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 |
노들웹진 42호_2013.10 - [Wz042_노들야학 스무해 톺아보기-II] 노들야학의 스무 살 생일을 ...
1
|
279 |
노들웹진 42호_2013.10 - [Wz042_노들야학 20주년 소개] 20주년 그 뜨겁고도 따땃한 행사
1
|
278 |
노들웹진 42호_2013.10 - [Wz042_노들 영진위] 장애인문화예술판을 소개합니다.
1
|
277 |
노들웹진 42호_2013.10 - [Wz042_욱하는 女자] 인도
1
|
276 |
노들웹진 42호_2013.10 - [후원소식] 9월 후원인 명단
|
275 |
노들웹진 41호_2013.9 - [[Wz041_들어가며+8월노들] 온난화와 우리
1
|
274 |
노들웹진 41호_2013.9 - [Wz041_욱하는 女자] 저상버스
1
|
273 |
노들웹진 41호_2013.9 - [Wz041_노들 영진위] 센터 11주년
1
|
272 |
노들웹진 41호_2013.9 - [Wz041_노들.노들섬.노들텃밭] 기어가는 농사 이야기-6
1
|
271 |
노들웹진 41호_2013.9 - [Wz041_나쁜 행복을 말하다] 또 다른 생각
1
|
270 |
노들웹진 41호_2013.9 - [Wz041_듣는 노들바람] 듣거나 말거나-7
1
|
269 |
노들웹진 41호_2013.9 - [Wz041_가비의 깎아줘] 클로저를 보고
1
|
268 |
노들웹진 41호_2013.9 - [Wz041_노들야학 스무해 톺아보기] 옛사람을 만났어요 2
1
|
267 |
노들웹진 41호_2013.9 - [후원소식] 8월 후원인 명단
|
266 |
노들웹진 40호_2013.8 - [Wz040_들어가며+7월노들] 인어공주
1
|
265 |
노들웹진 40호_2013.8 - [Wz040_노들 영진위] 노들 명사특강
1
|
» |
노들웹진 40호_2013.8 - [Wz040_노들야학 스무해 톺아보기] 노들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1
|
263 |
노들웹진 40호_2013.8 - [Wz040_노들야학 스무해 톺아보기] 원더풀 노들-김혜옥
1
|
262 |
노들웹진 40호_2013.8 - [Wz040_노들.노들섬.노들텃밭] 기어가는 농사 이야기-5
1
|
261 |
노들웹진 40호_2013.8 - [Wz040_듣는 노들바람] 듣거나 말거나-6
1
|
.......................작업후기. 은전
노들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엄혹한 시대는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행글라이딩을 즐기던 한 호기로운 청연이 사고를 당합니다.이때 노들야학과 그의 인연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15녀 뒤. 그는 노들야학의 세 번째 교장이 됩니다. 92년. 장청이 아직 노들야학을 만들기 전.
전국적인 운동조직을 만들기 위해 제주로 내려갔던 장청의 활동가 정태수는 한 대학생을 만납니다. 장청은 결국 전국 조직을 만드는 데 실패했지만, 이듬해 장애인야학을 만들고, 그때 만난 대학생은 7년 뒤 야학의 봉고 운전수가 되어 전국을 누빕니다.
노들과 우리의인연은 우리가 그 문을 두두리기 훨씬 이전부터, 어쩌면 노들야학이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더 많은 일들이 얽히고 설켜서야 당신과 노들과 내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잠시 숨을 들이마시고 소주를 한 잔 꺾은 후에야 시작되는 당신의 긴 이야기를 듣는 일이 나는 참 좋았습니다.
노들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나에게도 물어보았습니다.
선생님이 되려면 임용고사를 보는 것밖에 없다고 알고 있었을 때.
