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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봄 <노들바람> 110호 中]

 

[ 자 립 생 활 을 알 려 주 마 ]

꿈도 꾸지 못했을 지금, 자유

 

장희영시설에서 나와 장애인문화예술판에서 연극배우로,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가로 일하며 인권강사와

동료상담가로 열심히 살고 있다. 요즘은 그동안 책꽂이에

장식용으로 꽂아두었던 책을 하나씩 읽고 있는 중이다. (가끔

졸기도 하고 책 한 장 넘기는데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터벅터벅 현관문 밖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는 우리 경남언니 발소리다. 현관 버튼 키를 쿡쿡 누르는 소리와 함께 삐리릭 문이 열리고 현관 안으로 들어와서는 잘 다녀왔다고 인사를 하듯 크게 웃는다.

  지금은 밤 9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간이다. 경남언니는 6년째 노들장애인야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다. 게다가 반에서 열성적으로 반장 역할을 수행 중이라 한다. (멋져 부러) 나에게도 반장님이라고 꼬박 꼬박 불러 달라고 한다. 반장님의 위치는 책임감이 막중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365일 결석 한 번 안 하는 반장님도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룸메이트 커플이다. 요양원에서 만나 지금까지 19년째 인연을 맺고 있다. 지역사회로 나온 지, 2년 만에 국민 임대 아파트에 당첨되어 서울에서 공기 좋기로 유명한 길음 뉴타운에 입주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설 밖으로 나올 때 걱정됐던 집 문제가 말끔히 해결 되었다. 길음역에서 집으로 이동하기에는 조금 멀게 느껴지곤 하지만 그나마 다른 곳에 비하면 교통편이 좋아 경남 언니가 야학에 다니기엔 안성맞춤인 것 같다. 시설에 살고 있다면 이렇게 밤늦게까지 마음껏 다닌다는 건 꿈도 못 꿀 텐데...그리고 친구들도 사귀고 밤늦게까지 tv도 시청하고 늦잠도 자고 언제든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으니, 그야말로 땡잡았다고 할 수 있다. 시설에서 누리지 못했던 자유로움을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게 정말 좋고 감사한 마음이다.

 

  과거에 우리처럼 지금도 시설에서 자유를 그리며 살아가는 분들이 모두 지역사회로 나와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앞당겨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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