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겨울 121호 - [장판 핫이슈] “진짜 ‘사장’, ‘건물주’ 기획재정부 나와라!” / 조현수
[장판 핫이슈]
“진짜 ‘사장’, ‘건물주’ 기획재정부 나와라!”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기획재정부 개혁!
나라키움저동빌딩 & 청와대 농성 이야기
조현수 ‖
전장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나와의 연결', '경험으로 배운다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달리기와 산길 걷기를 좋아합니다.
“부양의무제도 폐지하겠습니다!”
“대통령께서 약속하신 국민명령 1호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해서... (중략)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겠습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어느덧 2년여.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가로막았던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대한 문재인대통령의 직접 선언과 박능후 복지부장관의 농성장 조문 등 의미 있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문재인정부가 발표한 ‘장애등급제’ 및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 폐지 계획은 우리의 요구와 달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을 앞당길 것과 필요한 예산 반영을 요구하며 각 민관협의체에서 협의를 이어갔습니다.
장애인과 가족에 대한 차별의 역사 그 자체인 ‘장애등급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필요’한 장애인에게 ‘필요’한만큼의 소득 및 복지서비스 보장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장애인거주시설과 같이 ‘분리·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거주시설을 폐쇄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정책으로의 변화여야 합니다. 자신의 ‘장애’를, 의학적 관점의 ‘무능함’을 모멸적 과정을 겪으며 입증해야만 겨우 최소한의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판정 및 지원체계 전반에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인별 소득보장 및 사회서비스 예산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입니다.
한국사회 빈곤문제 1호 과제인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기본적 생활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가치를 진정으로 실현하는 것입니다. 더 이상 가난을 증명해야 하고 가난이 대물림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우리 사회구성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수급권을 필요로 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절실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계획이 발표되어야 하며, 이에 필요한 법 개정과 예산반영이 이뤄져야 합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및 시행이 어느덧 20년을 맞이한 이때, 새로운 10년의 첫 시작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여야 합니다.
그러나 기존 정부계획의 별다른 변화가 없는 사이, 또 다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죽어갔습니다. “31년만의 장애인정책 변화”라고 정부 스스로 강조하며 ‘수요자 중심 지원’을 만들어가겠다고 했으나,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던 한 장애인이 서비스 중단 이후 수개월 만에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기초생활보장을 필요로 하던 한부모가정은 부양의무자 기준과 더불어 신청 과정에서 모욕적 상황을 겪어야 했고 결국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모두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었습니다.
우리는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출근하는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도 농성하고, 예산에 대한 권한이 있는 국회 앞에서도 매년 농성했습니다. 지난 2년여간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위해 계속해서 투쟁해보니, 우리 모두가 마주했던 결론은 ‘진짜 사장’이 따로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 대통령 공약조차 후퇴시킬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경제관료 집단, ‘모피아’ 기획재정부였습니다.
‘모피아’는 재정부처를 지칭하는 영문 약자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입니다. 막강한 파워와 경제관료들의 연대감을 빗대어 부르는 것으로, 기획재정부의 ‘넘사벽’ 권력을 표현하기 위해 농성투쟁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 담당 공무원을 만나는 것 역시 ‘하늘에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웠는데, 2018년 추석 서울역 농성의 힘으로 만났고 2019년 326 장애인대회를 세종시 기획재정부 앞에서 진행함으로서 겨우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기획재정부의 동의 없이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계획의 수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관악구 한부모 모자의 죽음처럼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2020년 수립될 ‘제2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에 완전 폐지 계획이 반드시 반영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1017 빈곤철폐의 날에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시작하고 청와대가 나서서 기획재정부의 동의를 이끌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31년만의 장애인정책 변화’인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가 진정 장애인과 가족의 삶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진짜’ 폐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가 가로막고 있는 장애인예산의 확대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10월 22일부터 기획재정부가 ‘건물주’로 있는 을지로 ‘나라키움저동빌딩’에서 농성을 시작하고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건물주로 있는 빌딩의 이름이 ‘나라키움저동빌딩’이라는 것, 그리고 건너편에 명동성당이 위치해 있고, ‘나라키움저동빌딩’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입주해있다는 것이 참 재밌기도 하고 아이러니합니다. 장애여성으로서 기초생활보장권리를 요구하며 명동성당 앞 농성을 시작했던 최옥란 열사를 기억하고, ‘탈시설-자립생활’ 권리를 요구하며 숱하게 국가인권위원회를 점거농성했던 그 역사들 속에서, 이제는 기획재정부의 개혁을 요구하며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나라를 키운다는 것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면,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이 기본적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확충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막상 농성을 시작해보니 쉽지 않은 싸움이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느끼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꿈쩍도 하지 않더라구요. 하지만 우리를 제외한 모두가 ‘장애등급제 및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던 2012년부터 1842일 농성을 통해 그 시작을 만들어내었던 것처럼, 모피아 집단인 기획재정부를 넘어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될 겁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실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을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및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농성에 함께 마음 모아주시고 연대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