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겨울 144호 - 제1회 기후정의영화제 “바로 지금 여기” / 변정희
제1회 기후정의영화제 “바로 지금 여기”
변정희
김주희씨 활동지원사로 일하고, 정의당 종로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거리의정의당원들, 젠더폭력해결 페미니스트 연대, 풀뿌리여성네트워크 바람 등에도 소속되어 있지만 몸뚱이가 하나라 여건에 맞게 스스로를 유기적인 프로젝트팀원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관객추진단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휴무인 내일은 종로공단지회 집회에 참석합니다.

2025년 9월 17일, 제1회 기후정의영화제 <바로 지금 여기> 포스터
나는 쪼그맣고(?) 그런 내 에너지는 더 쪼그맣다. 그렇게 살 수 없었던 24년 끝자락과 25년 초입. 늦은 밤, 도른자의 퇴행으로 택시를 타고 한강을 건너는 동안 글로 배웠던 오래 전 4.19 혁명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빨간 호러 영상이 되어 머릿속을 어지럽게 날아다녔다. 그런데 국회 앞 진짜 현실은 폭죽만 없지 시민들의 축제였다. 내 눈엔 그랬다. 그렇게 미리 내적 호들갑을 떨어서인지 혼자 남태령 고개를 넘는 동안 꼭 집단으로만 움직이는 자유로운 분들부터 평생 못 들어 볼 듣보잡, 신생, 합성 욕설을 들을 때는 완전학습이 되어 뜨겁게 반사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아줌니가 ‘앙,마’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요요요. 마음의 소리만, 파장으로 보냈다. 또 그 분들의 아바타인가 싶은 몇몇 자유로운 영혼들이 유령처럼 떠다니던 안국. 왠지 그들의 점령지 같던 땅에 우리들의 생각을 전시할 때는 물려고 덤벼드는 좀비 1에게 ‘어흥’ 할 수 있었다. 작은 나의 큰 성장. 그리고 암전.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은 날이 이어진다.
열정적인 후배는 노련한 선배에게, 그 선배는 녹아 없어지기 직전인 후배에게 이어달리기 안내를 한다. 그렇게 연결되고 확산된다. 당시는 직장 일을 좀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 시간 내기가 제일 어려웠는데 그래도 그 동안 기후정의행진이라도 꼭 참여해 왔고 어릴 때부터 종종 꿈에서 대홍수를 보는 내게 실상 가장 큰 위기는 기후였기에 경주마처럼 집중했고, 거북이처럼 움직였다. 참, 이건 지난 9월 기후정의영화제 얘기다. 극장 섭외와 대관이 어려울텐데 이미 극장과의 협의는 끝나 있어 액체 상태에서도 한 발 내딛기는 어렵지 않았다. 100석을 채우면 모두가 행복한, 50석은 그래도 상영은 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하니 정 안 되면 소듕한 내 됴툐리들을 좀 보태겠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해 보기로 한다.
여는 잔치라는 상영회에서 먼저 다큐를 보고 왔는데 내가 좀 속단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그걸 직관이라 한다, 맞을 때는. 공장식 축산 현장에서 내게로 이어지며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비명들, 거꾸로 매달려 어선 위로 끌어올려져 시뻘건 피를 흘린 채 죽어가던 참치들, 토해낸 플라스틱을 먹이는 어미 펠리컨과 그걸 받아먹고 말라 죽어가던 새끼, 머리에 씌워진 비닐을 벗지 못하고 굶어 죽어가던 바다거북. 내 수준으로는 차마 직면하기가 어려워 에코시네마 프로그램을 중단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꼼짝없이 지켜봐야 하는구나, 그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며 괴로움으로, 죄책감으로, 수치심으로, 분노로 활활 타오르다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그런 마음을 잊으려 외면했었다. 이번에는 어떻게든 추스르고 함께 하자고 설득해야겠다 결의하며 본 다큐는 달랐다. 조용한 파이팅이랄까.
안녕하세요라는 말이 평화롭게 느껴집니다.
