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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쿵쿵차카차카와 함께 춤춰주시라! 

 

 

 동녘

2021년부터 노들에 와서 월요일마다 쿵쿵차카차카에서 북을 칩니다. 최근에는 목요일에도 나와 해복투와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음악 만들고 악기 연주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쿵!쿵! 차카차카입니다!”

 

  2021년 4월 봄부터 지금까지 만나고 있는 노들야학 학생들로 이루어진 타악공연팀 <쿵쿵차카차카>가 늘 공연을 시작할 때 외치는 인사말이다. 모든 구성원이 나무채를 들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난 신호수가 “하나, 둘, 셋, 넷!” 신호를 주면 모두가 이 문장을 외치고 북소리를 와르르 쏟아내며 공연시작을 알린다.

 

  ‘쿵쿵차카차카’ 팀(이하 쿵차팀)은 월요일 오후에 2층 야학에서 브라질 타악기를 가지고 리듬을 연주하는 공연팀이다. 야학학생이자 예술노동자인 경남, 만순, 성숙, 희자, 장기, 봉규, 인혜, 호진, 호선, 재용과 강사인 화경, 쇼, 동녘 그리고 야학교사인 유미가 함께 하고 있다.

 

  쿵차팀은 브라질에서 온 바투카다 악기를 연주하지만 특별히 브라질 음악을 연주하고 있진 않다. 레퍼토리를 만들 때 바투카다 리듬에서 약간의 모티브를 가져올 뿐, 연습하는 과정에서 쿵차팀은 우리 스타일대로 리듬을 변형하다가 원래의 리듬 이름조차 우리 식대로 재밌게 바꿔 붙인다.

 

  <쿵쿵차카차카>라는 팀 이름의 의미는 각종 타악기들이 내는 '쿵!'소리와 '차카차카-'하는 소리를 그대로 따온 것인데, 주로 음악을 매개로 투쟁하고 연대하는 자리에 공연으로 함께하고 있다.

학생이자 노동자로서 같이 어울려 햇수로는 이제 5년차에 접어들고 있는 쿵차팀은 조금의 기복은 있지만 처음에 비해 손발이 꽤 잘 맞으며 서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느낌이다.

 

 

  땀이 뻘뻘 나는 악기 고르기

 

  쿵차팀은 2021년 봄에 첫 연습을 시작했다.

 

  처음 수업을 제안 받은 강사들은 이전까지 발달장애당사자들과의 수업 경험이 없었기에 솔직히 걱정반, 기대반이었으나. “일단 해보자, 적어도 북 치는 신나는 시간으로 만들 수는 있을 것 같다” 여기며 야학학생 분들과 만나게 되었다.

 

  연습을 시작하며 인원에 맞게 여러 악기를 나눠 가져야 했다. 처음 위기는 여기서 생겼다.

 

  바투카다에는 여러가지 크기의 북이 있는데, 경험상 이 중 단연코 큰 북인 ‘수르두’가 인기가 많다. 낮고 묵직한 소리가 심장을 울리고, 악기의 크기도 크며 북채도 다른 것과 다르게 만족스럽게 두툼하니 그렇다. 제한된 자리수에 비해 큰 북 지망자가 너무 많아서 토론 끝에 제비뽑기 방법까지 나오던 그 때 누군가 큰 소리를 냈다.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나 안 해!”

 

  화를 냈던 것은 봉규님이었다. 잠깐 맡아서 연습했던 큰 북이 마음에 드셨는데 강사들이 줬다가 뺏는 것처럼 되는 모양이 마음에 안 드셨던 모양이다. 그렇게 느끼시게 만든 것에 대해 강사들은 사과하며 다시 제자리로 모셨다.

 

  봉규님은 그 뒤로 절대 그렇게 큰 소리내시는 법은 없는데 당시 우리 강사들은 긴장해서 땀을 뻘뻘 흘렸다.

