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연대하는 밥상을 지지하는 모두의 부엌
‘모두의부엌’ 이름 님, 모자 님 인터뷰
도움 하나
인터뷰, 정리 영희
어느 날, 들다방 점심시간에 검은 빵 조각이 나왔다. 연노란색 포스트잇에 ‘비건’이라고 적혀 있었다. ‘들다방에서 만든 음식은 아닌 것 같은데, 어디서 보내주셨지?’ 하고 출처를 모른 채, 맛있게 초코 케이크를 먹었다.
한참 지난 후, 초코 케이크를 조각이 아니라 큰 덩어리로 다시 만났다. 1년에 한 번, 노들 단위의 활동가들이 모두 모여 워크숍을 하는데, 그때 간식으로 먹으면 좋겠다고 들다방에서 건네주셨다. 긴 토론 시간의 한줄기 단맛을 내주는 소중한 비건 간식이었다. 초코 케이크가 든 종이 가방 안에는 케이크만큼 달달한 작은 손 편지가 들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연대하는 식사를 지지하는 모두의 부엌입니다. 새해를 맞아 채식(비건) 초코 케이크를 보냅니다. 맛있게 드시고 건강한 겨울 보내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달달한 ‘모두의부엌’에 대해 들다방 하나의 도움으로 영희가 담았다.
Q1. 모두의부엌 소개 부탁드려요.
- 이름 : 저희가 기록용으로 만든 블로그가 있는데, 어디서 뭘 했는지 블로그를 확인하면 돼요.
* 모두의부엌 블로그(https://kitchenforall.noblogs.org) : 모두가 따뜻하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먹을 권리를 지지하며, 식탁 위로 교차하는 관계를 외면하지 않는 우리의 부엌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누구라도 만들 수 있습니다.
모두의부엌은 이름 그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밥을 먹으니까 밥을 먹는 사람, 그것을 지지하는 사람 누구든 밥을 먹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같이하는 사람들이 처음 음식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3년에서 2004년 사이 이주노조가 생기면서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하실 때 였어요. 함께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출입국 표적 단속 대상이 되어서 왔다갔다 밥을 먹기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김밥과 샌드위치가 아닌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투쟁과 밥’이라는 단체가 생겼어요. 그 활동을 통해서 모두의 부엌 사람들을 알게 되었어요. 이후, 농성을 정리하고 많은 장기 투쟁 현장에서 밥을 했어요. ‘투쟁과 밥’은 활동이 분화되면서 정리가 되었어요.
Q2. ‘비건’ 음식을 많이 하시는데요. 비건 음식으로 많은 인원의 밥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 이름 : 예전에 ‘투쟁과 밥’을 하며 느낀 게 종교적, 사회적 이슈로 먹는 것이 다 다르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채식으로 준비하면 더 많은 것을 먹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채식이나 비건 식사를 하는 활동가들이 그렇지 않은 활동가와 다 같이 밥을 먹기 어려운 상황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김치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비건으로 음식을 만들었어요.
Q3. 밥으로 연대하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의제 사항이라든가, 단체에서 밥을 요청해서 현장으로 가시는 건가요?
- 이름 : 우선 같이 식사하는 자리가 있는지 확인을 해요. 장기 투쟁을 하는 곳은 먹고 자고 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Q4. 밥하는 사람으로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 이름 : 노들에 보내는 케이크는 기본적으로 채식이 아닌 음식과 만드는 방식이 동일해요. 케이크는 특유의 질감이 있어야 케이크라고 느끼는 점들이 있는데, 그런 작은 요령들이 채식에 필요해요.
새해가 되면 떡국을 먹는다든가, 음식을 나누는 시기나 공유하는 지점들에 대해 같이 누릴 수 있도록 준비를 해요. 밖에서 밥을 먹는 경우가 많아서 날씨에 최적으로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해요. 저희가 쌓아온 경험이 중요하기도 하구요.
Q5. 모두의부엌을 만나기 위한 오프라인 공간이 있을까요?
- 이름 : 거점이 되는 공간은 없고, 정기적으로 을지OB베어 지키기 같은 투쟁이 있다면 가고 있어요. 현재 명동재개발 2지구에서 한 달에 1회씩 식사 나누는 행사를 하고 있어요. 매달 첫 째주 목요일 저녁 기도회를 하고 음식을 먹어요. 저희는 2부 순서로 하고 있어요.
Q6. 몇 시에 가면 될까요?
- 모자 : 밥은 저녁 8시, 기도회는 7시 반에 해요. 명동2지구 대책위 계정이 있기도 하고, 옥바라지 선교센터에서 소식을 활발히 전해주시니 참고 해주세요.
Q7. 밥을 통한 연대 외에 다른 어떤 활동들을 하세요?
- 이름 : 다들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음식 만드는 일도 해요.
Q8. 음식은 어디에서 만드시나요?
- 모자 : 집입니다.
- 이름 : 그때그때 가능한 공간에서 하고 있어요. 드물게 농성장에 있는 주방을 쓰기도 하고요. 최근엔 각자 음식을 만들어 현장에서 만나고 있어요. 다른 활동들과 병행하고 있어서 체계나 거점이 되는 공간이 있진 않아요.
