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료실

돌아오기 위해 고생한 우리를, 축하하고 싶었다 

 노들에스쁘와의 <COME BACK> 공연 제작 후기

 

 

 엠마누엘 사누

댄서, 안무가. 전통을 기반으로 동시대 사람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움직임들을 포착하고 다양한 형태의 프로젝트로 발표해내고 있다. 춤은 몸의 대화이자 하나의 언어로서, 국경과 문화, 인종과 장애 등 다양한 장벽을 넘어 환대할 수 있는 문화를 춤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

 

번역 손소영

우연히 참여한 엠마누엘 사누의 댄스 워크숍을 계기로 점차 춤에 매료되어, 어느덧 ‘춤’이란 굵직한 챕터가 인생에 자리 잡았다. 쿨레칸 단체의 프로듀서로 일하며, 춤 웹진 [몿진]과 인터뷰집 『춤과 땡땡』을 기획·편집했다.

 

 

 

 

 

엠마1.jpg

 

  나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이 공연을 하는 건 굉장히 중요했다. 나는 노들에서 수업을 한 7년동안, 노들장애인야학이 노들 에스쁘와 퍼포머들을 인강원 시설에서 나올 수 있도록 얼마나 싸워왔는지 눈으로 봤다.

 

  그들의 싸움과 확고한 의지 덕에, 우리의 멤버들을 모두 시설 밖으로 나오게 하는데 성공했다. 모든 퍼포머들이 자유로운 상태가 된 것을 볼 수 있다. 나에게 이건 매우 큰 성공이다. 

 

  우리의 학생들이 야학에 와서 다른 학생들과 선생들과 공동체의 삶을 느끼고, 다시 시설로 돌아가야 할 때 그들은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30분 넘도록 다시 돌아가야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모습들을 보았다. 

 

  나에겐 아무런 선택지가 없었다. 이 자유로움을 축하하는 것 말고는. 이 자유로움은 나에게 가슴 속 외침이었고, 기쁨의 외침이었고, 사랑의 외침이었고, 공감의 환호성이었다. 

 

  이 공연에서 나는 사회를, 공동체를, 가족을,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말하고 싶었다. 나는 인강원이라는 시설이 자유로움이 없는 감옥과 같은 곳이라 느꼈다. 학생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 손을 내밀기를.

 

  학생들은 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들을 위해 싸우는 야학 선생님들도 쉽지 않았다. 이 공연으로 이 둘에게 모두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서로를 토닥여주고 싶었다. 

 

  여러 해 동안의 고립, 야학이 이 고립의 장벽, 학생들과 사회를 가로막는 장벽을 부수었고, 이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컴백> 공연 만들기 

 

  <어라운드 마로니에>와 달리, <컴백> 공연은 모든 장면에 대한 디자인을 끝내고, 바로 연습에 들어갔다. 나의 자리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했다. 각자 다른 음악과 함께 의자와 춤을 추었다. 의자는 앉을 수 있는 물체이거나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친구라 생각하고 움직이자고 했다. 그렇게 4주 정도를 진행했고, 이 장면에 함께 할 4명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이들이 관객들 사이에서 춤을 시작하길 바랬다. 첫 시작부터 관객들과 탈시설을 축하하는 분위기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하지만 극장이 그걸 구현하기 어려운 장소였고, 다른 방식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용형과 나의 듀오에 나오는 길은 인강원에서 나오는 길을 상징한다. 듀오를 처음 연습하는 날, 지용형이 의자에서 나오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날 나는 바로 발견했다. 이 파트는 형이 해야 하는 구나. 인강원 이야기를 들었을 때 누군가는 아주 어렸을 때 거기에 갔다. 숫자를 이용해서 시적인 텍스트로 구성하고 싶었다.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하기 보다 숫자가 커지면서 얼마나 내가 기다렸는지, 얼마나 이 사회에서 보고 싶은지, 내 인생이 여기가 끝이 아니라 밖에 재밌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궁금한 마음 등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나와 형이 번갈아 야학 선생님이 되거나 시설에 있는 사람이 되거나 왔다갔다 바뀌면서 서로에게 기쁜 마음으로 고생했네, 감사하는 마음을 담았다. 

