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한 조사표만 남은 종합판정체계, “장애인 기만”
- 앙상한 조사표만 남은 종합판정체계, “장애인 기만”
지난달 28일 장애종합판정체계 연구결과 설명회가 ‘복지부의 일방적인 강행추진’이라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의 비판에 직면해 무산된 후 일주일 만에 간담회가 다시 열렸지만, 종합판정체계에 대한 불신만 더 커졌다.
5일 늦은 2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장애종합판정체계 연구에 참여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성희 연구위원과 한신대학교 변경희 교수가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에게 장애종합판정체계 개편안에 대한 설명에 나섰다.
이번에 공개된 장애종합판정체계 연구 결과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공약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나온 첫 번째 결과물로서, '의료적 요인', '기초근로능력 요인', '복지욕구 및 사회환경 요인'을 종합적으로 사정해 개인별 맞춤 서비스 지원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중 ‘의료적 요인’ 평가는 장애유무와 장애정도를 파악해 복지서비스 적격성 판정 시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기초근로능력 요인' 평가는 의학적 평가결과와 연동되어 취업 및 직업재활 지원 연계를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또한 '복지욕구 및 사회환경 요인' 평가는 별도의 장애인서비스 지원조사표를 통해 서비스 필요도를 파악해 각종 바우처 서비스 제공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장애종합판정도구’라는 것은 바로 이 조사표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회환경, 복지욕구, 일상생활능력, 장애특성, 재활평가, 일주일 주요 활동 상황 등을 조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변경희 교수는 “장애유형보다는 장애상태로 인한 기능제한을 중심에 뒀고, 이 조사표를 기반으로 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단, 활동보조 24시간 제공 등 특수한 경우에는 의학적 요인을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 교수는 “사회환경과 서비스 욕구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우선적으로 서비스 총량을 결정하고, 장애특성에 따라 별도로 더 필요한 서비스는 종합지원 서비스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며 “정부는 개인예산제 도입을 겁내고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 하면) 사실상 개인예산제가 도입되는 것이다. 겁낼 필요 없다”라고 강조했다.
변 교수는 또 “우리나라는 현재 현장의 재량권이 너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각 조사표 항목 마다 ‘특이사항’이라는 별도의 기재란을 둬서 구체적인 사회 환경적인 것을 반영하도록 했다”라고 밝혔다.
연구진의 설명이 끝난 뒤 연구진과 장애인단체 간에 강도 높은 설전이 오갔다. 장애인단체의 반론은 그간 수차례 지적되어 왔던 장애종합판정체계개편기획단(아래 기획단)의 비민주적 운영에 대한 비판부터 개발된 판정도구를 장애등급제 폐지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까지 총체적이었다.
전장연 남병준 정책실장은 “올해 복지부에 의해 주도된 기획단은 기획단 내부 논의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할 만큼 비민주적이었다”면서 “이 때문에 장애인단체들은 그간 기획단 연구 내용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었고, 오늘 처음 공식적 연구결과를 접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 정책실장은 근본적으로 장애종합판정체계 연구가 ‘조사표’라는 도구 개발에 초점을 맞춘 것은 정상적인 논의를 왜곡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의학적 기준으로 장애인을 분류해서 15개 장애유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해놓고 서비스 조사표만 바꾸는 것으로 하자고 어떤 장애인 단체도 동의한 적이 없다”라며 “누가 서비스를 받을지에 대한 부분에서는 사실상 바뀌는 것 없이 대부분 ‘현행유지’로 못 박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즉, 장애등급제 개편 논의에서 핵심은 장애인연금 등 소득보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을 포함한 종합적인 복지 전달체계를 어떻게 세울 것인지에 대한 것인데, 그런 중요한 논의를 건너뛰고 사실상 가장 마지막에 논의해야 하는 서비스 조사표에 대한 것으로 논의를 축소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남 정책실장은 “(변경희 교수가) 새로운 판정체계를 도입하면 사실상 개인예산제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면서 “개인예산제를 한다는 것은 어떤 전달체계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지에 대한 계획이 나와야 하는 것인데, 그런 계획이 전혀 없다”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남 정책실장은 “논의 순서 자체에 동의되지 않는 상황에서 의견을 낸다는 것은 연구 전제에 동의하는 게 되어버린다”면서 “의견을 안 내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밝혔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도 “현재 장애와 관련한 76가지 복지서비스가 있고, 이 중 등급체계에 의해 운영되는 서비스가 총 22가지다. 이에 대한 정리 방안이 필요하다”며 “(조사표에 나와있는) ‘잠자리에서 자세 바꾸기’ 같은 세부적인 것을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등급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고작 복지부의 한 부서가 운영하는 기획단으로는 불가능하다. 아무런 권한이 없다”면서 “(우리는) 적어도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그런 목소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변 교수는 자신은 서비스 조사에 관한 부분을 담당했기에 전체적인 영역에 대해서 답변을 하기는 곤란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박 상임공동대표는 “교수님 개인 의견을 듣자는 게 아니”라며 “기획단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해서 이 자리에 나오신 거 아니냐. 1년간 공식 연구한 결과를 가지고 답해 달라”라고 맞섰다.