Q9. 모두의부엌에 대해 찾아보았는데, 거기에 “모두의부엌에 대한 소개보다 모두의부엌이 연대하고 있는 곳들을 더욱 널리 알려달라”고 하셨더라구요. 모두의부엌보다 그들이 함께 하는 곳이 더 잘되길 이야기 하는 것이 정말 멋있었어요. 누구의 제안이었는지,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해주세요.
*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올라온 링크(https://www.sisters.or.kr/donate/special/6496) : 한국성폭력상담소 : <모두의 부엌>, 보내주신 연대의 한 끼 잘 먹었습니다!
- 모자 : 그렇게 소개하면 좋겠다고 제안한 것은 ‘이름’이었고 다 같이 논의해서 정했어요.
- 이름 : 말씀해주신 것 이상의 뜻이 있어 한 건 아니에요. 밥을 먹고 활동이 이어지고 유지되기 위한 것이라서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 모자 : 저희가 이름을 알려서 얻을 게 하나도 없습니다.
Q10. 저희도 집회를 하면 밥차를 많이 불러요. 모두의부엌은 밥차 형태로 활동을 계획하진 않으시나요?
- 이름 : 모두의부엌은 수익 사업을 하진 않아요. 확장성보다는 연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할 수 있는 범위가 많거나 크지 않아서요. 우리가 하겠다고 해서 그것을 받아 꾸려가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후원을 한다면 그쪽에(연대단체에), 행사를 한다면 그쪽에(연대단체에). 그렇게 요청을 드리고 있어요.
- 모자 : 밥차는 좀 더 확장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한다고 생각해요. “100인분이요”, “여기로 와주세요” 그런 것인데, 저희는 그렇게까지는 깜냥이 되지 않아요.
Q11. 연대하는 곳의 행사가 있다면 모두 참석하시나요?
- 이름 : 관계가 있는 곳에서 행사나 추모제 등이 있다고 하면 가고, 저희가 소화할 수 있는 정도 규모에 맞게 가고 있어요. 아니면 연대하고 싶은 곳이 행사를 하면, 저희가 도와줄 수 있다고 이야기해서 가기도 해요. 혹은 가령 ‘아랫마을(홈리스야학)’에서 후원주점을 하는데 비건 메뉴에 대해 모르겠다고 하면 그 메뉴는 저희가 담당하는 식으로요.
- 하나 : 모두의부엌에서 주로 비건 초코 케이크를 보내주시지만, 김장철에는 비건 김치를 주고 계셔요. 그래서 그 시기 들다방에서 한 달동안 비건 김치를 먹을 수 있어요.
Q12. 모두의부엌에서 노들에 음식 선물을 주실 때 늘 직접 이고 지고 오는데, 다른 단체에도 이렇게 가지고 가시나요?
- 이름 : 제주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하는 강정마을에는 택배를 보내고, 주변에서 강정을 갈 일이 있다고 하면 그 사람에게 배달을 요청해요. 택배보다 사람이 주면 더 좋을 것 같아서 최대한 주변 사람을 통해서라도 보내고 있어요.
Q13. 선물뿐 아니라 손 편지도 함께 주시잖아요. 멘트는 고정인가요?
- 이름 : 소개글은 매번 비슷하게 적고 있어요. 보낼 때, 보내는 핑계가 있으면 좋아서요. 겨울을 맞아서 보낸다, 여성의 날을 맞아서 보낸다 등.
- 모자 : 연대하는 곳에 따라 보내는 편이에요. 노들의 경우는 420이 중요한 날이라서 가능하면 그날은 꼭 맞춰서 보내고 있어요.
Q14.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름’, ‘모자’ 소개도 부탁드려요.
- 모자 : 저는 주로 케이크를 굽고 있어요. 소스 만들기를 좋아하지요. 노들야학은 식사 규모가 너무 커서 소스를 만들어 보내지는 않았는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곳에는 이런저런 소스 만든 것을 보내요. 제가 소스 만들기를 좋아해서기도 하고, 받는 사람도 재미있는 것을 먹으면 좋을 듯해서요.
- 이름 : 저는 디저트에 소양이 없어서 주식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 모자 : 이름은 빵도 굽고 있어요.
- 이름 : 네. 저는 식사 빵도 만들고 있어요.
Q15. 두 분이 각각 자신 있는 메뉴나 자주 만드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 이름 : 자신 있는 메뉴는 아니고, 파스타나 스프 등 풍성하고 여럿이 나눠 먹기 좋은 메뉴를 리스트에 많이 올려요.
- 모자 : 저는 초코 케이크를 많이 구워요. 한 번에 많이 구울 수 있고, 잘못 구워도 크게 맛이 이상하지 않고 평균적인 맛이 나와요.
Q16. 노들을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 노들과의 인연을 이야기 해주세요.
- 이름 : 노들과 관계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많이 있어서 알게 되었어요. 김장 김치를 비정기적으로 보내오다 2017년부터 정기적으로 보내고 있어요. 그 시작도 들다방에서 급식이 있다고 해서 매년 보내게 되었어요. 그래서 하나둘 더 보내게 된 것 같아요.