 

  이후 안젤리크 키조의 ‘볼레로’ 노래가 나오며 우리는 서로 서로 연결된다. 따뜻함을 전해주고, 한 명씩 포옹을 한다. 포옹은 점점 커져간다. 작은 부족처럼 우리는 다 같이 여기에 있으며, 함께 방향을 찾고, 서로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부드럽게 물처럼 흐른다. 관객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서로에게 부드러운지, 편안한 사이인지, 얼마나 서로를 위해 여기에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다음 우리가 우리의 자리를 만들었고 찾았다는 걸 다시 크게 축하하는 걸로 마무리 짓는다. 첫 장면을 다시 복기한다. 이제 공연을 다 보고 진짜 축하하는 느낌으로, 듀오가 점점 조금씩 서로 합쳐지면서 우리의 자리를 가진 걸 축하하고 싶었다. 

 

 

  <컴백>의 음악, 오마르와 동녘 

 

  우리 문화에서 즉흥은 필수적인 요소이고, 음악과 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댄서들은 모두 다른 리듬으로 움직인다. 다른 박자 속에서도 우리는 함께 움직이고 있고, 연결되어 있었다. 오마르와 동녘, 두 명의 라이브가 이들과 잘 어울렸다.

 

  오마르와는 과거 여러번 즉흥 공연을 한 경험이 있고, 너무 좋은 뮤지션이기 때문에 이 작품에 초대했다. 어떤 장면에서 어떤 느낌으로 하고 싶은지 알려줬을 때, 오마르가 너무 재미있게 음악을 만들어주었다. 우리 댄서들이 그의 음악에 정말 몸으로 푹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댄서들은 음악을 들을 때 매우 섬세하다. 어라운드 마로니에 공연에서 리듬을 강조했다면, 이번엔 다른 부분의 음악을 중요하게 하고 싶었다. 하나의 음악 안에서 춤과 음악이 서로 밀고 당기며 다양한 느낌으로 펼쳐졌고, 우리가 음악을 따라가기보다 서로의 느낌을 따라가며 함께 가는 게 너무 좋았다.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허밍, 리드미컬한 전자음, 다이나믹한 기타 연주로 우리는 부드럽게 흘러갔다. 그의 음악은 다양한 감정들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 댄서들이 너무 잘하지만, 이 즉흥 음악에 댄서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너무 궁금했는데, 너무 잘했다. 도전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형과 누나들이 움직임의 영역을 더 넓혔고, 편하게 춤추었다. 

 

  동녘도 오랫동안 야학에서 음악 수업을 해온 뮤지션이다. 야학에서 너무 수업을 잘 하고 있으니까,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이미 좋은 사람인 걸 알고 있었고, 좋은 음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초대했다. 동녘에게는 어떤 느낌을 하고 싶은지 알려줬고,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만들었다. 다큐멘터리의 형식이 아니라, 형과 누나들이 시설에서 나와서 기쁜 걸 더 이야기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어쿠스틱 기타와 텍스트가 서로 잘 어울리는게 중요했다. 텍스트와 음악, 춤이 너무 잘 맞았고, 관객들도 우리의 춤을 보며 바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느낄 수 있었다. 

 

 

  관객을 만났을 때

 

  승미는 공연을 너무 잘 하고 싶었기 때문에, 공연 전에 푹 잤다. 그리고 공연할 때 진짜 빡세게 했다. ‘나만 봐야 해’ 하는 느낌이 공연 때 나왔다. 주희는 사람들을 만나면 긴장하는 편이다. 연습했을 때 보여준 부드럽고 편안한 움직임이 조금 딱딱하게 표현되어 아쉬웠다. 임실 누나는 시 퍼포먼스에서 ‘보고 싶어’를 들으니까 아빠가 보고 싶다고 말하며 많이 울었다. 공연을 시작하고는 안 울었지만, 매우 깊이 몰입한 얼굴을 보았다. 그의 얼굴만 보아도 관객들은 가슴 속 깊이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지선도 걱정했었지만 정말 너무 잘했다. 앉아서 그림을 그리면서도 어떤 움직임을 하고 있었고, 보면서 즐겁게 하고 있구나 느꼈다. 지용형도 우리 듀오를 할 때 매우 자신감도 커지고, 적극적으로 변화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계속해서 우리 작품에서 댄서 한 명 한 명에게 큰 관심을 주어야 해, 한 명마다 크게 칭찬을 줘야해라고 느꼈다. 이런 역할을 주니까 에너지가 확 올라가고, 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도 형을 잘 볼 수 있었다. 

