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을 120호 - 노들바람을 여는 창 / 김유미
노들바람을 여는 창
김유미 | <노들바람> 편집인
석암재단이 운영하는 베데스다요양원에 살던 이들이 시설 내부의 비리를 폭로하고, 시설 권력에 문제 제기하는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싸우던 이들 중 8명은 2009년 6월 4일 경기도 김포의 요양원에서 짐을 싸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으로 왔습니다.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리는 여러 문화행사들에 찝찝함을 선사하며, 이 8명과 지지자들은 공원 구석에 천막을 치고, 매일같이 지키며 농성했습니다. ‘자유로운 삶’을 목표로, 시설에서 다시 지역사회로 이동하는 거대한 방향 전환의 싸움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석암투쟁이 10년을 맞이한 해인 2019년, 연초부터 여러 사람이 모여서 석암투쟁을 기념할 수 있는 일들을 기획했습니다. ‘석암 8인’이 마로니에공원에 짐을 풀었던 6월 4일, 그날에 맞춰 10주년 기념행사를 했습니다. 서울시청에서 마로니에공원까지 행진하고, 공원에서는 지난 10년의 일들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뭐랄까, 아주 작지만 큰, 조금인 것 같지만 누군가에겐 삶 자체가 바뀌어버린 변화가 있었습니다. <노들바람> 가을호에 이 십년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흩어질까 아쉬운 이야기들, 기억이 잘 안 난다는 그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꾸역꾸역 정리 중입니다. 이야기가 긴데 버릴 것을 찾지 못해, 다 싣습니다. 찬찬히 읽어봐주세요.
석암투쟁 십년 무용담을 나누는 이 즈음, 누군가 또 다시 다급하게 노들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어머니가 사라지고 집에 혼자 덩그러니 남은 사십대 중반의 한 발달장애인. ‘시설로 가셔야겠네요’라는 그 말에 맞서고, 그 삶에 대책을 세우는 것이 노들이 할 일 같았습니다. 혼란을 맞은 이 언니의 삶처럼, 그 옆에서 비틀비틀 요동을 겪으며 낯선 길로 들어서는 사람들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