 

  이후 어떻게 잘 수습해서 파트 분배를 마쳤는데, 이후로도 가끔 악기를 바꾸기를 원하는 일이 있다. 모두가 원하는대로 할 수는 없지만 이따금씩 상황을 보고 파트변경을 하는 일도 있다. 수르두 연주자들은 대체로 안 바꾸고 그대로 쭉 가고 있지만…

 

 

  "이 악기 이름이 뭐지요?“

 

  쿵차 시작부터 지금까지 빼놓지 않고 수업이자 일자리 시간 말미에 소감을 나눠오고 있다.

 

  대체로 앉은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말하거나, 한 사람이 이야기하고 나면 임의로 안 한 사람을 다음 순서로 지정하는 식이다. 뭐가 됐든 절대로 빼먹지 않고 한 단어라도 말하는 것이 규칙으로 자리 잡았다.

 

  어떤 학생분들은 자기 차례가 되면 집중되는 이목에 조금 수줍은 듯, 단어를 골라서 짤막하게 소감을 이야기하는데, 주로 “재미있었어요.”, “좋았어요.”, “어려워”라고 말한다.

 

  나를 포함한 다른 강사들은 궁금하기도 해서 꼭 한 번씩 더 물어본다.

 

 

  “왜요?”, “뭐가 재미있었어요?”, “어떤 게 재미있었어요?”

 

  그러면 (주로는 만순님이 그러시는데) “북 치는 거”라는 답이 나오고 화경쌤이 “ㅇㅇ님이 연주하시는 북 이름이 뭐지요?”라고 되묻는다. 그러면 다 같이 골똘히 생각하다가 먼저 생각나거나 알고 있는 사람이 입을 열고 정답을 말한다.

 

  악기 이름이야 그냥 ‘북’이어도 우리끼리는 다 아니까 상관없지만, 곡명이기도 한 각 리듬의 이름은 열심히 외우려고 하는 편이다. 공연을 할 때 소개를 해야하니 그렇다.

 

  바투카다는 여러가지 리듬을 레퍼토리로 바꿔가면서 연주하는데, 쿵차팀은 외국어로 된 원래 이름을 그대로 쓰지 않고 우리 식으로 바꿔서 다시 이름을 붙인다. 이를테면 펑크는 ‘노들비트’, 쌈바는 ‘노들있지’, 하우스는 ‘춤’...이런 식으로 우리 나름대로의 맥락으로 이름을 다시 붙인다.

 

  ‘노들비트’는 항상 공연 맨 처음에 연주하는 리듬이다. 우리의 인사격인 리듬인 셈이다. ‘춤’은 점점 빨라지는 노래로 시작하고 노래로 끝난다.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이 때는 다 같이 멈춰야 하는 규칙이 있다. 작은 놀이가 섞여 있다. 엄청나게 빠르고 늘 마지막에 연주하는 곡이다.

 

  ‘노들있지’는 시작할 때 다같이 노래와 연주를 번갈아 넣는 구성이다. 노래는 이렇다.

 

  “노들에 가면 선생님도 있고”

  “노들에 가면 친구들도 있고”

  “노들에 가면 교실도 있고”

  “노들에 가면 일자리도 있지”

 

  끝날 때는 “노들에 가면 (       )도 있고, 노들에 가면 우리들이 있지!”라고 하면서 마친다.

 

  빈칸은 그때그때 다르다. 그날 정하지 않았다면 기본형은 ‘투쟁도 있고’이다. 쿵쿵차카차카도 일종의 투쟁이다.

 

  아무튼 빈칸에 들어갈 말은 보고 싶은 누군가의 이름이 된다. 코로나에 걸린 친구들, 오늘 아파서 못 온 사람, 취직 때문에 그만둔 재우 쌤, 골절로 집에서 오래 쉰 희자님, 몇 개월 긴 여행을 떠난 쇼 선생님 그리고 병상에 있다가 작년 12월에 하늘나라로 먼저 떠난 보고 싶은 지민님.