 

  어떤 이는 나를 보고 바로 이렇게 말했다. 공연이 관객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바로 느낄 수 있었고 잘 볼 수 있었다고. 그렇게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고, 그럴 수 있어 좋았다. 누군가는 공연 의상이 감옥에서 입는 옷 같기도 하고, 부족 같아 보이기도 했다는 말을 했다. 인강원이 감옥 같은 느낌이 있었고, 이런 현대 사회에서 부족 같다는 말은 나쁜 말보단 서로 강하게 연결된 느낌이 있어서 좋았다. 내 의도가 이렇게 읽혀도 좋았다. 이 작품에서 관객들로부터 좋은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다. 나도 놀랐다. 계속 열심히 하고 싶다. 그리고 너무 감사했다. 퍼포머들에게도, 무대, 조명, 다른 모든 제작진에게도. 공간이 좁지만 무대도, 조명도 모두 최선을 다해주었다. 신재 연출가도 바깥의 시선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조언들을 계속 해주었고, 좋은 공연을 함께 만들 수 있어서 고마웠다.

 

엠마2.jpg

 

엠마3.jpg

 

엠마4.jpg

 

엠마5.jpg

 

엠마6.jpg

 

*사진 : 정택용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1227 2025년 여름 142호 - [고병권의 비마이너] 약자의 눈 / 고병권 [고병권의 비마이너] 약자의 눈         고병권 맑스, 니체, 스피노자 등의 철학,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런저런 책을 써왔다. 인간학을 둘러... new
1226 2025년 여름 142호 - [교단일기] 차와 산책 / 김진수 [교단일기] 차와 산책         김진수 노들야학 교사 진수입니다           저는 산책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차를 배우고 있습니다. 자동차 아니구요... newfile
1225 2025년 여름 142호 - 좌충우돌 신입교사의 연구수업 날 / 이하늘 좌충우돌 신입교사의 연구수업 날         이하늘 올해부터 노들야학 청솔1A반 국어수업을 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활동지원사를 하다가 교사 활동을 시작하게 ... newfile
1224 2025년 여름 142호 - 조호연과 시 쓰는 사람들, 호시인입니다 / 황시연, 이예인 조호연과 시 쓰는 사람들, 호시인입니다        이야기 호시인 (조호연, 황시연, 이예인) 정리 황시연, 이예인 글 황시연           질문     언니는 언제부터 시... newfile
1223 2025년 여름 142호 - 사랑하는 박만순, 환갑 축하합니다 / 이예인 사랑하는 박만순, 환갑 축하합니다         이예인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보장하라. 월요일에 노들에서 만화감상 수업해요             초대장을 ... newfile
1222 2025년 여름 142호 - 문기두의 일상을 지켜내기 위하여 / 남궁우연 문기두의 일상을 지켜내기 위하여         남궁우연 노들센터 남궁우연 활동가입니다           문기두 언니의 중구 구비추가지원이 갑자기 사라졌다. 중구는 매... newfile
1221 2025년 여름 142호 - 2025년 노란들판 전체 활동가, 워크숍을 가다! - 노들에서 지속 가능한 활동 만들기 / 유지영 2025년 노란들판 전체 활동가, 워크숍을 가다!  - 노들에서 지속 가능한 활동 만들기         유지영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에 입사한 지 겨우 10년차, 여전히 센... newfile
1220 2025년 여름 142호 - [욱하는 女자] 장애인 XXX 누려보면 안되냐..??????? / 박세영 [욱하는 女자] 장애인 XXX 누려보면 안되냐..???????         박세영 완벽함을 좋아하지만 누구도 완벽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며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 newfile
