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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들러(Doodler) 활동기

김필순 | 사용한 적 없는 새 낙서판. 이 판으로 낙서하는 그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양의무제 폐지라는 글자를 새길 수 있는 판

“나 박경석은 개가 아니라 인간이다” 한국판 ‘나, 다니엘 블레이크’ 선언은 언론에 엄청난 관심을 받은 우리의 첫 낙서투쟁이었습니다. 사회보장위원회가 있는 건물의 대리석과 유리창에 쓴 이 낙서는 이제 이름도 쓰기 싫은 박근혜정부의 사회보장제도 후퇴를 규탄하는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권리선언 행동이었습니다.


때문에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손해배상 2,717,000원을 청구받았습니다. 하지만, 영국의 복지현실을 보여준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처럼 한국의 복지현실과 광화문 지하역사에서 1800일 넘게 외치고 있는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함께 살기 위한 3대 적폐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장애인수용시설” 폐지를 세상에 알리는 낙서행동(Doodle Action)은 우리의 2017년 중요한 투쟁전술이었습니다.


우리의 첫 낙서는 멋졌고 그날 우리가 한 말들은 가슴을 꾹꾹 누르는 말들이었습니다. ‘나, 추경진은 하찮고, 쓸모없는 존재가 아닙니다. 나를 더 이상 모욕하지 마십시오!’, ‘나, 김명학은 장애와 가난을 더 이상 증명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병자가 아니다. 나는 아픈 사람이 아니다. 나는 일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약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냥 한 사람이다’, 우리는 더 이상 장애등급제로 죽고 싶지도, 부양의무제로 죽고 싶지도, 시설에 갇혀 살고 싶지 않기에 낙서를 하고 투쟁합니다.

 

사회보장위원회 건물 외벽에 '인간'이라고 쓴 박경석 교장님.

사회보장위원회 낙서 후 우리는 ‘3대 적폐 폐지하길’을 걸었고, 첫 번째 순례길인 ‘부양의무제 폐지하길’에서 우리가 잘하는 광화문사거리를 점거하고, 횡단보도 위에 붉은색의 3대 적폐를 선명히 남겼습니다. 이 낙서는 아직까지 광화문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숨은그림찾기처럼 광화문사거리를 지날 때마다 찾아보는 것도 참 즐거워요.^^ 참 락카로 가방을 가득 채우면 무척 무겁습니다.ㅜ 가방에는 빨강·노랑·흰색 3종 세트만 챙기셔야 합니다.


저는 ‘제13회 전국장애인대회’에서 드디어 낙서하는 사람, 두들러가 되었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락카를 뿌렸던지 나중에도 손이 덜덜- 떨릴 정도였어요. 세 번째 낙서투쟁에서 투쟁전술에 어울리는 우리는 무기(장비?)를 준비했습니다. 두꺼운 종이로 3대 적폐 폐지 ‘글자판’을 만들었는데 글자판 위에 쓱쓱- 광화문사거리는 순식간에 낙서로 뒤덮어버렸습니다.ㅎㅎ 그런데 이 무기의 치명적 단점은 투쟁 하루 동안 신나게 뿌리고 나면 글자판이 너덜너덜 해지고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것. 게다가 글자를 파는 작업도 손가락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고된 작업이었어요.

알록달록해진 장갑

폐지 폐지 폐지 낙서 위에 김필순


그래서 재활용이 가능한 새 무기를 개발했답니다.^^ 고장샘이 락카에 녹아버리지 않는 ‘아크릴’로 손잡이도 만들어, 가지고 다니기 편한 글자판을 만들자 제안했지요. 우리의 새 무기는 쌔끈하니 아름다웠어요.ㅎㅎ 하지만 아크릴 글자판은 종이판처럼 땅바닥이랑 척-하고 달라붙지 않아 락카가 번지는 단점이 있었어요. 하지만 여러 번 사용해도 글자판이 망가지지 않아 좋았죠. 무기 개발에 관심 많은 노란들판 식구의 조언을 받아 이번에는 무려 ‘철판’으로 기존의 크기보다 훨씬 큰 글자판을 만들었답니다. 이건 정말 멋졌어요. 글씨도 크고, 글씨도 안 퍼지고, 거기다 글자판끼리 달라붙지 않아 보관도 용이한 장점까지! (야호야호!)

글자판, 낙서판을 가지고 많은 곳에 낙서했습니다.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 1000명의 대오가 광화문사거리를 막고 그 안에서 신나게 낙서했습니다. 휠체어에서 내려와 낙서를 하고, 장애인차별철폐운동을 연대하는 동지들과 함께 낙서를 하고, 저 높은 곳에서 단식농성 하는 동지들을 응원하는 낙서도 했습니다. 광화문사거리 광고탑에서 단식농성 하는 투쟁사업장 동지들이 하늘에서 우리를 찍은 멋진 사진을 보내줬어요. 위에서 찍는 많은 사진들이 멋진 거 같아요.^^ 420노숙투쟁 뒤 8킬로미터가 넘는 행진을 하고 마포대교에서 대구시립희망원 희생자 영정을 안고 ‘장애인수용시설 폐지’를 낙서하고, 세계노동절에는 이화사거리를 시작으로 종로1가에서 종로5가까지 곳곳에 낙서했습니다. 그리고 무려 청와대 앞에서도 낙서를 했습니다. (대박이죠!) 얼마전에는 국가인권위원회 개혁 촉구 기자회견에서 인권위의 인권침해로 사망한 ‘우동민 열사의 죽음을 사죄하라!’ 강한 요구도 전달하고 왔습니다.

 

광고탑 위에서 농성하는 분들이 찍어준 사진


우리는 도로점거를 잘합니다. 우리는 기자회견은 물론 토론회도 잘합니다. 우리는 경찰청도 인정할 정도로 집회조직도 잘합니다. 우리는 연대활동도 열심히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낙서도 잘합니다. 우리는 18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농성장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의 투쟁이 단단할 수 있는 힘은 투쟁을 잘하고 투쟁을 열심히 하는 것뿐 아니라 투쟁의 즐거움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2017년 상반기 우리의 투쟁을 즐겁게 해준 낙서, Doodle 고마워요-*

 

낙서행동(Doodle Action) Tip

하나, 락카 스프레이에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마스크 준비
두울, 락카 양을 많이 쓰는 것은 금물, 슬슬- 색이 나올 정도로 가볍게
세엣, 경찰 채증에서 나를 보호하는 모자 준비
네엣, 락카 매니큐어가 부담스럽다면 장갑 준비 (약한 매니큐어라 샤워 한 번이면 쓱- 지워져용)
다섯, 혼자보다 같이 낙서하자고 하면 상대가 아주 신나함 ^^

 

어느 횡단보도에 시설수용폐지를 새기는 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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