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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특집

부당한 연행, 그리고 ‘감방’에서 보낸 이틀

  

 

 서기현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소장

 

 

 

 

서기현.jpg

 

  2024년 4월 20일, 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소장으로서 중요한 투쟁의 날을 맞이했다. 전날부터 시작된 1박 2일의 투쟁 일정이었고, 그날 밤은 혜화역 근처에서 머물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방에서 온 동지들이 많아 숙소가 부족해 센터 사무실에서 잠을 자고, 다음 날 아침 혜화역에서 예정된 다이인 행동에 참여하기로 했다.

 

  아침 8시쯤, 우리는 사무실에서 혜화역으로 향하려고 한성대입구역의 엘리베이터로 이동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 앞에는 서울교통공사 직원과 보안 직원들이 방패 비슷한 것으로 입구를 막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아무 설명도 없이 엘리베이터 사용을 막았다.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권리를 주장하며 항의했고, 심지어 경찰에 신고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우리를 외면했다.

 

  이 와중에, 지방에서 온 활동가들이 우리와 합류했다. 15명에서 20명 정도의 동지들이 함께 엘리베이터를 사용하겠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그들은 끝까지 비켜주지 않았다. 우리는 결국 길 건너편에 있는 다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경찰이 나서서 우리를 막아섰다. 그들은 방패를 앞세워 우리가 건널목을 건너는 것을 저지했다.

 

  나는 경찰의 이러한 행위가 명백한 불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우리가 이동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었고, 나는 그들에게 비키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경찰은 우리의 요구를 무시하고 오히려 우리를 위협하며 채증을 했다. 결국, 나는 파란 신호에 맞춰 휠체어로 방패를 살짝 밀어내며 항의했다. 나는 단지 건널목을 건너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나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나는 저항하지 않고 체포의 이유를 물었지만, 돌아온 것은 미란다 원칙을 읽어주는 경찰의 목소리뿐이었다. 함께 있던 인천 지역의 신경수 활동가도 나와 함께 체포되었다. 우리는 각기 다른 경찰서로 이송되었고, 나는 중랑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에 도착하자, 철저한 절차를 거쳐 모든 소지품을 반납하고 휠체어도 없이 맨몸으로 감방(같은 유치장)에 들어가야 했다. 감방 안에는 내가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조차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그나마도 쓰레기통에 검은 비닐을 깔고 소변을 봐야 했으며, 물도 빨대를 꽂아 제공받았다. 활동지원사는 함께 들어올 수 없었고, 나는 홀로 그 감방에 갇혀 시간을 보냈다.

 

  정말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조사 시간이 되자 나는 조사실로 이동해 여러 가지 질문을 받았다. 첫 번째 조사에서는 왜 경찰의 방패에 휠체어를 부딪혔는지에 대해 답변했다. 나는 그저 계획된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혜화역으로 가려 했을 뿐이었다고 진술했다. 조사가 끝나고 다시 감방으로 돌아가야 했다.

 

  경찰서에서의 첫날 밤은 정말이지 고통스러웠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른 수감자들은 책을 읽거나 TV를 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만, 나에게는 그런 사치가 허락되지 않았다. 손이 불편해 책을 넘길 수 없었고, 핸드폰은 이미 압수되었다. 감방에 혼자 앉아 있거나 누워서 멍하니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TV 화면이 그저 침묵 속에서 내 시간을 갉아먹는 듯했다. 이렇게까지 지루하고 힘들 줄은 몰랐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는 사이, 새벽 5시 반이 되자 경찰서 안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아침 배식 시간이었다. 그들은 빵과 우유를 나눠주었다. 아침 식사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했지만, 그래도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억지로라도 먹어야 했다. 빵을 씹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활동지원사가 떠나고 나서 다시 혼자만의 시간이 이어졌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나를 완전히 무력하게 만들었다.

 

  2차 조사가 시작된 것은 아침이 한참 지나서였다. 조사실에서는 첫 번째 조사에서 다루지 않았던 영상과 사진이 제시되었고, 그 속의 인물이 내가 맞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했다. 다시 왜 경찰의 방패에 휠체어를 부딪혔는지 묻길래, 나는 어제와 같은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한성대입구역에서 혜화역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려 했고, 건널목을 건너려고 했지만 경찰이 부당하게 우리를 막아서 약간의 항의를 했던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조사가 끝난 후, 다시 감방으로 돌아가야 했다. 나는 그때 석방될 줄 알았다. 그러나 저녁이 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내심 기대하며 누군가가 와서 석방 소식을 전해주길 기다렸지만, 감방의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첫날 저녁에는 노란들판 법인 식구들이, 두 번째 날 저녁에는 센터판 식구들이 면회를 와주었지만, 그마저도 짧은 시간뿐이었다. 이 짧은 면회 시간들이 그나마 지루한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주었다.

 

  이렇게 두 번째 면회가 끝나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감방에 갇혀 있었다. 언제 석방될지 알 수 없었고, 그저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기다렸다. 석방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그 순간이 언제일지 몰랐다. 저녁 9시가 넘어서야 나는 드디어 석방되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센터판 식구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들의 환영을 받으며 나는 다시 자유를 되찾았다. 하지만 그 이틀간의 경험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사건을 통해 깊은 자괴감을 느꼈다. 내가 단지 건널목을 건너고 싶었을 뿐인데, 경찰과 서울시, 서울교통공사는 나를 범죄자로 취급하며 부당하게 연행했다. 나는 분명히 법을 어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나를 체포하고 경찰서 유치장에 가둬 두었다. 이러한 경험은 나에게 큰 상처를 남겼지만, 동시에 나의 결심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나는 다시 그 시간이 온다고 해도, 내가 가야 할 길을 막는 장애물 앞에서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나는 끝까지 나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아무리 억압이 심해도, 나는 나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경험은 나에게 투쟁의 이유를 더욱 확고히 해주었고, 나는 앞으로도 전진할 것이다. 나의 길을 막아보라. 나는 항상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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