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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아부지 만나서 따져봐야겠어요
노들야학 이영애 학생 인터뷰 

정민구 | 손재주는 없지만 손으로 무엇이든 만들고 싶어 하는 민구입니다.


얼마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영애누나를 만나 지금의 심경을 인터뷰해 봤습니다. 영애누나는 야학 청솔2반 학생입니다. 최근엔 인권교육을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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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구 - 어떠세요? 좀 괜찮으셔요? 지금 마음은?
영애 - 괜찮아요. 잘 먹고 잘 지내고 그래요.
밍구 - 아버님은 어디가 안 좋으셨어요?
영애 - 중풍. 중풍으로... 재작년부터 안 좋아지셔가지구요. 재작년 여름엔가? 8월 달에 쓰러지셨어요. 그날 저녁에 술 약간 취하셔가지고 쓰러지셨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손을 한 쪽 못 쓰시는 거예요. 말도 못하시고. 그러려니 했는데, 아버지가 말씀을 안 하시고 뭔가를 그렇게 찾으시는 거예요. 엄마가 뭘 찾느냐고 하니까. 말도 안하고 막 한 손으로 찾고 그러셔서 왜 그러냐고 그러니깐 아무 말도 못하시는 거예요. 옆에 침대 방에 들어가서 뭘 하시는데 엄마가 느낌이 이상해서 들어가 보니까, 아빠가 바지를 벗으시고 볼일을 보고 계시는 거예요.
밍구 - 방에서?
영애 - 네. 엄마가 이게 뭔 일이냐고 놀라서 가봤는데 역시나 아무 말도 안하시고 볼일 보시는 거예요. 엄마가 다 치우시고... 건대병원에 갔는데 중풍이라 그래서 입원하시고 그러셨어요. 영 못 일어나시고. 몇 개월 지났죠. 돈이 엄청나게 들어가서 요양병원에 가셨어요. 거기 가서 몇 달 계시다가 12월 달에 퇴원하셨어요. 밥을 안 준대요.
밍구 - 환자한테?
영애 - 그냥 죽지 않을 만큼 먹이고. 그냥 미음. 미음을 주사기로 넣어주고 그런대요. 간병인이 안 주고 막 그런데요. 대변보는 것도 안 치우고. 그래서 욕창도 걸리시고... 한겨울에, 12월엔가 퇴원하셨어요. 엄마가 간병 다 하시고. 그렇게 쪼끔 나아지셨다가 올해 또 갑자기 다리가 아프다고 쓰러지셨고 병원에 또 가셨죠. 건대 병원에. 진찰 받았더니 다리에도 중풍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다리도 수술하셨고 그 다음부터 더 못 일어나시고. 그러다 몇 달 후에 퇴원하셨고 또 병원에 가셨고. 그러다가 돌아가셨어요.
밍구 - 음... 그러니까 중풍이랑 치매가 같이 오신 거네요? 아버님이 연세가...
영애 - 아버지 돌아가신 때가 88세요.