다른 참가자들도 등급제가 사실상 점수제로 전환되는 것에 불과하고 결국 활동보조서비스 적격성 판정만 두 번 하는 꼴이 될 것이라며, 판정도구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은 “이 조사표에 의거해서 내가 필요한 서비스에 다 체크해도 다른 (구체적) 판정에 의해서 못 받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그럼 결국 또 다른 등급이지 않는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정의당 장애인위원회 김휘주 위원장도 “서비스 총량 결정 외 (장애특성에 따른) 종합지원이라는 것도 어차피 점수 몇 점 이상이 기준이 된다면 결국 점수제다. 장애인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강민 사무총장은 “활동보조서비스는 이미 별도의 인정조사표가 있는 상황에서, 장애인연금은 따로 의료적 기준에 의해 지급한다면 결국 남는 것은 감면할인 제도만 장애등록 여부 가지고 주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그렇다면 이 복잡한 판정도구는 만들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이 판정도구가 불필요한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이날 간담회는 3시간에 걸쳐 긴 논의를 했지만, 사실상 기획단과 장애인계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끝맺었다.
하금철 기자 rollingstone@beminor.com
-
종로구 2020총선연대 장애인정책 제안
종로구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3월 12일 노들센터 6층에서 이낙연 민주당 서울 종로구 후보와 간담회를 가졌다. 차별철폐연대는 이날 간담회에서 이낙연후보에게 ‘종로구 장애인 차별철폐 2020 총선연대 장애인정책 제안’을 전달했다. 이에 이후보는 간담회가 ...Date2020.03.13 Views1868 -
부릉부릉 '춘천가는 인권 특장차'! #모꼬지
부릉부릉 '춘천가는 인권 특장차'! 노들야학이 춘천으로 모꼬지를 갑니다- - 10월 27일 ~ 28일 (1박 2일) 100여명의 학생과 교사들이 함께 가는 1박 2일. 부릉부릉 특장차 타고가려니 기름이 모자릅니다. 특장차가 빵빵하게 춘천으로 갈 수있도록, 노들야학 ...Date2018.10.03 Views786 -
우리는 왜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의 퇴진을 주장하는가?
우리는 왜 김태호 사장의 퇴진을 주장하는가? '도의적 책임은 통감합니다' -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 그리고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그 사고에 대하여 뒤늦게 인식하고 문제제기를 시작하며 지하철에서 투쟁을 시작힌, 그때서야 '유감'이라 합니다. '사...Date2018.08.24 Views649 -
[성명서]기초생활보장법 개악, 여야합의 중단을 요구한다!
기초생활보장법 개악, 여야합의 중단을 요구한다 -새누리당의 기초법개정안은 빈곤정책파괴법이다, 여야합의 중단하라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없이 사각지대 해소없다, 국민기만 중단하라 현재 국회는 2013년 5월 발의된 새누리당의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여...Date2014.11.11 Views1131 -
앙상한 조사표만 남은 종합판정체계, “장애인 기만”
앙상한 조사표만 남은 종합판정체계, “장애인 기만” 장애종합판정체계 연구 결과 간담회에서 비판 쏟아져 “결국 점수제... 활동보조서비스 판정만 두 번 하는 꼴”? 2014.11.05 23:18 입력 ▲장애종합판정체계 개편 연구결과 간담회가 5일 이룸센터에서 다시 열...Date2014.11.08 Views967 -
장애인들, 마로니에공원 '턱'에 망치질
장애인들, 마로니에공원 '턱'에 망치질 휠체어, 유모차 이동 막는 턱과 계단 많다 야외무대, 휠체어 탄 사람이 이용하기엔 ‘위험천만’ 2014.11.06 18:06 입력 ▲마로니에공원 공연장 주변에 있는 턱을 장난감 망치로 치는 퍼포먼스.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야외...Date2014.11.08 Views835 -
노란들판 밀린 소식_10월
명학이 보내온 노들야학 그간의 소식 7월 노들야학 무상급식 현장 투쟁 2번째 [밥콘서트]가 서울시청 앞에서 열렸습니다. 도시락 먹고, 바닥에 그림도 그려보고 노들음악대의 연주도 듣고, 신나고 흥겨운 야마가타트윅스터의 공연도 보았습니다. 노들야학 모...Date2014.10.29 Views955 -
"등급 대신 '장애점수' 도입"? 거센 항의에 설명회 무산
"등급 대신 '장애점수' 도입"? 거센 항의에 설명회 무산 장애유형별 의료장애점수 평가 도입, “도로 등급제” 올해 하반기부터 새로운 판정도구 시범사업 예정 2014.10.28 13:57 입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 10며 명이 28일 오전 10시 이룸센터에서 열...Date2014.10.29 Views733 -
누리과정 갈등에 특수교육 된서리, 부모·당사자 ‘뿔났다’