- 모자 : 김치 같은 경우 매년은 아니지만 저희가 전적으로 부담해서 만들진 않아요. 다른 곳에서 재료를 준비해주시거나 ‘가톨릭농민회’에서 주셔서 한 적도 있어요. 다른 식사들도 지역의 많은 농민들이 함께해주고 계셔요. 감자나 고구마를 한 박스 받으면 음식을 나눠 먹어요. 보다 많은 분들이 식사로 연대해주시고 계셔요.
Q17. 이 글은 <노들바람>이라는 계간지에 실릴 예정입니다. 노들 후원인(노들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 모자 : 제 케이크의 장기적인 목표는 건강에 좋은 디저트를 만드는 것이에요. 지금 보내드리는 게 설탕이 많이 들어가 건강에 안 좋을까봐 걱정되는데, 사실 건강에 좋은 것은 디저트가 아니죠.
- 하나 :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게 보내주시는 케이크를 몇십 명이 나눠 먹고 있어요. 설탕을 많이 먹고 싶어도 먹지를 못해요.
- 모자 : 그렇게 많은 사람이 나눠 먹는지 몰랐어요. 인증샷 사진이 조사져 있다고 생각은 했는데……
- 이름 : 저는 하고 싶은 말은 거의 다 했고, 소식지나 들다방에서 만나는 분들이 잘 먹고 힘냈으면 좋겠어요!
- 하나 : 들다방엔 언제쯤 선물을 또 주실 건지?
- 모자 : 일단 내일 생각해볼게요. 내일 만약에 명동 투쟁에 오신다면, 배달을 안 가도 되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다음날 들다방 스태프 두 사람이 명동재개발 2지구 대책위 투쟁에 가서 모두의부엌이 노들 앞으로 만들어주신 비건 브라우니를 두 손 가득 받아왔습니다.)
몇 번의 오고 가는 대화를 통해서 느낀 것은 ‘내가 나의 방식으로 이들을 이해하려고 했구나 ’였다. ‘음식을 함께 모여 준비할 것이다’, ‘작은 무언가라도 받을 것이다’ 등이 내 질문에 들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모두의부엌은 각자의 활동을 하면서,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연대 단체에서 비워져 있는 부분을 채워주는 사람들이었다. 이름은 ‘깜냥이 부족해서’라고 이야기했지만, 그들은 연대 단체들에게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누군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여러 투쟁을 알리는 역할 말이다. 각자의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 모두의 부엌으로 만드는 일에 큰 재주가 있는 사람들이다.
2012년, 재능교육 시청 앞 농성장 식사에 채소 반찬 준비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권을 위해 2822일 동안 투쟁한 재능교육 농성장에서는 매주 집회와 여러 행사가 열렸습니다. 모두의부엌은 집회 참가자로서 동지에는 팥죽을 준비하고, 종종 간단한 간식이나 일부 반찬 준비를 분담했습니다.
2019년 동지, 홈리스 추모제 팥죽 준비 분담
동지에 홈리스 추모제에서 나눠먹는 팥죽을 일부 준비했습니다. 코로나 판데믹 이후, 동지 팥죽은 각자 나누어 드리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매년 해가 가장 짧은 날에 어김없이 홈리스 추모제는 진행됩니다.
> 홈리스행동 http://homelessaction.or.kr
2020년, 불량언니작업장 인생쏭 공연 축하 케이크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이 함께 꾸린 불량언니작업장에서 파견예술인들과 협력하여 준비된 공연을 축하하는 케이크를 만들었습니다. 청량리 재개발로 성매매 집결지가 폐쇄된 ‘이후’를 고민하며 꾸려진 불량언니작업장은 매년 3월 무렵 연간 구독자를 모집하곤 합니다.
>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https://e-loom.org
2021년, 연대하는 김장
장기투쟁 농성장에 종종 김치를 보내다가, 2017년부터는 매년 연대하는 김장을 몇 군데에 보내고 있습니다. 강정마을 삼거리 식당에는 채식 디저트나 소스, 스프레드 등도 종종 함께 보내곤 합니다. 한결같이 식당을 지켜주신 김종환 삼촌과 여러 연대의 마음이 모여 삼거리 식당에서 연대하는 밥상이 차려집니다.
2022년, 을지OB베어에 연대하는 채식인 모임
쫓겨나지 않을 권리를 지키기 위해 을지OB베어에서는 다양한 모임이 진행되었고, 약 1여 년 동안 매주 일요일에는 연대하는 채식인 모임이 진행되어 함께했습니다. 이날은 두물머리 뒷골밭 작목반에서 여름 채소들을 한아름 준비해왔습니다.
2024년, 팔레스타인 집회 간식 준비
2023년 10월 이후 격주 토요일마다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의 집회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종종 케이크를 준비해가서 집회 참가자들과 나누어먹곤 합니다.
>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https://platformc.notion.site/73eef84fbbb2498bbaa0a3b39fa73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