남남처럼 정이 없었어

밍구 - 아버님 살아생전에 누나하고 관계는 어떠셨어요?
영애 - 별로 안 좋았죠.
밍구 - 누나 시설에 보내려고 하신 게 아버님이셨어요?
영애 - 아뇨 엄마.
밍구 - 아버지는 (시설에 가는 걸) 막는 입장이셨어요?
영애 - 동생도 뭐 오빠도 정이 없고, 아버지도 정이 없었고, 엄마는 더더욱 정이 없었고...
밍구 - 그러면 누나 입장에선 더 불안할 수 있겠다. 아직도 시설에 가라고 그러세요?
영애 - 아니요. 그 전에 작년엔가? 성동센터 ‘자립생활 체험홈’ 들어가려고 했었는데 부모님이 안 좋아지셔가지고...
밍구 - 그래서 못 들어갔던 거예요?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영애 - 아니 부모님 두 분 다 아프셔가지고, 가려고 했는데 차마 못 가겠더라고요. 제가. 아부지가 아프시고 해서, 아부지 나아진 다음에 가려고 했는데 그나마 아부지가 저렇게 돼서 더 못 나가죠. 올해 11월 달에 나가려고 했는데 엄마가 못 나가게 하는 거예요.
밍구 - 어머니가 자립 못하게 하시는 이유는?
영애 - 혼자 있으니까. 외로우시니까.
밍구 - 그러면 누나한테는 이제 시설 가란 그런 이야기 안 하시겠네요?
영애 - 안 하시죠. 내가 갈까봐 대성통곡하고 울고불고 난리치고 그랬어요. 그나마 내가 있고, 정숙 씨(활동보조인)가 왔다 갔다 하시니깐... 정숙 씨가 살림 다 하시고 그러세요. 밥도 다하시고.
밍구 - 정말 고생 많이 하시네요.
영애 - 아부지 병원에 데려다주시고, 어무니 병원에 대려다주시고.
정숙 - 오래 돼서 그냥 그러려니 해요. 아무렇지도 않게...
밍구 - 아이고... 영애누나 활동보조 분이신데 살림까지... 영애누나가 중간에서 지켜줘야 돼요. 활동보조 분을. 너무 힘들지 않게. 지켜 줘야 돼요. 누나가. 중간에서 카바 좀 쳐줘야지.
영애 - 쉬시라고 해도 자꾸만 일만 하시니까.
밍구 - ㅎㅎㅎㅎ. 쉬라는데 왜 일만 하시는 거예요? 좀 쉬세요.
정숙 - 왜 그런 이야길 해. ㅎㅎㅎ. 어우 더워.
밍구 - 어머니 건강은 좀 어떠세요?
영애 - 안 좋죠 뭐. 다리도 아프시고, 허리도 아프시고, 우선은 머리가 아프셔서 어지러우셔서 잘 못 걸으세요.
밍구 - 그래서 더 의지할 사람이 누나밖에 없구나.
영애 - 오빠는 같은 집 밑에 살아도 안 올라오고. 오빠가 경비 일을 하거든요. 하루 자고 오고 그런 일을 하기 때문에. 동생도 청주에 멀리 사니까 잘 못 오잖아요. 자주 올 수 없으니까. 애들도 유치원 다니고 동생도 보험회사 다니고 그러니깐 연락도 잘 못하고 오고 싶음 맘대로 오는 거리가 안 되잖아요. 오빠도 안 오고 올케언니도 안 올라오고. 오빠 딸도 다 대학생이에요, 둘 다. 소가 닭 보듯이 하니깐 그러고 지내요.
밍구 - 힘들죠. 누나한텐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어요?
영애 - 그냥 뭐. 남남? 남남.
밍구 - 남남? 관심 없는? 서로 관심 없는?
영애 - 재작년엔가 제가 체해서 죽을 뻔했다 그랬잖아요. 그때 제가 엄마 보고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이야기했는데 그때 아버지가 저보고 체했는데 무슨 병원에 가냐고 그러시는 거예요. 12월 달에 그때 (조용필) 콘서트 가기 전에 아파가지고. 콘서트는 못 가게 됐는데 그때 재수 없게 체해가지고 밥도 못 먹고 약이 안 넘어 가요. 약만 먹으면 토하고 정 못 견디겠어서. 너무 죽겠어서 엄마한테 정숙 씨 좀 전화해서 오시라 그래라... 너무 죽겠어서. 눈이 넘어갈 정도로... 정숙 씨가 저 보고 엄마한테 화냈어요. 왜 이때까지 이렇게 놔뒀1냐고. 정숙 씨가 건대병원에 데려가 주셔가지고 링거 맞고... 아버지가 병원비 가지고 와야 되는데 병원비도 안 가지고 오신 거예요. 아부지가... 아까워서... 어후 내가 그때 어찌나... 무슨 부모가 이러냐 속으로 막 욕했다니깐요. 그래가지고 정이 없어요. 어떻게 보면 웬수만도 못한.
밍구 - 어렸을 때부터 관계가 그러셨어요?
영애 - 어렸을 때부터... 제가 장티푸스 앓았을 때 병원도 안 데려갔다니깐요. 엄마는 병원에 데려 갔는데 전 안 데려갔다니깐요.
밍구 - 아버님한테 많이 서운하셨겠네요?
영애 - 서운한 정도가 아니고 진짜 부모가 아니라 웬수야 웬수. 그래서 그 설움이 아직도 있어요. 엄마한테고, 아부지한테고... 아부지 돌아가실 때 눈물도 한 방울 안 흘렸어요. 그 때 선생님 보셨잖아. 눈물 한 방울도 안 흘린 거 보셨잖아. 나도 못된 사람인 거 아는데... 나도 진짜... 우리 엄마가 그렇게 만든 것 같아요. 저를. 엄마가 저보고 아부지 돌아가셨다고 병원에 같이 가자고... 그러는데 동생하고 엄마가 들어 오길래, 나 안 간다고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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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차들이 지나는 도로 위에서 활동보조인과 함께 행진 중인 이영애 님



