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진짜 일’을 고민하다: ‘권리중심’에서 ‘복지일자리’로의 전환이 던지는 물음
김정규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복지일자리팀 활동가
안녕하십니까.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복지일자리팀 활동가 김정규입니다.
쌀쌀해지는 겨울, ‘노들바람’을 통해 독자 여러분과 함께 장애인 일자리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우리 센터판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을 통해 23명의 중증장애인 근로자들과 함께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왔습니다.
이 일자리는 단순한 소득보장을 넘어, 권익옹호 현장활동, 보도환경 모니터링, 장애인식개선, UN CRPD 비준 이행 촉구 캠페인, 문화예술활동 등 장애 당사자의 권리를 직접 주장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능동적이고 가치 있는 직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23년 말, 오세훈 서울시장의 결정으로 이 ‘권리중심 일자리’ 근로자들은 전원 해고라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2024년부터는 성북구청의 지원을 받는 ‘복지일자리’ 형태로 전환하여 현재까지 사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복지일자리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
2024년 10명에 이어, 올해(2025년)는 20명의 근로자가 문화예술활동, 스포츠 영상 촬영 및 편집, 환경정리, 문서파기 등의 직무로 고용되어 일하고 있습니다.
이 복지일자리는 장애인에게 소득을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직무의 성격과 한계입니다.
복지일자리는 상대적으로 한정적이고 단순한 직무가 주를 이루며, 특히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다양한 능력과 잠재력을 포용할 수 있는 맞춤형 직무를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러한 직무 한계는 곧바로 고용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센터판에서 일자리 근로자의 퇴사 비율
- 2023년 권리중심 일자리: 23명 중 1명 퇴사 (약 4.3%)
- 2025년 복지일자리: 20명 중 5명 중도 퇴사 (무려 25%)
이 통계는 ‘권리중심 일자리’가 장애인 당사자에게 높은 직무 만족도와 지속 가능성을 제공했음을 증명하는 동시에, 현재의 ‘복지일자리’가 중증장애인의 욕구와 능력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25%라는 높은 중도 퇴사율은 우리가 장애인에게 제공하는 일자리가 과연 ‘일’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는지, 단지 ‘복지 시혜’에 머무르는 것은 아닌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일자리는 ‘권리’인가, ‘시혜’인가?
장애인 일자리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권리를 누리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권리’이자 ‘발판’입니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는 바로 이 ‘권리’를 실현하는 모델이었습니다.
장애인이 직접 권익옹호가 되어 사회를 바꾸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주체적인 시민으로 활동할 수 있게 했습니다.
단순한 환경정리나 문서파기 등의 직무로 한정되는 현재의 복지일자리가 과연 중증장애인의 삶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장애인의 잠재력을 가두고, 단순 반복 노동자로 취급하는 일자리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다시, ‘권리중심’으로 나아가야 할 때
우리는 장애인 일자리가 “권리 중심”으로 다시 서야 함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중증장애인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사회에 기여하며,
궁극적으로 자립생활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가치 중심적이고 주체적인 직무가 확대되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장애인 고용의 안정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를 더 평등하고 포용적인 곳으로 만드는 진정한 길이 될 것입니다.
복지일자리 전환의 고용 불안정 사례는 우리 모두에게 “장애인의 ‘진짜 일’은 무엇인가”라는 무거운 과제를 남겼습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장애인 당사자의 권리가 중심이 되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싸워나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