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겨울 144호 - [나는 활동지원사입니다] 직업으로서의 장애인 활동지원과 근로지원의 일에 대한 생각 / 신범수
[나는 활동지원사입니다]
직업으로서의 장애인 활동지원과 근로지원의 일에 대한 생각
신범수
이재국 님의 활동지원사 겸 근로지원인
저는 현재 장애인 활동지원과 근로지원의 일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일을 시작한 것은 올해(2025년) 2월부터이고 자폐장애를 가진 30대 중반의 청년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을 스스로 생각하면 조금 신기합니다. 작년 초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말하듯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잘 유지한다면 더 늙어서도 이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이 일을 하게 된 내력과 하면서 느낀 점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가 30년 넘게 교직에 있으면서 60세를 맞이할 때쯤에 ‘조금 있으면 정년인데 정년 후에는 어떻게 살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평생 교직에 있을 것처럼 학교와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 생각에 갇혀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학교일 외에는 특별한 계획을 하지 않고 지내다가 퇴직 생각을 하면서 마음이 착잡해졌습니다. 퇴직하면 죽을 일만 남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 들었던 저의 중심 생각은 제가 나이를 채워서 정년퇴직을 하면 그 후에 무언가 다른 일을 다시 시작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정년 1년 반을 남겨 두고 명예퇴직을 선택했습니다.
명예퇴직 후에는 장례지도사의 일과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운영하는 보람일자리의 일을 했습니다. 장례지도사는 퇴직 무렵에 생각한 직업으로 기계와 경쟁하지 않고 나이에 관계 없이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자격증을 따고 실제 일을 몇 달 하다가 보니 가족이 매우 좋아하지 않아서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한편 보람일자리의 일은 월 57시간 이내에서 근무하는 한정적인 일이어서 취업으로 간주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퇴직을 할 때의 결심인 무언가 새로운 직업을 갖겠다는 희망을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한편 보람일자리 관련하여 50플러스재단에서 진행하는 연수를 받던 중에 장애인활동지원 일을 하시는 분을 만나 이 일에 대하여 조금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장애인활동지원 연수하는 곳을 알아보다가 집에서 가까운 (사)노란들판에서 연수를 받고 드디어 장애인활동지원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연수를 받으면서 장애인에 관련하여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이 연수는 자격증을 따는 것 외에도 장애인식 개선은 물론 함께 사는 바람직한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 일을 하게 되면서 제일 먼저 느낀 것은 이 일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보다 좋아졌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연수를 받고 일을 하면서 장애인센터도 매우 다양하고 많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친척과 친지들과 얘기해 보면 비교적 관심 보이며, 특히 저 같은 퇴직자들이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데 직업으로 일하는 것에는 주저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실제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이론 교육만으로는 장애인 활동지원이나 근로지원의 일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론 수업보다 기간은 짧았지만 실습의 경험이 유용했습니다. 특히 저의 경우에는 우연히도 실습으로 만난 장애인과 실제 일로 만난 장애인이 발달장애의 범위에 있는 분들이라서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매일 도전의 시간이었습니다. 하루 이틀 활동지원을 해보고 이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하는 회의감에 빠졌고, 하루만 더 해보자고 하면서 다음날을 맞이하여 이제 열 달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는 자폐 장애가 있는 분들은 일정한 패턴에 따라 움직이고 대화하는 속성이 있어서 상황의 변화나 예외적인 상황을 이해시키기 어렵습니다. 저는 근로지원을 하면서 그분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고 그것을 통해 그분을 이해하고 공감대를 키워 그분의 유효한 근로 활동을 점차 확대해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용인을 통해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 근로지원의 경우는 장애인의 직종에 따라 다양한 상황에 마주할 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활동지원은 특별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드물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이용인의 직종에 대한 이해가 이용인의 장애 이해만큼이나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기관의 청소 일을 업무로 하는 이용인을 지원하면서 종종 장애인근로지원을 하는 것인지 청소 노동을 하는 것인지 혼동되기도 합니다. 특히 일을 시작하는 초기에 주변에서 청소 관련 일을 저와 협의할 때 그런 느낌이 컸습니다. 이제는 그 상황에 대해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해하고 적응하고 있지만 초기에 넘어야 할 벽이기도 합니다.
이제 열 달 가까이 되어서 이용인과 꽤 친숙해졌다고 생각되지만 친숙해지는 것이 좋은 조건인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장애의 특성상 친숙해지면 자신의 장애 특성에 안주하는 면이 더 강해집니다. 또한 아무리 친숙해져도 그분의 루틴으로 굳어져 버린 의성어의 반복 같은 일정한 행동들을 변화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는 자신이 때로는 특수학교 교사라도 된 것 같은 착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쓴웃음이 지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애인활동지원은 어느 정도 그런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근로지원인 양성 교육에서 발달장애 특화 교육을 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판단됩니다.
한편 지원인에 대한 보수교육이 이루어질 때 활동지원과 병행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지원인이 아플 때 병가를 쓸 수 없다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센터에서 해결해 주시려 애쓰시지만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물론 의욕적인 지원인의 인력풀이 충분히 갖추어진다면 대안을 찾기가 쉬워질 것입니다. 젊고 패기 있는 지원인이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는데 그러려면 급여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퇴직자인 저는 급여가 적다는 생각을 크게 하지는 많지만, 전업으로 장애인활동지원에 나선 젊은 분들에게는 경제적 고민이 클 것으로 생각되어 안타깝습니다.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신념과 이상을 접는지..)
최근에 지원인의 안전 관련 교육을 받았는데 매우 좋았습니다. 남녀 강사분들은 운동을 하시는 분들로 리얼한 연기까지 곁들여 사례에 대한 실습 중심으로 연수하였습니다. 특히 발달장애를 가지신 분들의 돌발 행동에 대비한 신체적 대응 등이 유용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상황에서는 교육 때와는 다른 예측불허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장애가 있는 분이 다른 장애인을 지원할 때는 더욱 어렵고 위기 상황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에게 장애인활동지원은 예측 불허의 상황극에 참여한 사람의 연기 활동과 같아 보입니다. 보다 열린 마음과 배우는 자세로 하루하루를 지내려고 합니다. 이제 처음에 하였던 말을 조금 확대해서 한 번 더 하며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장애인활동지원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할 수 있는 일이며, 자신의 마음을 잘 챙기고 건강을 잘 유지하면 나이가 꽤 많이 들 때까지도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직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