1219 2025년 여름 142호 - [자립생활을 알려주마] <자립생활 브이로그 - 신승연의 일주일> 영상 소개 / 신재, 신승연 [자립생활을 알려주마] &lt;자립생활 브이로그 - 신승연의 일주일&gt; 영상 소개         신재 매주 금요일마다 노들장애인야학 낮 일자리 ‘등장연습모임 짜잔’을 함께 ... newfile
1218 2025년 여름 142호 - [나는 활동지원사입니다] 운명을 믿으시나요? / 문가빈 [나는 활동지원사입니다] 운명을 믿으시나요?         문가빈 박경석 고장샘 활동지원사           운명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언제나 운명처럼 다가오는 일들... newfile
1217 2025년 여름 142호 - [노들 책꽂이] 누가 탈시설을 두려워하는가? - 『장애, 시설을 나서다』를 읽고 / 황시연 [노들 책꽂이] 누가 탈시설을 두려워하는가?  『장애, 시설을 나서다』를 읽고        황시연 노들야학 교사입니다. 『장애, 시설을 나서다』를 세상에 널리 알리... newfile
1216 2025년 여름 142호 - [하마무짱의 들다방신문] 2025들다방신문 제1호 / 들다방, 하마무 [하마무짱의 들다방신문] 2025들다방신문 제1호         들다방, 하마무             해당 신문은 a4용지 가로 펼침 형식이며 중앙에 좌우 구분선. 다음은 왼쪽 ... newfile
1215 2025년 여름 142호 - 고마운 후원인들 고마운 후원인들       노들과 함께하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25년 4월 1일 ~ 6월 30일 기준)        CMS 후원인 (주)코시스 (주)피알판촉 강경... new
1214 2025년 봄 141호 - 노들바람을 여는 창 / 한혜선 노들바람을 여는 창         한혜선 &lt;노들바람&gt; 편집인           이번 2025년 봄호는 지난해 10, 11, 12월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영등포 쪽방촌에서 산... new
1213 2025년 봄 141호 - [추모_같이 공부하고, 같이 일하고, 같이 놀았던 지민을 보내며] [추모] 같이 공부하고, 같이 일하고, 같이 놀았던 지민을 보내며           노들야학 청솔1반 학생이자,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해고노동자 정지민 님이 2024년 12월... newfile
1212 2025년 봄 141호 - [추모_같이 공부하고, 같이 일하고, 같이 놀았던 지민을 보내며] 야학은 – 정지민의 시 (2023년 백일장) / 정지민 [추모] 같이 공부하고, 같이 일하고, 같이 놀았던 지민을 보내며 야학은 – 정지민의 시 (2023년 백일장)             야학은   정지민                          ... newfile
1211 2025년 봄 141호 - [추모_같이 공부하고, 같이 일하고, 같이 놀았던 지민을 보내며] 지민에게 / 김장기, 박성숙 [추모] 같이 공부하고, 같이 일하고, 같이 놀았던 지민을 보내며 지민에게        김장기, 박성숙 노들야학 학생           *정지민 님이 병원에 있을 때, 김장기... newfile
1210 2025년 봄 141호 - [추모_같이 공부하고, 같이 일하고, 같이 놀았던 지민을 보내며] 추모의 말 1 / 박성숙 [추모] 같이 공부하고, 같이 일하고, 같이 놀았던 지민을 보내며 추모의 말 1         박성숙 노들야학 학생           지민아 왜 갔어 같이 일하고 같이 공부하... newfile
1209 2025년 봄 141호 - [추모_같이 공부하고, 같이 일하고, 같이 놀았던 지민을 보내며] 추모의 말 2 / 천성호 [추모] 같이 공부하고, 같이 일하고, 같이 놀았던 지민을 보내며 추모의 말 2         천성호 노들야학에서 이어달리기 중에 국어교사           (먼저, 저의 개... newfile
1208 2025년 봄 141호 - [고병권의 비마이너] 2024년 12월 3일 / 고병권 [고병권의 비마이너] 2024년 12월 3일         고병권 맑스, 니체, 스피노자 등의 철학,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런저런 책을 써왔다. 인간학... newfil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63 Next
/ 63
© k2s0o1d5e0s8i1g5n. ALL RIGHTS RESERVED.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