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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 핫이슈]

 말로는 폐지, 하지만 실상은 가짜 폐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해 사다리를 매단 가을 겨울 장애인 투쟁

 

박철균 | 2015년 4월부터 지금까지 전장연에서 쭈욱 활동해 왔습니다. 역사와 여행을 좋아하고, 2018년 10월 안식월 때 일본 열도 전국을 여행한 것이 일생 최고의 순간이었어요. 앞으로도 나를 위한 여행 같은 삶을 함께 살아가고 싶어요.

 

 

목에 사다리를 걸고 구호를 외치는 장애인활동가들.

 

  2017년 8월은 장애인운동에 있어서 가장 벅찬 해일 것이다. 5년을 넘어가던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3대 적폐 정책(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장애인 수용시설) 폐지 광화문 농성장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 관계자 최초로 농성장에 방문했다. 박능후 장관은 3대 적폐 정책으로 희생된 18명의 영정 앞에서 묵념하고, 3대 적폐 정책 폐지를 위한 민관협의체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그 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5년 동안의 농성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고 좋아했다. 그렇게 3대 적폐 정책은 폐지되고 장애인도 가난한 사람들도 모두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이 우리 앞에 펼쳐진 줄 알았다. 

 

 

 

 그 후로 1년이 지났고, 장애인의 삶은 얼마나 변했을까? 안타깝게도 장애인 당사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거의 없었고, 장애인은 2018년에도 내내 농성 투쟁을 진행했다. 봄여름에는 청와대 앞 종로복지관에서, 가을에는 국회가 보이는 이룸센터 앞에서, 겨울엔 국회, 광화문 곳곳에서 장애인운동 활동가 수십명이 청와대까지 기어가기 투쟁 혹은 사다리를 거는 투쟁을 했다. 그리고 장애인 부모운동 활동가 수백명은 삭발 및 삼보일배 투쟁을 진행했다. 왜 광화문 농성 때와 다른 것 없는 일상이 계속되고 있을까? 왜 광화문 농성 이후로도 장애인의 투쟁은 계속되는 것일까?

 

 2017년 12월,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 계획을 발표했다. 2019년 7월부터 2022년까지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을 얘기하며 장애등급제가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얘기했다. 그러나 이것은 31년 만에 대대적으로 변화될 장애인정책을 향한 기대와 1842일 동안 광화문 지하차도에서의 외침, 그리고 장애등급제 폐지 민관협의체에서 장애계가 제기해 온 내용에 전혀 미치지 못한 계획이다.

 

 턱없이 적은 예산을 늘리지는 않고, 예산에 맞추어 장애유형과 개인에 맞춘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 현 정부의 2019년 계획이다. 이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통해 각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596점의 점수제로 변경되어 장애유형을 나눠서 장애유형간의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 적과 적이 싸우는 와중에 이득을 취하려 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수법으로, 점수표 안에 장애인을 가두고 장애인 유형별 갈등을 통해 장애인을 관리·통제하려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애인 운동은 강력하게 항의했다.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및 장애인연금 대상 확대, 탈시설 정책, 개인유형별 맞춤형 서비스, 저상버스 보급 확대, 노동권, 문화·체육권 등 장애인이 실질적으로 함께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실행을 해달라고 각 정부 부처에 요구했다. 그러나 어느 정부 부처든 “참 좋은 제안이신데, 예산 때문에 어렵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문재인 정부는 돈을 핑계 삼았고, 이는 장애인의 삶을 향상시키려는 실질적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의 태도는 추석 즈음 발표한 예산안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장애인활동지원 예산은 장애인계가 요구한 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책정했고, 탈시설 지원 및 대구시립희망원 탈시설 시범사업은 우리가 요구한 내용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아무런 예산도 책정되지 않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저항을 시작했다. 추석을 맞이하여 서울역에서 일주일가량 농성을 했다. 귀성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또 추석맞이 인사를 하러 오는 정부 관계자와 정당 대표들을 만나기 위한 활동을 펼쳤다. 농성장을 차리고, 현수막을 거는 동안 서울역 관계자들이 폭력적으로 저지하여 충돌이 있었지만, 우리는 굴하지 않았다. 

 

광화문 앞에서 사다리를 매고 구호를 외치는 활동가들

 

 추석 농성 후, 10월 중순부터 우리는 국회를 중심으로 한 투쟁에 들어갔다. 국회 앞에서 농성을 하고, 국회에서 예결산이 심의되고 통과되는 날까지 집중 투쟁을 전개했다. 각 활동가들이 서로의 임무를 가지고 장애인 생존권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필사의 활동을 펼쳤다. 어떤 분들은 국회 예결산위 등 각종 국회 상임위원회를 담당하는 국회의원과 각 정당 대표를 만나 우리의 요구안을 이야기하고 국회 예결산에 반영될 것을 촉구했고, 어떤 분들은 국회 입구, 광화문 앞, 심지어는 국회의원 회관 바로 앞까지 들어가 사다리를 목에 걸고 장애인 생존권 예산 확보를 몸으로 절규하며 외쳤다. 장애인 부모 및 가족들은 국회 본관 앞에서 대형 현수막을 치며 청와대에서 약속한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제대로 이행하라고 목소리 외쳤다. 

 

 장애인의 생존을 위한 절규가 온 사방에 외침에도 국가의 예산을 책임져야 할 국회의원 및 정부 관계자들은 그 얘기를 외면하는 듯했다. 집권여당의 대표는 사다리를 걸고 면담을 요구했던 장애인 운동 활동가들을 끝내 만나지 않았고, 국회에서는 예산을 가지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정쟁을 하느라 시간을 소모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막판 야합 끝에 12월 1일 “세계장애인의 날”, 다음 표와 같이 누더기가 되어 2019년 장애인생존권 예산이 통과됐다. 정부의 예산안에서 아주 조금만 증액된 예산안, 장애인 요구안의 94.5%가 반영되지 않은 예산안이었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예산은 물론이며, 탈시설-자립생활은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 예산안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장애인은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줬다. 

 

2019예산표.jpg

 2019년 장애인생존권 예산 결과 (정부안 대비 국회 증감액 중심/ 2018. 12. 17)

 

 2019년 세계장애인의 날은 그래서 궂은 날씨만큼이나 더 분통터지는 날이었다. 장애인 부모님 3명은 국회 담장을 넘어 국회 안으로 들어가 장애인 생존권 예산을 이야기하다 연행되기도 했으며, 경찰은 사거리를 막고 목소리 외치는 장애인 운동 활동가를 향해 연행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또한 사거리의 장애인을 들어내기 위해 온갖 폭력적인 진압을 가하려고 했다. 현 정부에서도 장애인은 목숨을 걸고 자신의 생존을 이야기하고 있고, 경찰의 온갖 비인권적인 망언과 진압을 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슬펐다. 

 

 촛불을 등에 업고 당선된 문재인 정부의 계속되는 촛불에 대한 배신으로 점점 지지율을 잃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친기업적인 방식으로 사태를 해결하려 하며, 촛불을 든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 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약속 이행 및 정책 실행은 아득하게 보인다.   

 

 그렇기에 장애인운동은 더 열심히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직접 만나 우리의 생존권 예산 및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를 이야기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 치열한 봄을 준비할 것이다. 

 

 함께 합시다! 우리의 길은 언제나 쉬운 투쟁은 아니었지만, 우리의 투쟁으로 세상은 보다 사람을 향한 세상이 되었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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