우리와 지구의 안녕을 위협하는 기후위기는 이제 다른 나라, 다른 시간이 아닌 바로 지금 여기에 사는 우리들의 일이라는 이야기, 다큐 ‘바로 지금 여기’를 소개합니다.
기후정의를 말하며 다른 나라에는 석탄발전을 수출하는 기업과 이에 직접행동하는 사람들, 기후위기가 생존의 문제가 된 기후약자, 치열하게 살아가는 농촌과 쪽방촌 사람들을 남태제, 문정현, 김진열 감독이 다큐에 담았습니다.
100개의 극장에서 동시상영하는 영화제를 통해 연대와 희망을 전하고 싶은 그 간절한 마음에 깊이 공감하고 함께 하고자 합니다.
함께 해 주세요. 널리 알려 주세요.
100명의 마음이 모이면 가능합니다.
그래, 일어나야지. 그렇지, 함께 해야지. 한 조각 희망을 보고 끊어졌던 연대의 힘을 기억해 내자 후딱 써졌던 홍보글처럼 영화제 한 달을 앞두고 2주가 후딱 지났다. 계획은 원대했다. 종로에 있는 모든 환경단체와 함께 하겠다, 다른 부문들과도 함께 하겠다. 각자의 현장 이슈가 중요하지만 기후위기만큼은 더욱 공동대응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으리라. 이번에 연결하는 역할로 그 시작을 함께 하고 이후 누구라도 이를 이어가게 하겠다. 그러나 영업을 배워보려 한 적도 있었고 영업을 못해 결국 폐업을 한 적도 있는 내 마음은 움직였는데 여전히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어쩐 일인지 의욕 충만한 날은 자신감을 가지고 샬라샬라 해 보았지만 성과가 나지 않았다. 째깍째깍. 안 되는 것, 못하는 것, 어려운 것 말고 할 수 있는 것, 잘 하는 것, 쉬운 것부터 해야겠다.

그 동안 모르는 게 많아 이런저런 상의하며 지내왔던 여러분들께 현재 상황을 전하다 보니 이어달리기가 되었고 세포분열하듯 구글폼 신청자가 늘었다. 명단을 얼마나 들여다봤는지 영화제 당일 오신 분들이 본인 이름을 말씀하시면 분명 처음 뵙는 분인데도 다 내 지인 같았다.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이런 게 바이럴 마케팅이구나. 아니, 연대다. 연결의 힘이다. 본인이 참석할 수 없으면 지인에게 소개하고 그 지인은 자신의 소속 단체에 소개했다. 결과적으로는 80명 가까이 오셨는데 소속을 살펴보니 30개 이상의 단체가 모였다. 참고로 노들야학에서 제일 많이 와 주셨다. 사실 신청자 50명이 넘고서부터는 마음이 편안했는데 다들 자신의 일처럼 애써 주시기에, 감독님들의 간절한 마음을 알기에 끝까지 홍보를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만든 게 쇼츠 영상이다. 안 본 눈 삽니다. 기후 위기 해결의 주체는 우리 모두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홍보에 열중하면서도 단 30분이지만 관객과의 대화 시간 진행할 생각을 하면 아, 오뚜카지… ? 그 와중에 깨알같은 아이디어들은 끊임없이 떠올랐는데 어느 날은 조신하게 뜨개질하는 앙드레 조 선생을 보다 번득, 무지개 모자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홍보 초반 신청이 많지 않아 만원이 넘던 관람료를 삼천원으로 낮추고 후원을 받기 시작했는데 이도 여의치 않으면 현장에서 경매 행사를 하리라. 호홋. 또 지난 여름 나는 모두의훌라에 반했었다. 하지만 폭우도 뚫었던 내 춤선은 짱구에서 나아가지 못했고 언제가 I’ll be back하며 돌아가지 못했었다. 나와 달리 아름다웠던 그녀들 생각이 계속 올라왔다. 도전! 흔쾌히 연대 공연을 수락해 주셨다. 개이득! 기후정의행진 발대식을 겸하는지라 종이 상자로 피켓을 만들며 인상적인 포토존도 만들었다. 웹디자이너 오씨가 재능을 남발한 작품이었다. 어떻게든 신청해 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명단을 보고 이름을 하나하나 새기듯 알록달록 손으로 써 넣었다.

