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활동지원사입니다
함께 나누어 나갑니다
두 사람이 보낸 2024 여름가을의 시간
이제연
늦가을을 좋아합니다
대학 재학 중 친한 친구를 따라 어르신들 봉사활동을 따라갔었습니다. 생활 환경이 좋지 않아 보였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만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저는 작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다른 분야의 일을 하다가 복지사 생활을 시작했고, 장애인 시설과 그룹홈에서 직장생활을 쭉 했습니다.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씩 하나 되어 알아간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예전에 활동지원사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당시에는 상지마비가 있는 뇌병변장애인의 집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제 행동 하나하나가 이용자의 생활 작은 부분에 영향을 주고, 그가 움직일 수 없는 곳에 힘이 된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그건 직업으로 한 사람을 지원하는 업무를 떠나 한 사람과 함께 해서 얻는 작고 큰 감동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복지사의 일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지만, 다시 누군가와 일대일로 지내는 작은 기쁨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복지사 일을 그만뒀고, 여러 자립생활센터에 전화를 했고 그 중 노들에서 현실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는 이용자와 매칭이 됐습니다. 처음 재용씨를 만났을 때 어머니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저도 함께 그 엘리베이터 안에서 6층까지 올라갔습니다. 약간은 긴장한 듯한 모습으로 눈을 여기저기 미세하게 움직이던 모습, 조금은 상기된 표정으로 있었던 게 기억이 납니다. 노들센터 6층에서 매칭과 관련된 미팅이 끝나고, 전 활동지원사님에게 인수인계를 받고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근무 첫 날은 공휴일이라 재용씨와 함께 경복궁으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저의 이용자는 걷는 걸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라 경복궁 주위를 3시간 넘게 걸었고, 그로 인해 처음 일한 날은 꽤 피곤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재용씨는 평소 노들 야학에서 근로를 하고 저녁에는 수업을 받으며 생활을 합니다. 근로가 없는 수요일에는 보치아 운동을 하고 공휴일에는 저와 함께 영화를 보거나 경복궁과 홍제천을 산책 겸 운동합니다. 여러 장소에 함께 머물고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이런저런 습관과 생각을 알게 되고 느끼게 됩니다. 이용자의 어린 시절 그리고 이후 성인이 되어 근로 했던 경험들을 들으며, 그동안 재용씨가 가졌던 감정이나 생각들을 또 알고 느끼게 됩니다. 상황마다 표정과 행동이 다르게 나타나고, 때로는 아파하는 모습이 그대로 느껴지며 그리고 힘들어할 때에는 같이 마음이 아플 때가 있습니다. 물론 어떤 날은 기분이 굉장히 좋고 설레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옆에 있는 저도 덩달아 작은 행복을 느낍니다. 이용자는 야학의 다른 장애인과 어울리며 어떤 때는 거리를 두며 함께 하지 못하거나 혹은 가깝게 잘 지내는데 그 상황을 그저 바라봅니다. 제가 다 알 수 없는 생각이 행동으로 나타나고 느껴지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정서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함께 하려고 합니다.
여러 표정과 태도로 들떠있는 재용씨와 지내다 보면 저도 같은 감정과 에너지로 함께 있게 됩니다. 저도 그럴 때는 일을 하고 있다는 의무적인 면보다는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감정을 가집니다. 컨디션이 조금 자주 바뀔 때에는 저 또한 같이 긴장을 하고 발걸음과 손짓 그리고 표정 하나하나를 더 자세히 살펴 그에 대해 반응하려고 집중합니다. 종종 여러 변화를 보이는 이용자에 대해, 저는 이 과정들을 함께 호흡하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함께 해나갑니다. 사회 속에 있는 장애인의 근로, 학업에 제가 직간접적인 지원을 하는 것뿐 아니라, 생활을 함께 함으로써 생각과 감정을 느끼며 (같은) 삶을 살아간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일을 하고 싶습니다.”, “월급은 언제 들어오나요, 그걸로 무얼 하나요?” 이용자는 사회의 일원으로 일하고 본인만의 삶을 가꾸고 다듬어가면서 즐거움과 큰 만족감을 느끼는 걸 저 또한 느끼게 됩니다. 자신만의 존재 자체로 세상 누군가와 교감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때, 이용자의 모습에는 즐거움과 사랑이 나타납니다. 작고 사소한 행동과 마음을 함께 하는 저도, 그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작은 기쁨과 겸손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