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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노틀담복지관을 찾아서

 

정민구

낮수업교사 밍구

 

킁킁킁어디서 뭐 타는 냄새 안나요?

 

이 냄새는 낮수업 교사 애간장 타는 냄새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하는 낮수업은 작년에 많은 일을 겪었다. (사실 매년...) 이곳은 세링게티인가 교실인가. 동물의 왕국 저리 가라할 만큼 스펙타클하게 서로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졌다. 무엇이 문제인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교실에 불어 닥친 한바탕 태풍은 결국 한 명의 학생을 데리고 사라졌다. 그녀는 야학에 나올 수 없게 됐다. 항상 사건의 중심에 있었기에 언뜻 보면 그녀의 문제라고 쉽게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그녀의 문제가 아니다. 그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교사와 그녀에게 맞지 않는 수업환경이 문제인 것이다. 우리는 그녀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변화해야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틀담복지관을 찾았다.

 

삼장법사의 마음으로

 

서유기에서 불전을 찾아 떠나는 삼장법사의 마음이 이랬을까. 2019111일 진수, 성호, 권금, 임당, 민구, 창현, 화영, 유미 이렇게 8명의 교사가 노틀담으로 향했다. 기관 및 사업소개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함께 기관을 둘러 봤다. 인상적이었다. 아니 인상적이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이 들었다. 발달 장애인을 생각하는 섬세함과 기발함에 놀라고 그 놀라움은 곧 부러움으로 변하더니 나중에는 우리가 가질 수 없음에 개탄하며 기관의 단점을 찾기 시작했다ㅋㅋㅋ 알콜성 치맨지 뭔지 모르겠지만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이 죽일 놈 의 뇌세포를 최대한 쥐어짜며 기억 저편에 깊이 박혀 있는 조각들을 끄집어내려한다.

 

긍정행동지원실

 

  노틀담복지관에서는 도전행동이 심한 중증의 발달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해 2015년 아산 복지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긍정행동지원사업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 긍정행동지원실이 만들어졌다. 이곳은 미국의 선진기관으로 연수를 갔을 때 만난 특수교육, 행동지원 전문가를 한국으로 초빙해 하나부터 열까지 자문을 받아가며 꼼꼼하게 리모델링한 공간이라고 한다.

  공간의 변화를 통해 이용자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이곳은 크게 개별공간과 단체공간, 그리고 감정공간과 휴식공간, 감각공간으로 나눠볼 수 있다. 환경구성 시 고려한 요소는 다음과 같다.

 

공간이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는가

공간, 가구, 책상, 의자 등이 시각화되어 있는가

개별, 집단공간의 구분이 뚜렷하게 되어 있는가

모든 공간이 한 눈에 들어오는가

예측 가능한 공간인가

독립심을 강조시킬 수 있는 공간이 있는가

감정의 기폭을 감소시킬 수 있는 공간이 있는가

다양한 강화를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인가

안전, 연령, 욕구, 특성이 고려된 공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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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Ι 개별활동을 수행하는 독립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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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Ι 책상 위에 놓인 시계는 구글에서 회의할 때 사용한다고 해서 유명해진 TIME TIMER이다. 위 사 진처럼 40분 후에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해 놓으면 시 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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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Ι 요일별로 해야 할 활동을 한 눈에 보기 쉽게 시각화 해 놓았다. 이것은 찍찍이로 되어 있어 스스로 할 일을 갖다 붙이며 예측 가능한 하루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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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Ι 스스로 소리 내어 읽고 한 번 읽을 때마다 스티커 하나를 모을 수 있다. 스티커를 다 모으면 선물을 받을 수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31살이며, 어른 이OO입니다.

나의 입은 내 몸의 일부입니다.

그 입은 많은 일을 하고 있답니다.

물 마실 때, 밥 먹을 때, 노래 부를 때,

그리고 엄마와 뽀뽀할 때도 사용합니다.

그렇지만 허락 없이 다른 사람의 얼굴에 입을 갖다 대는 일은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는 물 마시는 것을 좋아합니다.

물 마실 때는 가끔 흘리기도 하지요.

그럴 때 나는 수건으로 깨끗이 닦아요!

책상이나 바닥이 깨끗해지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나의 입은 소중하기에 핥아먹지 않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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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Ι 의사소통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보조기구를 활용한다. 그림카드, 낱말 카드, 손으로 누르면 저장된 음성이 나오는 버튼, 일종의 인형극을 통한 의사소통 지원 등.

 

 

  개별공간에서 진행되는 활동은 개인의 흥미를 고려해서 계획된다. 점심 식단에 관심이 많은 개인의 특성을 반영해 점심메뉴 알리기활동을 하고 손님접대를 좋아하는 참여자에게는 테이블 셋팅 및 정리활동을 구성한다. 그리고 지시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선택하게 하고 필요한 물품 준비를 지원한다.

 

  불전을 찾아 떠나는 삼장법사의 마음으로 노틀담에 왔지만 우리는 삼장의 방식이 틀렸다는 걸 알고 있다. 삼장은 손오공을 길들이기 위해 머리에 금고아를 씌우고 억압적으로 통제하며 굴복시켰지만 우리는 환경의 변화를 통해 변화해 나갈 것이다. 보호와 통제에 길들여진 사람은 자신의 삶을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보호와 통제 대신 권리를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겠다. 긍정행동 지원실뿐만 아니라 자세유지기구센터/보조기기센터 등 다른 공간을 방문하기도 했지만 글이 너무 길어져 생략하도록 한다. 기관에서도 이렇게 길게 라운딩 하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3시간 이상의 간담회와 라운딩을 진행했다.

 

  햇볕 좋을 때 들어와 어두운 밤하늘의 달을 보며 건물을 나섰다. 많은 생각과 고민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지금 당장 시도해 보고 싶은 것도 있고 노들에서 시도하기엔 어려워 보이는 것도 있다. 하지만 길게 보고 조금씩 변화해 간다면 노들이라는 공간이 좀 더 발달장애인과 친근한 공간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우리가 가진 물리적 자원은 복지관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겠지만 우리에겐 인권 감수성 충만한 훌륭한 낮수업 교사들이 있으니까. 지금처럼 우당탕탕 시끄럽게 소리내며 그렇게 쭉 굴러갈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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