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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 앞으로~ 하는 거야~

 

 

이현아 |

올 한해도 노들과 함께 재미나게 잘 보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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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행진의 계절이기도 한 걸까. 빈곤철폐의 날 퍼레이드, 2019년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평등행진 평등을 말하라’, 1회 매드프라이드 서울 퍼레이드까지, 3주 연속 토요일마다 노들 사람들은 시내 일대를 함께 걸었다. <노들바람>의 한 편집위원님은 필자가 행진 3관왕(...)을 달성한 것으로 알고 글을 청탁하였으나, 사실 필자는 (평일 9시에 버금가는 이른 시간인) 주말 1시에 시작하는 매드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여하지 못하고, 행사 막바지에야 겨우 도착했다는 후문이다. (너무너무 아쉽다.) 그 아쉬움은, 현재진행형으로 치열하게 투쟁 중인 2020년 예산쟁취 12일 전국결의대회의 행진 이야기로 대신할까 한다. 그런데 솔직히 글을 청탁받고 나서 이제는 큰 울림이나 기억 없이 행진을 비롯한 현장투쟁들에 참여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뜨끔했더랬다. 기억도 시간도 뒤죽박죽이어서, 잘못된 내용이 있다면 독자들의 너른 양해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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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주말마다 걸어야 했는가

 

구체적인 이야기는 조금씩 다를지라도, 억압받는 너와 내가 우리의 목소리를 모아 더 크게, 더 널리 전하기 위해서, 우리도 당신과 함께 이웃으로서 여기에 함께 살고 있다고 (싶다고) 알리기 위해서 함께 걷고, (바퀴로) 구른다. 소중한 주말에도 이렇게 매주 나와 걸을 수밖에 없는 것은 세상은 빠르게, 많은 것이 변한 듯 보이지만,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세상은 그리 변하지 않았다는 방증이 아닐까.

1012일에 있었던 빈곤철폐의 날 퍼레이드 포스터에는 나는 가난하지만 차별과 멸시는 거부한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노들사람들의 얼굴이 많이 등장했다. ‘가난 때문에 죽지 않는 세상, 개발 때문에 쫓겨나지 않는 세상, 빈곤을 철폐하자고 외치는 얼굴들이었다.

바로 그 다음 주에 열렸던 2019년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평등행진에서는 가족차별, 난민혐오, 성소수자 혐오, 이주노동자 차별 등 각종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오랜 시간 울려 퍼졌다. 우리 사회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혐오가 존재하고 있다니 잠시 우울해지기도 했다.

약 한달 뒤인 1116일에는 장애등급제 진짜폐지,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를 위한 2020년 예산쟁취 12일 전국결의대회가 있었는데, 무려 이틀 연달아 행진이 있었다. “진짜사장기획재정부를 규탄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행진을 통해서 전달되는 비슷한 듯 다른 목소리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하지만, 사실은 모두 우리 함께 살자는 외침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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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로 향했는가

 

세 행진의 코스는 흥미롭게도 대동소이했다. 빈곤철폐의 날 퍼레이드는 청계천광장 북측에서 조계사를 거쳐 청와대 앞까지, 평등행진은 시청 부근에서 종로와 을지로 일대를 돌아 역시 청와대 앞까지, 예산확보 전국결의대회 2일차 아침 행진은 한 농성장이 있는 을지로 나라키움 저동빌딩에서 종로를 거쳐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를 위한 또 다른 농성장이 있는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는 코스였다. 모두 청와대를 목적지로 하고 있었는데, 수많은 불평등과 혐오를 해결할 최종적인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우리의 목소리를 거듭 들을 수 있도록 촉구하기 위함일 것이다.

평소에 전동휠체어로 시내를 거니는 일은, 그것도 단거리가 아닌 짧게는 2 km, 길게는 5 km 이상까지 걷는 일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과 차들, 턱으로, 공사로, 적치물로 곳곳에 가로막혀 있는 인도들 때문이다. 하지만 도로에서 행진을 하는 날만큼은 그런 걱정 없이 경찰의 과도한 보호를 받으며 시내 일대를 자유롭게 누빈다. 천천히 함께 걷는 덕에 여기에 이런 게 있었구나새롭게 보게 되는 것들도 많다. 평소 길거리에서는 보기 힘든 휠체어들도 이날만큼은 부대를 이뤄 앞장서서 걷는다. 특히 장애인운동 행진의 경우, 격하게 반응하는 차들을 마주하고서 중간 중간 도로에서 쉬었다 가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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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지치지 않게 해주는 것들

 

여러 가지 구호와 노래, 발언 등이 긴 행진 시간 동안 지치지 않게 해준다. 뒤쪽에서 걸을 때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있어 가끔 심심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는 옆에 함께 걷는 사람에게, 낯은 많이 익지만 말할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에게 용기 내어 말을 걸어볼 수도 있다. 평등행진에서는 평소 행진에서 자주 들었던 투쟁가 외에 많은 노래들이 흥을 돋구었는데, <머리 어깨 무릎 발>을 개사한 <차별금지송>과 한때 내가 좋아했던 대중가요들이었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H.O.T.<We Are the Future> 등을 반갑게 따라 불렀는데, 새삼 가사들을 곱씹어보니 좋다. 틈마다 멋지게 펄럭이는 깃발들과 드높은 하늘, 아는 얼굴들이 어우러진 사진을 찍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단체사진, 그리고 뒤풀이

 

힘든 행진을 마치고 난 뒤에는, 끝까지 함께 한 사람들과 사이사이 얼굴을 내밀고 단체사진을 찍는 일이 마지막 필수 코스이다. 아니, 필수 코스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뒤풀이. 주로 노들야학 사람들과 뒤풀이를 하게 되는데, 빈곤철폐의 날 퍼레이드 뒤에는 근처 부대찌개 집에서 밥과 술을 먹고, 당시 시청 농성장을 노들야학이 사수하는 날이라 야간 지킴이들을 위한 지지방문을 가서 커피를 나눠 마시며 수다를 떨었었다. 평등행진과 12일 예산확보 투쟁 이후에는 무려 노들야학 교사회의가 기다리고 있었다. 행진 후에 회의만 해도 지칠 법도 한데, 여운이 짙게 남아서인지(?) 그런 날에는 뒤풀이가 더 길게 이어졌던 것 같다.

 

도통 뭘 써야할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하던 내게 글을 청탁했던 편집위원님이 들국화의 노래 <행진>을 언급한 것에 힌트를 얻는다. 우리의 과거는 어둡고 힘이 들었지만, 우리의 미래 역시 항상 밝을 수 없고 때로는 힘이 들겠지만, 함께 비를 맞고 눈을 맞으며 함께 행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 조금은 다행이라는, 식상(...)하지만 그래서 잊기 쉬운 생각을 다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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