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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의 벽, 아픔의 벽을 함께 넘는 노력

코레일 차별규정 현장 실측 및 진정 기자회견을 준비하며

 

김호세아 | 잘못은 반성하고, 사과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뻔뻔함보다는 내 자신의 부족함을 바라보기 위해 더 노력합니다.

 

 

12월 13일. 교장샘은 황당한 일을 겪었죠. 15분 전까지 도착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며 창원중앙행 KTX 탑승을 코레일측으로부터 거절당했습니다. 하지만 교장샘은 나름의 투지(?)를 발휘하여 실랑이 끝에 창원중앙행 KTX에 몸을 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창원에 도착할 때까지 열차 안에서는 ‘고객의 출발 방해로 출발이 지연되었다’는 망신주기 문구가 계속 게시되었습니다.

 

고객 방해로 열차 출발이 늦었다는 내용의 코레일 공지

 

이 일을 듣고 노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죠. 리프트 이용에는 2분도 걸리지 않는데 15분까지 오라뇨.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도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게 법에서 최소한의 기준(제가 보기에는 그렇습니다)으로 마련한 법입니다.

 

하지만 코레일은 최소한의 기준도 아닌, ‘내가 오랄 때 안 오면 안 태워준다’라는 식으로 그동안 장애인 이용자들을 기만했죠.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KTX 이용을 위해 자신의 관용차를 플랫폼까지 갖고 간 게 생각이 납니다. 정부의 고위 관리에게는 납작 엎드리면서, 장애인들에게는 규정을 이유로 갑질을 해온 겁니다.

 

노들의 교사들이 주축이 되어 코레일의 교통약자도우미서비스 규정은 장애인 차별 규정임을 밝히는 ‘코레일 차별규정 현장 실측 및 진정 기자회견’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전 기자회견 전에 기자들에게 배포될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다른 교사분들은 현장 기자회견 준비를 했죠.

 

기자회견은 나름대로 우리의 목소리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서 분석한 기사들이 나왔고, 사진도 몇몇 매체에 보도되었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아마 이런 활동을 전부터 계속 해왔을 테죠. 예전부터 이동권 투쟁이 계속 있었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일 거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투쟁에서 역할을 맡아봤습니다. 생업이 있는 저로서는 준비하는 데 있어서 시간적, 공간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나마 원격으로 할 수 있는 보도자료 작성을 하게 되었죠. 

 

한 사람의 차별이 촉발요인이 되었지만, 저는 수많은 장애인들이 규정으로 인해 차별을 받고 있었던 이동권의 문제에 있어서 미약하게나마 참여할 수 있었던 것에 영광스러운 기분까지 느꼈다면 너무 거짓말처럼 느껴질까요??

 

어머니께서 해오셨던 수많은 투쟁의 자리를 그냥 인터넷 기사로만 봐왔던 제게는 멀게만 느껴진 곳이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몰랐었다고나 할까요?

 

어머니를 차츰 따라다니기 시작하면서 어머니가 그동안 장애인들의 권리를 위해 그 자리에 함께 계셨다는 것을 기억하고 저도 그 자리에 함께 있어 보니, 뭔가 큰일을 하지 않아도 힘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출발 15분 전에 오지 않았다고 열차를 태워주지 않자 이에 항의하는 박경석 교장

 

집회에 가더라도 저는 목소리를 내거나 뭔가를 외치는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함께 그 자리에 있음으로 해서 그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고, 세상을 향해 불평등을 외치는 사람들에게 지지가 돼줄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갈 수 있는 자리라면, 시간이 된다면, 시간을 내어서 참여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런 제게 KTX와 싸울 수 있는 역할이 주어졌으니 당연히 제게는 영광스러운 것이었죠. 물론 성탄절을 보도자료를 쓰느라 모두 보내긴 했지만, 예수님도 좋아하셨으리라 믿습니다.

 

투쟁은 선봉에 서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그 뒤로 지지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것이기도 하지요. 자리에 함께 있음이, 국민청원에 청원 버튼을 누르는 손길이. 이 모든 연대의 손길과 태도 하나하나가 세상에 큰 울림이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전 제 자신을 바라볼 때 그리 떳떳해 보이지 않습니다. 뭔가 앞에서 나설 만한 위인은 안된다고 제 자신을 평가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아픔과 차별에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는 손길로써의 저는 다른 분들만큼 열심일 수 있습니다.

 

차별의 벽, 아픔의 벽은 언제나 높습니다. 하지만 연대의 벽을 쌓아 언젠가는 그것을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게 제가 죽고 난 다음에라도 말이죠.

 

그 순간까지 그것을 기억하며 열심히 연대의 벽을 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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