미운 아버지의 장례식

밍구 - 아... 누나가 안 간다고 하신 거예요?
영애 - 네. 안 간다고 그랬어요.
밍구 - 나는 또... 누나만 빼놓고 계신 거예요. 소식 듣고 그날 병원 장례식장을 갔는데... 그래서 화가 났어요. 그러니까 누나만 빼놓고 장례식장을 오셨나보다 하는 생각에. 그래서 제가 말씀을 드렸어요. 이따가 야학사람들도 많이 올 텐데 영애누나가 와서 계시는 게 낫지 않겠냐고, 그때 그렇게 말씀을 드렸었거든요. 일부러 누나를 안 데리고 왔다고 생각을 해가지고.
영애 - 아부지 돌아가신 날. 그날이었어요. 아부지 돌아가시면 나 안 간다고, 장례식장 안 간다고. 진짜 안 갈라 그랬는데 야학 교사나, 학생 아니었으면 저 진짜 안 갔을 거예요. 야학 선생님 봐서 갔지...
밍구 - 그래도 기분이 좀 묘했을 것 같아요. 여러 가지 미움도 있지만 사실 애증도 있는 거고... 여러 가지 감정이 드셨을 것 같아요. 마지막에 화장하셨어요? 그러면 그 들어가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럴 때 굉장히 슬프잖아요.
영애 - 전 그때도 눈물 안 흘렸어요.
밍구 - 지금도 그러세요? 아직도 미운 마음들이 크세요?
영애 - 그렇죠. 크죠. 죽을 때까지 갈지도 모르겠어요.
밍구 - 전 누나를 생각해서라도 그런 마음들을 털어버리시는 게 누나가 홀가분할 것 같긴 한데...
영애 - 그게 맘대로 안돼요. 어릴 때부터 어무니랑 아부지가 그렇게 해가지구. 그게... 뼈에 사무쳐? 골수에 사무친다 그러잖아요? 제가 그런 것 같아요. 깊이 박혀서 그게 잘 없어지질 않더라고요. 나이가 먹어도 그렇게 안 없어지고... 아마 죽어서도 없어지질 않을 것 같아요. 뭐 죽으면 아부지 만나서 따져봐야겠어요.