임용을 향한 거대한 달리기에 합류하기 위해 도서관에 자리를 배정받고 노량진 학원에도 등록했습니다. 나는 어쩐지 시동이 걸리리 않고 괴롭기만 했습니다. 임용의 문은 좁았고, 달리는 사람은 넘쳤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떨어지고 아주 소수만 합겨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며서도, 너도 나도 그 달리기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옆 사람을 경계하며 미친 듯이 자기를 착취했습니다. 대학 시절, 책 읽으며 나누었던 그 좋은 가치들은 모두 서랍 속에 쑤셔 넣고 그것들이 비집고 나올세라 못질까지 탕탕 해놓은 것처럼.
'내가 되고 싶은 건 좋은 선생님인데, 이건 아닌 거 같아...'
나는 말이 점점 없어져 갔습니다. 그러게 더 살다간 죽을 것 같았던 밤. 나를 살려주기로 마음 먹고 인터넷을 뒤져 노들야학의 전화번호를 메모했습니다. 그 밤.
아니. 그보다 전에.
"좋은 교사가 되려면 시대를 아파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던 선배가, 어느 열사의 추모 투쟁에 가자고 나를 꼬드겼습니다. 선배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운동화를 신고 오라고 당부했습니다. 간다고 약속했지만 속으론 무서웠습니다. 적단히 핑게를 대고 가지 말까. 운동화 끈을 풀었다 맸다 반복했습니다.
'지은 지도 없는 데 뭘 겁내는 거야.'
결국 운동화 끈 질끈 매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 날.
나는 지은 죄도 없이 시커먼 경찰들에게 쫓기느라 가슴이 터질 뻔했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이상한 뜀박질을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고, 넘어진 나를 일으켜주고 금세 멀어져가던 누군가가 고마워서 가슴이 떨렸습니다. 그 날.
아니 . 그보다 전에
체육선생의 호각 소리와 함게 선착순달리기가 시작되었습니다. 10까지 가려내고 선생은 또 여유 있게 호각을 붑니다.
"다시 뛰어!"
'나머지들'은 또 달립니다. 꼴찌 그룹이 만들어 질 때까지 달리기는 계속되었습니다. 내 뒤에 있는친구들을 보며 안도하는 내가 싫었고, 체육선생의 웃음이 비려서 토할 것 같았던 그 날. 가장 열심히, 가장 오래 달린 사람들이 벌을 받았습니다.
아니, 그보다 더 전에.
마루에서 들려오는 술에 취한 아버지의 목소리가 거칠게 높아지자 꼬마는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결국 무언가가 깨지고 엎어지고 사람들이 뒤엉킵니다. 아이는 엄마가 다칠까봐 도망도 가지 못하고 그 난장판 옆에서 울기만 했습니다. 아버지가 무서워서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울던 아이는, 그날 밤 엄마가 멀리 달아나기를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몇 살인지도 알 수 없는 그때, 아마도 그때부터 나와 노들의 인연은 이미 시작된 것 같습니다.
그 일들이 없었다면 나는 노들을 만나지 못했거나, 노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을 겁니다.
'원하지 않으면 달리지 않아도 좋다'는 말이,
'무서울 땐 소리 내어 울어도 괜찮다'는 말이,
'교육과 삶은 분리될 수 없다'는 말이,
'차별에 저항하라'는 말이,
그 말들이 나를 살려주었습니다.
그 말을 하던 당신들이 아찔하게 좋아졌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우리 안에는 좋은 것들이 이미 내재되어 있습니다.
연대, 이해, 저항, 배려, 견딤, 소통, 칭찬, 격려, 걱정, 다양함, 끈질김, 존중, 협력, 헌신, 사랑, 뜨거움, 치열함..
그것들이 짓눌리기 싫어 심장에서 갸르릉거릴 때, 노들과의 인연은 시작됩니다.
얼마 전 신임교사 세미나.
야학을 해보니 어떠냐는 질문에 당신은 당신이 아팠던 2년의 시간을 힘겹게 꺼내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당신과 노들의 인연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구나'
그 시간이 우리를 만나게 했습니다.
나는 그 시간에 감사했습니다.
당신이 노들을 만나
당신 속에 내재된 좋은 것들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그 힘이 다시 노들을 키우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