누리과정 갈등에 특수교육 된서리, 부모·당사자 ‘뿔났다’ 서울시교육청 교육복지 예산 삭감 계획에 “공약 파기” 항의 장애부모·당사자, “전년도 수준만이라도 유지해 달라” 2014.10.23 18:22 입력 만 3~5세 아동의 누리과정 보육료 지원에 대한 부담 탓에 서...Date2014.10.25 Views707 -
한국 장애인정책 국제적 망신, 유엔 권고 수용해야
“한국 장애인정책 국제적 망신, 유엔 권고 수용해야” 장애인계·국회의원,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권고 이행 촉구 권고사항 이행 위한 전담 기구 설치도 요구 2014.10.24 13:35 입력 ▲한국장애포럼(KDF)와 11명의 야당 국회의원들은 24일 한국정부가 유엔장애인...Date2014.10.25 Views528 -
유엔장애인위원회 권고, 조속한 이행 ‘촉구’
유엔장애인위원회 권고, 조속한 이행 ‘촉구’ 장애등급제 폐지 등 총 66항…“적극적 조치해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4-10-24 10:53:29 ▲ 한국장애포럼(KDF), 유엔 장애인권리합약위원회 등은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UN CRPD 제1차 심의에...Date2014.10.25 Views459 -
장애인집회 불허한 경찰에 법원 '기본권 침해'
장애인집회 불허한 경찰에, 법원 “기본권 침해” 경찰의 잇따른 집회 불허에 장애인단체 소송 제기 민변 “경찰, 집시법상의 권한 남용하고 있다” 비판 2014.10.18 00:16 입력 ▲10월 17일 유엔이 정한 세계 빈곤철폐의 날을 맞아 장애인 참가자가 행진하는 모습...Date2014.10.19 Views703 -
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멈추자,
"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멈추자”, 장애인·빈민 거리로 10월 17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빈곤철폐의 날’ “빈민에 대한 탄압이 도를 넘고 있다” 분노 2014.10.17 18:42 입력 ▲10월 17일 유엔이 정한 세계 빈곤철폐의 날을 맞아 장애인, 철거민, 노점상, 노숙인, ...Date2014.10.19 Views767 -
[문예판] 우리, 이래서 바쁘다!
우리, 이래서 바쁘다! 장애인문화예술판 10월 내지 11월 일정 안내 - 안수 | 장애인문화예술판 원래는 내가 연출을 맡아서 준비하고 있는 공연에 대한 썰을 풀어볼까 했으나 내 작품이 어떤 것인지 나도 잘 알 수가 없는 혼돈의 카오스를 맞이하여 도저히 ...Date2014.10.08 Views853 -
[세상 읽기] 맞은편 노들야학 / 이계삼
2014.09.29 한겨레 칼럼 [세상 읽기] 맞은편 노들야학 / 이계삼 세월호와 밀양 송전탑의 한복판에서 나도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달라진 게 없어서 더러 괴로울 때가 있지만, 이 사태를 만들어낸 만큼의 시간을 견뎌야만 진실과 대면할 수 있으리라...Date2014.09.30 Views705 -
[노들야학]중증장애인들에 '시설밖의 삶' 가르치는 노들야학
일반중증 장애인들에 ‘시설 밖의 삶’ 가르치는 노들야학 “비장애인과 어울려 사는 방법 알려주죠”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ㆍ성인 특수학교는 2곳뿐… 학생 60명에 실전 교육 ㆍ“시설 생활 14년, 23번 외출… 숫자 셀 만큼 행복한 기억” 노들장애인야...Date2014.09.25 Views950 -
목숨 걸고 타는 리트트 No, 엘레베이터 설치하라!
“목숨 걸고 타는 리프트 No, 엘리베이터 설치하라”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설치 요구, “안전한 지하철 원한다” 서울도시철도공사 38개 역사, “엘리베이터 미설치, 개선하라” 2014.09.23 21:17 입력 ▲'광엘모'(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설치 시민모임)이 광화문역에...Date2014.09.24 Views854 -
광역버스 입석 대란, '저상 2층 버스'로 해결?
광역 입석 대란, '저상 2층 버스'로 해결? 미국, 영국 등 장거리 구간에 저상 2층 버스 활용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입석 문제도 해결 가능하지만… 2014.09.17 16:57 입력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5000번 광역버스 앞에 서있다. "버스를 타고 싶다"라고 말하자...Date2014.09.18 Views1097 -
죽기 전에 장애인도 버스 타고 고향 가자!
죽기 전에 장애인도 버스 타고 고향 가자! 추석 귀성길, 고향 가지 못한 장애인들 터미널에서 차례상 올려 “‘대·폐차되는 모든 버스’ 저상버스로 교체” 국토부에 요구 2014.09.05 20:56 입력 ▲휠체어 탄 장애인이 고속버스 탑승을 시도했으나 전동휠체어 크기...Date2014.09.08 Views1169 -
장애등급 재심사, 장애인들의 모든 것을 빼앗는다
장애등급 재심사, 장애인들의 모든 것을 빼앗는다장애등급 재심사로 모든 복지서비스 중단… 피해자 속출데스크승인 2014.08.27 17:22:00 김지환 기자 | openwelcom@naver.com 장애등급 재심사로 피해 받는 장애인들이 속출하고 ...Date2014.08.28 Views1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