앗! 엠프 담당이 잠수를 탔다. 아! 노들야학 스피커. 급하니 머리가 팽팽 돌아간다. 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얼추 다 된 건가. 당일 나는 구름에 떠다니듯 정신을 못 차리고 붕붕 떠 있었다. 같이 표를 나눠주던 나를 조련하는 선생님 말이 그랬다.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이어졌는데 먼저 포스터가 오지 않았다. 알록알록한 참석자 명단이 빛을 발했다. 광고 없이 바로 시작해야 하는데 광고 없이 10분 지연, 웅성웅성. 상황을 모르고 늦게 오는 참석자들 맞이하느라 아까운 시간 홀랑. 준비해 오라던 마이크는 떡하니… 남아 돌고. 상영하는 동안 한숨 돌리고 드디어 일어나는데, 아… 이번엔 스피커가 자꾸 꺼진다. 아름다운 모두의훌라 팀은 춤을 추며 직접 노래를 불러 주셨다. 더 아름다웠고 또 반했다. 모두의훌라, 만세! 내 진행이 느리거나 빠르면 수신호를 주기로 한 이의 손이 보이는데 약속은 기억나지 않았다. 지금 빠르… 에라잇, 모르겠다. 질주! 그래도 기억나는 건 균형에 대한 말을 했었다. 개인 실천에 집중했다면 제도 개선을 위한 사회 참여에, 개인 실천이 부족했다면 이에 집중해 보자. 가볍게, 꾸준히.
또 암전. 다시 녹아내리는데 관객추진단을 부른다. 또 참고로 앞에 얘기한 과정들이 관객추진단이 하는 일들이다. 마지막 상영을 관객추진단들과 하는데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관객추진단 대표로 나와 얘기를 해 달라고 했다. 또, 오뚜카지…?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정말 연결되어 있구나를 체험한 시간이었다는 말을 한 기억이 난다. 그런데 스윽… 이거슨 됸, 뵹, 튜는 아니고 입금이… 초청비, 193,400원. 잠깐 기부니가 좋았는데 이때부터 영화제 때 스피커가 안 되자 노들야학 교장 선생님께 연말까지는 스피커를 기부하겠다고 했다 생각보다 비싸 어물쩡 미루고 있던 게 계속 생각이 났다. 찔린 거다. 해야 한다. 두 다리 뻗고 자자. 초청비를 보태면 가능하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도 알았으면 하는 나는 오래오래 기부니가 좋다. 동네 사람들아, 그 스피커 내가 샀다옹. 좋은 소식 하나 더, 다큐 ‘바로지금여기’가 레드어워즈 수상을 했다. 관객추진단으로 참석해 수상 소감을 함께 했는데 단박에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없지만 지금 당장 담배꽁초를 버리진 않을 수 있다는 말을 했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쪼그맣다. 그래서 작은 말을 한다. 그래도 하는 게 나아요, 안 하는 게 나아요? 여기서 그만 둘래요, 그냥 할래요? 나를 일으킨다. 네, 할 수 있는 만큼 가볍게 하겠습니다. 대답한다. 그렇게 가볍게만 해서 되겠어요? 누군가, 나인가 비난한다. 그래도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낫지 않아요? 나를 일으킨다. 네, 가볍게 하겠습니다. 대답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모아 나만의 두 번째 천 일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면이 있으니 덧붙이자면 출근길 지하철 행동 천 일, 존경합니다. 특별히 앤의친구들과 풀바람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이름을 다 말하지 않아도 제가 고마워하는 거 알죠? 여러분의 덕분으로 제가 살아갑니다. 그리고 세상은 여러분들이 있어 앞으로 나아간다고 믿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쉘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