 

  생전 늘 진중하고 정성스레 북을 연주하던 지민님을 때때로 떠올린다. 연습 중 누군가가 문득 “지민이 볼 수 있게 열심히 연습해야지!”라고 말할 때 “맞아요, 맞아요” 맞장구치며 지민님의 북소리를 생각한다.

 

 

  “열심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쿵차팀 사이에서는 “열심히”라는 말이 꽤 자주 오간다. 안그래도 생산성과 효율,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사는 게 힘든데 여기서까지 열심을 이야기하는 게 가끔 이상하기도 하다.

 

  그런데 타악기 연습을 하다보면 정말 열심히 해야지 되는 경우가 많다. 열 명이 넘는 쿵차팀이 리듬 안에서 정해진 타이밍에 맞춘 음을 동시에 쳐야할 때도 많고, 멈추고 다시 치기를 반복해야 하는데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다.

 

  연습을 하던 중 브레이크에서 멈춰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흥겨워서 계속 악기를 친다거나, 한 번만 쳐야 하는데 두 번 치는 실수는 늘 일어난다. 팔을 휘두르다가 힘이 넘쳐서 멈추기 어려운 것을 어떻게 하나.

 

 

  “아! 너무 어려워. 나 잘 못 해. 미안해요, 틀렸어요.”

 

  늘 열심히 연습하고 즐겁게 악기를 치는 희자님은 자주 틀려서 미안하다고 한다. 우리는 괜찮으니 한 번 또 해보자고 한다. 옆 사람들도 별일 아니라는 듯 또다시 같은 구간을 같이 반복해준다. 몇 번 정도 하다보면 뭔가 맞아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그러면 또 다음으로 넘어가서 다른 걸 해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신기하게 매주마다 거의 완벽하리만큼 잘 되는 리듬이 있고 지난주에는 분명 잘했는데 이번 주에 유독 안되는 리듬이 있다.

 

  처음 악기를 시작한 1-2년은 채를 쥐는 것도 힘이 많이 들어 악기 연습을 오래하기도 힘들었다. 기본기를 익히는 게 필요한 것 같아서 고무 드럼연습용패드를 앞에 두고 앉아서 채를 쥐는 법, 휘두르는 법 등 ‘올바르게’ 치는 법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어떤 시기에는 연습 중에 한창 맞고 틀린 것을 가르고 교정하다보니 ‘모두가 딱딱 규격에 맞기 위한 훈련을 하는 게 맞을까’하는 고민이 들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한 번은 ‘규격외 혼돈’을 추구하고자 뭔가 전자음악+즉흥음악을 실험한 적도 잠깐 있었다. 얼마 못 가 다들 어색함을 못 견뎌서 곧 그만두었지만. 다들 내 억지를 참느라 말을 안했지만 이전의 쿵! 빡! 소리가 맞는 그 쾌감을 그리워했던 것이다.

 

  지금에서야 쿵차팀의 리듬은 나름의 방향으로 계속 가는 중이다. 리듬 속에 과제도 있고 정확한 요령도 있지만 동시에 누군가 통제를 벗어난 자기 연주를 하고 있으면 그것들조차 쿵차의 음악에서 하나의 질감으로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어떤 때는 정박이 되고 어떤 때는 엇박이 되면서 맞고 틀림 사이를 질주하는 음이 나온다.

 

  누군가 속도가 어긋나면 옆 사람이랑 눈으로, 말로 대화해가면서 어느새 다시 리듬에 올라탄다. 맞고 틀림이 넓게 퍼져있는 북소리를 내다보면 춤도 나오고 웃음도 나온다. 물론 기복에 따라 힘들고 집중이 안되는 날도 있다. 그럴 때면 꼭 평소 과묵한 편인 재용님이 기운차게 한마디 한다.