자립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네

밍구 - 내년엔 자립하실 생각이 좀 있으신 거예요? 어머니 좀 나아지시면...?
영애 - 근데 수급자가 안 돼서... 제가 체험홈 갈라고 수급자 신청을 했는데 시월달인가? 구청직원이 나왔길래 물어봤더니, 부양의무제 때문에 안 된대요.
밍구 - 집이 자가죠?
영애 - 네 엄마 때문에도 안 되고, 집 때문에도 안 되고... 그래 가지고...
밍구 - 실상 수급권자가 되지 않으면 체험홈을 나온다든지 이러는 게 불가능한 거잖아요.
영애 - 그렇죠. 생활비가 없잖아요.
밍구 - 장애연금이라고 해봤자...
영애 - 겨우 30만원밖에 안되는데.
밍구 - 아... 부양의무제가 누나의 발목을 잡고 있구나...
영애 - 예. 그러니까요. 부양의무제 아니면 벌써 수급자가 돼서 들어가고도 시간이 남았을 텐데...
밍구 - 아버님이 누나한테만 그렇게 쫌 무관심하고 그랬어요? 아님 가족 전체한테 어버님이 좀 그런 편이었어요?
영애 - 저한테만.
밍구 - 누나한테만? 그러면 더 섭섭했겠다. 뼈에 사무칠 만하네.
영애 - 옛날에 제가 장티푸스 땜에 너무 아파서 울고 막 그랬을 때 광에다가 가둬놨어요. 광에다가. 겨울에는 마당에다 내팽겨 치고, 집어던지고, 내가 식구들 안 미워하게 생겼어요?
밍구 - 광에다가 몇 시간 가둬놓은 거예요?
영애 - 네. 울지 말라고. 근데 내가 울고 싶어서 우는 게 아니잖아. 아파서 우는데 어쩌라고. 신경안정제 먹어도 안 들었어요. 그게 하루에 세네 번 먹어도 중독이 돼가지고 안 들어.
밍구 - 세네 번이나 드셨어요? 그 독한 약을?
영애 - 그러니까. 그 때 생각하면 난 또 피가 거꾸로 솟아.
밍구 - 그 생각하지 마세요.
영애 - 그러니까 왜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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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조용필 콘서트 가요

밍구 - 미안해요. 요즘은 어떠세요? 요즘은 잘 지내세요?
영애 - 내일은 엄마하고 콘서트 가요.
밍구 - 오우 진짜? 누구? 조용필? 아 진짜 내일이에요? 어디에서 하는데요?
영애 -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 저하고 엄마하고 정숙 씨하고 그다음에 외사촌 오빠하고, 네 명이서 가요.
밍구 - 캬... 좋겠다.
영애 - 제가 엄마 데려가는 거예요.
밍구 - 엄마랑 가는 게 처음이죠?
영애 - 네. 엄마가 안 갈라고 그러는 걸 막 서운하다고 했더니 같이 가기로 했어요.
밍구 - 너무 뿌듯하시겠다.
영애 - 콘서트 가서 딸이랑 엄마랑 같이 오는 거 너무 부럽고 저도 보기 좋고 그래서 엄마한테 그 이야기 했더니, 처음엔 안 간다고 막 그랬는데, 막~ 뭐라고 그러니까 같이 가신데요.
밍구 - 누나 효녀시네~
영애 - 효녀는 무슨 효녀. 진짜 효녀가 들으면 따귀 맞아요. 효녀씩이나.
밍구 - 효녀지~ 엄마 모시고 콘서트도 가시고~ 나도 한 번도 못해봤다.
영애 - 그전에 한번 같이 가려고 했는데 엄마가 안 간다고 그래가지고 저랑 활동보조인이랑 같이 갔었는데.
밍구 - 근데 올해는 어떻게 가신다고 하셨어요? 그 표도 다 누나가 샀어요? 돈 꽤 많이 들었겠다.
영애 - 59만원 들었어요. 넷이 네 명이서 같이 가는데.
밍구 - 어우~ 돈 많이 쓰셨네.
영애 - 네. 근데 안 아까워요.
밍구 - 워낙 누난 조용필 팬이니깐.
영애 - 더더군다나 엄마랑 같이 가니깐 안 아깝고 더 좋아요.
밍구 - 그렇죠. 살아생전에 잘 해드려야 나중에 후회가 안 되고 그러죠. 잘하셨어요. 쓸 땐 써야지. 계속 그렇게 즐겁게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영애 - 저도 그렇게 살 거예요.
밍구 - 그리고 뭐 하나마나한 소리지만 누나를 위해서 아버지 놔줘요. 이제 천천히.
영애 - 아이고!! 이제 진짜 그만 이야기해!! 언젠간 놔지겠죠 뭐.
밍구 - 네.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되겠죠.
영애 - 시간이 약이겠죠 뭐. 시간이 약이니깐. 언젠가 놓을 날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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