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봄 122호 -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탈시설한 노들야학 학생 명선의 후원금 / 최민지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탈시설한 노들야학 학생 명선의 후원금
최민지 | 노들센터 자립생활주택 담당자
제 소개를 간단히 드릴게요~ 저는 노들센터 활동가 최민지입니다.
센터에서 자립생활주택을 담당하고 있어요. 지금은 3명의 입주자가 있답니다.
노들야학과 노들센터에 후원금을 보낸 김명선 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인터뷰 일시 : 2020. 2. 27.(목)
장소 : 명선언니집
민지 : 안녕하세요. 언니. 오늘도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몇 번 뵈었지만, 그럼 간단히 언니 이야기로 시작을 하면 어떨까요?
명선 : (예쁜 미소를 지으며) 안녕하세요. 노들센터 자립생활주택에서 살다가 지금은 자립을 했구요. 노들야학 학생인 김명선입니다. 반가워요. 저는 시설에서 26년 동안 살았어요. 87년에 처음 시설에 들어갔어요. 그때 제 나이가 14살이었지요. 4개 시설을 옮겨 다니며 지냈어요. 2012년 노들의 도움으로 저는 지역사회로 나올 수 있었답니다. 처음에는 평원재에서 살았어요.
민지 : 평원재를 나와 노들센터의 자립생활주택에서 생활하면서 2년 전 그러니까 2018년에 월계동으로 자립을 하셨어요. 지금 언니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계세요?
명선 : (쑥스러운 듯 웃으며) 자립 후 생활이 너무 좋아요. 꾸준히 공부하는 게 좋아서 노들야학을 가구요. 정기적으로 병원 검진을 받아야 해서 병원에도 가요. 의사ㆍ간호사선생님 그리고 물리치료사 선생님들이 무척 친절해서 좋아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TV도 맘껏 보고 있답니다. 저는 드라마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지금은 「우아한 모녀」에 푹 빠져있답니다. 제가 TV 홈쇼핑도 매우 즐겨요.(쑥스럽게 웃으며) 마침 오늘도 치약을 한 박스 샀어요. 가끔은 활동지원선생님께 잔소리를 듣지만, 제겐 소중해요.
민지 : 사실 밖에서 직접 물건을 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고 싶을 텐데, 여의치 못하니까 마음이 좋지 않네요. 노들을 향한 언니의 마음이 궁금해져요.
명선 : 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저는 조사랑 선생님이 생각나요. 노들과 만나게 해주신 분이에요. 지역사회로 저를 나오게 해주신 분이기도 하구요. 제가 좋아하는 알록달록한 상자 초콜릿을 가끔 보내드린답니다. 배승천 선생님도 고맙구요.
(소리내어 웃으며) 저는 잘 생긴 선생님들을 보면 왜 기분이 좋아지는지 모르겠어요. 노들 선생님들 모두 정말 좋아요.
민지 : 감사해요 ^^ 언니께서 이번에 노들센터와 노들야학으로 각각 50만원씩 정말 큰 금액을 후원해주셨어요. 후원을 하게 된 계기와 바람이 있다면요?
명선 : (기뻐하며) 장애인들의 권리찾기에 앞장서는 노들센터에 후원금을 보내드리면서 마음으로 함께 하게 되었어요. 늘 집회에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마음이 아팠는데,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전하게 되어 행복했답니다. 그리고 어렵게 공부하는 친구들과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을 생각하며, 노들야학에도 후원을 하게 되었답니다. 저보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기에 한푼 두푼 모아서 뜻깊게 사용되기를 소망해요.
민지 : 감사합니다. ^^ 그렇다면 노들에 대한 애정이 깊으신 언니가 바라는 아름다운 노들의 모습은 무엇일까요?
명선 : 음.. (환하게 웃으며) 노들, 노란들판…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이렇게만 노들 같다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
민지 : 또 고맙습니다. 언니, 조금 있으면 노들야학을 가실 텐데요. 이번 학기에 가장 기대되는 활동은 어떤 게 있을까요?
명선 : 저는 글 쓰는 거 좋아해요. 제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게 참 좋아요. 써 놓은 글도 많아요. 읽어보셔도 돼요. 친구들에게 편지 보내는 것도 참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제 마음을 담아서요. 그래서 국어 수업을 열심히 들을 거예요. 그리고 생활하면서 계산이 필요할 때가 참 많잖아요. 특히 물건 살 때요. 그래서 이번 학기에는 수학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어요.
민지 : 마지막으로 언니의 앞으로 바람을 듣고 싶어요.
명선 : (진지하게) 정말 아프고 싶지 않아요. 건강해져서 집회에 가고 싶어요. 제가 당당하게 요구하고 싶어요. 저는 65세가 넘으면 장애인 활동지원을 받지 못 하는 게 너무 부당하다고 생각해요.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저는 다시 시설로 가야할지 몰라요. 저는 정말 시설로 다시 가고 싶지 않아요. 정말 시설 생활은 싫어요.
놀러도 가고 싶어요. 좋은 곳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아직까지 가보지 못한 곳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놀러가면서 행복한 시간 보내고 싶어요.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싶어요. 열심히 일을 해보고 싶어요. 대가로 돈도 조금 벌어보고 싶구요. 제 스스로 일을 해서 돈을 번다는 거..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쉽고 당연한 것이지만, 저에겐 꼭 이루고 싶은 꿈이에요.
마지막으로 시설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나와서 살 수 있도록 노들과 같이 노력하고 싶어요. 제 소원이에요.
인터뷰를 마친 명선언니는 “지역사회에 있는 제가 참 좋아요.”라며 덧붙였습니다.
명선 : 저는 자유를 누리면서 비로소 ‘내가 인간답게 살고 있구나.’하고 알게 되었어요. 이젠 당연해진, 슈퍼에 가서 맛있는 것을 사서 나눠 먹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줄 작은 선물도 사고, 제가 좋아하는 색의 옷과 머리핀을 사는 것이 참 멀게만 느껴졌었거든요. 시설에서 이제 나오려는 친구들에게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제가 지역사회에서 생활한 지 어느덧 8년이 지났네요. 뒤돌아보면 후회도 된답니다. 그게 뭐냐고요? 네. 여행도 더 많이 다니고 싶고 친구도 더 많이 사귀고 싶은 거예요. 친구들은 저처럼 시간이 지나서 후회하지 말고 더 많은 경험을 쌓아가길 바래요. 무엇보다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는 집회에 열심히 나갔으면 좋겠어요. 거기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참 좋은 친구가 된답니다. 그리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고 싶어요. 배운다는 건 참 소중한 일이에요. 제가 몸이 좋지 않아 점점 할 수 없는 일들이에요. 친구들에게는 꼭 열심히 해보라고 이야기 해줄래요. 여러분들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