 

 

  “열심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봉규님이 한마디 한다. “재미나게 했으면 좋겠어요.”

 

  곧이어 장기님이 신이 나서 거든다. “일을 열심히 해가지고, 맛있는 것도 사먹고, 세탁기도 사고...”

 

  “새로운 리듬도 배우고...마로니에에서 공연 또 했으면 좋겠어”

 

  쿵차팀의 연간 마무리 결산을 하면서 꼭 한 해 공연도 같이 돌아본다. 연간 평균 4-5회 정도의 공연을 해오고 있는 것 같다. 홈그라운드 같은 노란들판이나 야학 관련 행사에서 한 꼭지를 맡아서 재밌게 하는 때도 있고, 종로구청이나 시청 같은 곳에서의 야외투쟁에 연대하는 공연도 있었다. 호선님은 한 번 우리가 같이 동탄에서 공연한 일이 기억에 남는지 자주 동탄 이야기를 하신다. 야외행사에서 공연하면 연주하던 사람이 자기 북을 내려놓고 관객이랑 어울리면서 신나게 춤을 추는 재밌는 상황도 있다. 연극을 주로 하는 실내극장에서의 공연 경험도 인상적이었다. 야외에 비해서 소리가 잘 모아지는 실내환경에서는 악기의 울림이 더 잘 살아나서 음악에 완전히 빠져들어 연주하는 재미가 좋았다. 그래도 우리 쿵차팀의 일순위는 단연코 마로니에공원일 것이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레퍼토리도 조금씩 개발하고, 리듬소개도 하나씩 맡아 마이크로 전할 말을 연습한다. 북채를 직접 만드는 작업도 한다. 이제는 연주 가능한 곡 수가 늘어나서 공연 시간에 따라 탈락되는 곡도 생긴다. 공연을 앞두고 있으면 목표가 생기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어지고,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솟아난다. 그래서 우리는 섭외에 반색하는 편인데 올해부터는 뭔가 스스로 공연을 열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든다. 일이 안 들어오면 일을 만들어야지.

 

  연주하는 게 이렇게 즐거운데 돌이켜보면 그것도 하기 힘든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다. 코로나 판데믹으로 만날 수 없어 온라인으로만 수업했던 일도 그 중 하나다. 그해 12월에 방학식 공연제목이 “친구들 보고 싶어”였는데 어쩐지 눈시울이 시큰해지는 제목이었다.

 

  벼락같던 서울시권리중심공공일자리 해고 사건도 있었다. 다행히 서로 찢어지는 일 없이 쿵차팀을 계속할 수 있어서 너무나 다행이다. 현재까지도 우리는 일자리 시간에 쿵차팀으로 열심히 연습하고, 공연하면서 예술노동을 지속하고 있다. 아무튼 올해는 실력행사를 할 기회가 많기를 바란다. 최근에도 새로운 리듬을 열심히 개발하고 있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거의 연주가 힘들었던 엇박이 잔뜩 들어있는 리듬이다. 물론 연습하면 쉽게 되질 않고 어렵다고 원성이 자자하지만, 쿵차팀 멤버들은 이 말도 꼭 덧붙인다.

 

 

  “선생님, 새로운 리듬 어려운데...재미있어!”

 

  힘들어도 웃는 쿵차팀이 최고다. 쿵쿵차카차카 북을 연주하는 일은 언제 재미없어질까? 우리들의 웃긴 재미가 계속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끝으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언제 한 번 공연에 오신다면 같이 춤춰주시라!

 

쿵차1.jpg

코로나19 시절 ‘친구들 보고싶어’ 온라인 공연

 

쿵차2.jpg

2022년 성미산마을극장 공연

 

쿵차3.jpg

2023년 장애인노동절대회에서 공연하는 쿵차

 

쿵차4.jpg

노들30주년 오프닝 공연

 

쿵차5.jpg

북채 ‘말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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