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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 <노들바람> 편집인

 

  1. 얼마 전, 야학 4층 들다방에서 보았던 낯선 얼굴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열흘 지났을까. 메시지

로 울리는 휴대폰 속에서 그의 얼굴을 다시 봅니다. 부고. 2019년 5월 13일, 고인이 된 이창선. 향년

35세. 2017년 12월 탈시설한 그는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립주택에 살면서, 동료들을 만났습니

다. 탈시설 당사자 모임에 참여하고, 여행을 가기도 했습니다.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에 입학해 공부

하고, 연극에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자유. 저는 그가 누린 자유의 시간이 너무 짧다고 느낍니다. 저는 불평등한 위치, 도약이 어려운 위

치에 갇힌 이들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와 연결된 나의 위치를 봅니다. 비장애인인 저도

뭐 그닥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 같진 않습니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하니까요.

하지만 그가 바라는 자유와 비장애인인 내가 바라는 자유는 아주 많이 다른 모습일 것입니다. 노들이

라는 공간은 나의 위치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만듭니다. 고인은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나를

지원해 줄 활동지원사가 어릴 때부터 있었으면 나도, 나도, 시설이라는 낯선 곳에 가지 않고 우리 집

에서 살았을 거예요.”

 

 

  2. 2009년 6월 4일, 마로니에 공원 앞에 파란색 트럭 한 대가 도착했습니다. 활동가들이 트럭에

실린 짐들을 공원 구석으로 옮겨왔습니다. 짐을 내리는 데 몇 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플라스틱 서랍

장, 종이 박스, 이불 보따리 몇 개, 벽시계 같은 게 기억 납니다. 석암 베데스다 요양원에 살던 8명의

짐이었고, 8명의 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적었습니다. 8명은 한 날 한 시에 시설을 퇴소하고, 마로니

에공원으로 나왔습니다. 집단 퇴소와 동시에 자립생활을 요구하는 농성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로부터 10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10년 사이 탈시설 장애인을 위한 자립지원 정책이 만들어지

고, 활동지원서비스가 확대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 지원제도들이 충분하다고 할 순 없습

니다. 우리는 피곤할 정도로 매순간 싸우며, 마이너스(-)에서 영(0)의 자리로 움직이는 중입니다. ‘자

유로운 삶! 시설 밖으로!’는 여전히 뜨거운 구호입니다. ‘마로니에 8인’의 투쟁 이후, 전국 각지 장애

인거주시설에서 사람들이 탈출하듯 빠져나왔습니다. 그 중 한 명이 이창선이었을 것입니다. 여전히

부족한 집, 생계급여, 활동지원시간. 그리고 역시나 부족했을 선택의 기회들, 관계의 경험들, 자신을

위한 시간들. 변주로 가득한 생의 시간, 느닷없이 닥쳐오는 것들. 앞으로도 이것들 사이에서 없었던

삶을, 새로운 자유를 만들어가야 하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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