중교통으로 통학하는 연습도 다같이 해보려고 합니다.
항상 준비했던 것들이 다 순탄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고, 학생들과의 관계는 좀 알 것 같다가도 새로운 모습들이 훅훅 튀어나오곤 합니다. 매번 수업의 주제와 틀을 잡기 위해 교사들이 모여 따로 회의를 하지만, 혹여 어떤 사고라도 날지 조마조마하게 월요일을 맞이합니다. 이렇게 굴러가는 우리의 수업을 뭐라고 이름 붙이면 좋을까요? 일단은 이렇게 ( )로 남겨두고, 학생들에게 한번 물어봐야겠습니다.
화요일 아프리카 댄스 수업
고권금 쿨레칸
젬베폴라 신보섭 젬베의 에너지! 아프리카 댄스와 함께 노란들판에서 뛰어놀아요!
댄서 Emmanuel Sanou(엠마누엘 사누) Sharing energy and express ourselves.(우리는 춤을 통해 서로의 에너지를 공유하고, 자기 자신을 표현합니다.)
댄서 박용일 아프리카 댄스 수업은 서로의 마음을 더 크게 열어가는 과정입니다.
댄서 고권금 함께 울고, 함께 웃고, 함께 행복해지는 시간. 우리 함께해요!
어느덧 익숙해진 노들로 향하는 길. 뜨거운 햇살이 이마를 뚫고 온 몸을 뜨겁게 달구는 날이 었다. 더위를 뚫고 도착한 교실은 웬
일인지 눈물바다였다. 이유는 다 제각각이었다. 윗옷을 벗으려다 선생님한테 혼나서, 넘어져서, 그냥 슬퍼져서, 며칠 전 본 드라마에서 명성황후가 죽었는데 그 장면이 떠올라서... 그렇게 울음은 한 명에서 다른 한 명으로 전염되기 시작했고, 나는 과연 춤 수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우리의 젬베 폴라, 보섭이 눈물에 젖을 뻔한 흥을 깨우는 젬베 연주를 시작했다. 그러자 정말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앉아서 통곡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일어나더니 자연스레 스텝을 밟으며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직선으로 뚝뚝 떨어지던 눈물은 올라간 입꼬리 옆으로 둥글게 흐르기 시작했고, 엠마와 용일 그리고 나는 갑자기 퍼진 행복바이러스에 박장대소하며 함께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퍼진 행복 바이러스에 우리는 신나게 땀 흘리며 춤췄다. 감정의 교류, 에너지 발산과 표현, 춤과 음악을 통한 몸의 대화는 우리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간다. 내가 나이고, 네가 너인 상태에서 우리는 함께 울고 웃으며 우리의 존재함을 끊임없이 표현한다. 이러한 우리의 움직임이 슬픈 사회를 향한 저항방식의 일환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며, 행복의 흥을 다함께 터트리는 날을 상상해본다.
수요일 핸드드립 커피 수업
유선 카페별꼴
커피를 내리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보통 카페에서는 커다란 에스프레소 머신이라는 기계를 이용해서 커피를 만들어요. 그렇지만 이 수업에서는 전기나 기계를 쓰지 않고 가능한 한 간단한 방식으로 커피 만드는 방법을 배워 보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거칠게 간 커피에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붓는 방식의 '핸드드립 커피 만들기'를 매 시간 연습하고 있어요. 뜨거운 물과 커피, 주둥이가 가는 핸드드립 전용 주전자와 몇 가지 도구만 있으면 외부에서도 쉽게 커피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에요. 그리고 한 학기 정도 매주 연습하면 누구든지 맛있는 커피를 내릴 수 있게 돼요!
목요일 진zine 수업
유선 카페별꼴
진은 혼자서(아니면 작은 그룹이) 기획, 집필, 편집, 제본, 유통의 모든 과정을 하는 출판물을 말합니다. 보통 1~100부 정도로 만드는데요(원한다면 아주 많이 만들 수도 있고요), 진끼리 서로 교환하거나 싼 값에 판매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돈을 벌 목적으로 만들지는 않는다는 말이죠. 이 수업에서는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어떤 것이든 진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봅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고, 글씨를 쓰는 사람도 있고, 연애편지를 진으로 만들어서 상대방에게 주는 사람도 있어요.
매 시간 만든 진은 완성하고 나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소개를 합니다. 여러 권 복사해서 나눠주기도 하고, 전시를 하기도 해요.
금요일 옥상텃밭 수업 _ 맛과 멋이 있는 싱싱텃밭을 소개합니다
이영희 복지원예사
매주 금요일은 노들야학의 싱싱텃밭 활동이 있는 날입니다. 싱싱텃밭은 종로구청에서 주관하고 한국원예치료협회의 복지원예사가 강사로 파견되어 텃밭활동과 연계한 맞춤형 원예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봄에는 상추를 비롯한 다양한 쌈채소와 고추, 가지, 토마토 호박 등과 같은 열매채소를 심었고 향기 가득한 허브들도 심었지요. 여름방학을 앞두고 텃밭 작물들을 수확하여 허브음료를 만들고 호박전도 만들어 팜 파티를 열었고 많은 사람들과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싱싱텃밭 활동은 텃밭에서뿐만이 아니라 실내에서도 텃밭의 수확물을 활용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됩니다. 요리의 재료로 사용함은 물론 텃밭 채소들에게 필요한 친환경 영양제와 해충으로부터 식물을 보호할 수 있는 친환경 식물보호제를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채소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뿌려주기도 합니다. 싱싱텃밭은 텃밭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텃밭채소 재배와 원예에 필요한 기초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원예활동을 통하여 즐겁고 건강한 일상생활이 될 수 있도록 합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인 지금 옥상에 있는 텃밭에는 배추,무,갓,시금치,쪽파 등과 같은 김장채소들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모두 노들야학의 학생들이 직접 심고 사랑을 듬뿍 주며 가꾸고 있는 텃밭채소들입니다. 김장철이 되면 잘 자란 배추와 무 등을 수확하여 맛있는 김장김치를 담글 계획입니다. 노들야학의 텃밭이 궁금하신가요? 그렇다면 김장채소들이 탐스럽게 자라고 있는 노들야학의 싱싱텃밭으로 놀러오세요. 언제든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